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뛰쳐나오며 탄은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오전에 대회장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러너스 하이를 경험하고 싶었다. 비가 갠 뒤였지만 공기는 여전히 습하고 무거웠다. 달리고 또 달렸지만 몸은 축축 처지기만 했다. 아무리 오래 뛰어도 심장만 더 터질 듯 숨이 가빠왔다.
탄은 순간적으로 택시를 잡아 탔다. 이나가 입원 중인 종합 병원 이름을 말하며 그곳으로 곧장 가달라고 말했다. 가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진 몰라도, 다시 한번 정식으로 사과하고 싶었다. 아니, 사과가 아니라 분명히 말해주고 싶었다. 나도 아저씨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한다고. 그러니 이제 제발, 나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말아 달라고…….
택시 안에서 천천히 숨을 고르던 탄은 몇 달 전 마감이 늦어 이렇게 택시를 잡아 타고 직접 출판사에 원고를 가져다 준 일이 문득 떠올랐다. “메일로 원고 파일 보내주셔도 괜찮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게다가 퀵 서비스를 부르셔도 됐을 텐데 이렇게 직접 오시다니요.” 그날 담당 편집자는 유리컵에 시원한 주스를 가득 담아 가져다주었지만 그는 괜찮다고 사양했다. 플라스틱 컵에 든 주스였다면 마셨을까. 탄은 영문도 모른 채 그의 호의를 거절당한 편집자에게 여전히 미안했다.
어째서 이토록 미안한 것투성일까. 탄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한숨을 내쉬며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는데, 손끝에 딱딱하고 둥그런 금속이 닿았다. 오전에 받은 마라톤 완주 기념 메달이었다. 탄은 메달을 손에 꼭 쥔 채 기사를 재촉했다.
“아저씨, 조금만 더 빨리 가주세요.”
탄의 요청에 기사는 급히 엑셀을 밟았다. 그러다 순간 어, 하면서 핸들을 틀었다. 골목 어귀에서 튀어나온 검정색 길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한 직후였다. 택시는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더니 역방향 길에서 멈춰섰다. 곧이어 전속력으로 달려오던 회색 스타렉스와 정면으로 충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