밤에 더 말똥말똥해요
얼마 전,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구글링을 하다 우연히 발견한 이 사진 때문에 너무도 행복했다. 나무 속에서 곤히 자고 있는 새라니. 그것도 벌건 대낮에! 사실 두 눈을 꼭 감고 잠시 사색에 빠진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의 내면으로 눈을 돌린 채,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잠시 떠나 있던 걸지도. 어쨌든 나는 저 올빼미 덕분에 마음이 편안해졌고, 사진을 저장해둔 뒤 틈틈이 꺼내보게 되었다.
진실은 알 수 없다만, 아마 저 올빼미는 낮잠을 자고 있었을 거다. 야행성인 올빼미는 밤에 사냥하고 낮에 잔다. 어둠 속 시야가 굉장히 좋고 청력도 뛰어나 한밤중에도 활발히 먹잇감을 찾아나선다. 그렇게 밤새 쥐나 도마뱀, 개구리, 다른 새의 알을 찾아 돌아다니고, 낮엔 잠을 자며 에너지를 비축한다. 그래서 늦게까지 깨어 있는 일주기리듬을 가진 사람은 흔히 '올빼미형'으로 불리기도 한다. (참고로 아침형 인간은 '종달새형'으로 비유된다.)
올빼미들은 주로 속이 빈 나무나 바위 틈, 높은 나무의 가지 위에서 잔다. 종에 따라 땅 위나 지하에서 자는 올빼미도 있다. 아기 올빼미들은 머리가 무거워 사람 아기처럼 누워 자지만, 성체 올빼미는 서서 잔다. 큰 머리를 약간 앞으로 기울이거나 살짝 뒤로 기댄 채로. 날카로운 발톱과 뒷발의 억센 엄지 덕분에 올빼미는 잘 때도 버티고 서 있을 수 있다.
* 올빼미의 발은 대지족형(zygodactyl)으로, 발가락이 앞쪽과 뒤쪽으로 마주 뻗어 있어 강한 죔쇠처럼 죌 수 있다.
올빼미는 면역력과 힘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10-12시간 정도 잔다. 신진대사가 높은 새이기 때문에 에너지를 축적하려면 오랫동안 푹 자야 한다.
하지만 마냥 편히 자기엔 너무도 거친 야생이다. 올빼미는 독수리나 매 같은 포식자를 의식하느라 잘 때도 언제든 날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 가끔 한쪽 눈을 뜬 채로 자는데, 이는 올빼미뿐 아니라 수리갈매기나 청둥오리, 닭, 매, 바다사자, 돌고래 등에게도 발견되는 특징이다. 뇌의 한쪽만 잠이 들고 다른 쪽은 깨어 있는 단일 반구 서파 수면(Unihemispheric slow-wave sleep)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쪽 눈을 감고 있다고, 혹은 두쪽 다 감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자고 있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도 야행성 새들에게 햇빛은 너무 강하다. 올빼미는 밝은 눈 색깔 때문에 포식자들의 레이더망에 걸릴까 봐 낮 동안 눈을 감고 있기도 한다.
올빼미들의 눈 색깔은 샛노란 색부터 어두운 주황빛까지 다양한데, 야행성 올빼미들의 눈 색깔은 주로 어두운 편이다. 덕분에 야간 사냥 때 눈을 번쩍 뜨고 있어도 어느 정도 위장이 가능하다. 아침 일찍 활동하기 좋아하는 올빼미들은 밝은 노란색 혹은 오렌지 색 눈이 많다.
사실 올빼미라고 다 야행성은 아니다. 올빼미 종류만도 120여 종이 넘는다! 미국에만도 18개 종이 있으며, 모두 각기 다른 수면 패턴을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 흰올빼미(snowy owl)는 주행성이다. 낮에 사냥하고 밤에 잔다. 북극에 주로 서식하는 흰올빼미는 한여름 백야의 영향으로 어둠을 찾기 힘든 밤을 자주 만났을 거다. 그 때문에 주행성이 되었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참고로 줄무늬올빼미(barred owl)도 야행성으로 분류하긴 힘들다. 그렇다고 주행성도 아니다. 이 올빼미는 밤낮 아무때나 자는 유형(cathemeral)에 속한다.
만약 잠자는 올빼미를 만나러 깊은 숲속에 간다 해도 웬만해선 발견하기 힘들 거다. 사람도 편안한 장소에 잠자리를 마련하듯, 올빼미도 평화롭고 안전하게 잘 수 있는 곳에서 잔다. 햇빛과 비를 피하기 좋은 나뭇잎이 풍성한 나무, 혼자 조용히 있을 수 있는 높은 나무 위의 가지, 포식자들의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바위 틈 같은 곳을 선호한다.
올빼미는 혼자 있기 좋아하는 새로 알려진다. 번식 시기엔 아기 올빼미들을 돌보기 위해 짝궁과 함께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주로 혼자 지낸다. 모여 자는 올빼미들을 보게 된다면 그들은 최근에 막 둥지를 떠난 형제자매일 가능성이 크다. 그 외에 이주하는 올빼미들의 경우 100-200마리씩 그룹지어 잠자기도 한다.
언젠가 올빼미를 직접 보게 된다면 주의할 사항. 절대 손을 뻗거나 하지 말 것! 올빼미의 발톱은 굉장히 세고 날카로워 살점이 떨어져나갈 수 있으니까. 자칫 잘못하면 사람 머리통도 피범벅되게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도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다 떠나면 문제 없지 않을까. 인간은 올빼미의 먹잇감도 아니고, 덩치도 훨씬 크니 위협을 가하지 않는 한 쉽게 공격당하진 않을 거다.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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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자료
- <Tawny owl>, The Wildlife Trust, www.wildlifetrusts.org
- <Northern hawk owl>, National Audubon Society, www.audubon.org
- <Nocturnal animals facts and information>, 8 Jan 2019, National Geographic, www.nationalgeographic.com
- Animal Diversity Web, University of Michigan Museum of Zoology, animaldiversity.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