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rack 10. 다툼

by 연지

사실 서촌의 바에서 마일스를 다시 마주치기 전, 나는 처음으로 그와 심하게 다퉜었다.

발단은 나였다. 그날 나는 단단히 꼬여 있었고, 나를 둘러싼 모든 게 못나 보였다.

공중전화를 찾아 P에게 전화를 했던 날이었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가 나로부터였음을 알게 된 P는, 내가 집요하며 끔찍하다고 했다. 나는 그 상황이 끔찍해 견딜 수가 없었다.

이 새롭게 누적된 나의 수치스러운 경험을 털어놓을 상대는 마일스뿐이었다. 나는 언제나처럼 마일스의 연습실로 곧장 달려갔다. 하지만 그를 마주하는 순간, 왠지 모르게 괜히 심통이 났다.

그날따라 마일스는 아주 바보 같아 보였다. 마일스가 두툼한 입술로 〈Straight, No Chaser〉를 읊조리는 것을 보자 갑자기 그 입을 꼬집어주고 싶었다. 저 사랑에 눈 먼 바보 같으니…….

어느새 나는 다짜고짜 쏘아대고 있었다.

“마일스, 당신은 미연 씨가 왜 그렇게 좋았어요?”

마일스는 허밍을 멈추고 나를 흘끗 바라보더니 말했다.

“나를 이해해줘서.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줘서. 길영 너처럼 말야.”

“하지만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건 아니잖아요. 이해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달라요. 게다가 미연 씨는 당신을 온전히 이해해주지도 못한 거에요. 당신에게 한 마디 말도 없이 갑자기 쥐도 새도 모르게 떠나버렸잖아요.”

그러자 마일스는 이전보다 다소 상기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길영, 사랑이 뭔데? 네가 생각하는 사랑은 대체 어떤 거야?”

한동안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답이 무엇인지 나도 몰랐으므로.

하지만 확실히 깨닫게 된 건 하나 있었다.

“몰라요. 근데 무엇이 사랑이 아닌지는 알 것 같아요. 뭣보다도, 일방적인 기다림은 사랑 아니에요. 그건 집착일 뿐이에요.”

그 말은 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나는 우리가 얼른 사랑이라고 믿었던 그 거짓된 환상을 깨고, P와 미연 씨 따위는 깨끗이 잊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랐다.

하지만 마일스는 나와 전혀 다른 계획을 갖고 있었다.

“길영, 나는 유명해질거야. 그럼 미연 씨에게까지 내 소식이 전해질 테고, 그녀 또한 다시 나를 바라봐줄 수 있을 거야.”

그 말에 대한 나의 답은, 지금 생각해도 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마일스, 당신은 현실 감각이 너무 없어요. 혼자만의 낭만에 잔뜩 취해 있을 뿐이에요. 누군가에게 진심이어도 상대가 안 받아주면, 그런데도 마음 못 접으면 그건 병이에요. 사랑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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