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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rang Aug 07. 2020

잃어버린 봄

2020년 봄

오늘의 낮 기온 18도, 기온은 어느새 10도 중후반에 이르렀지만 아침엔 춥고 낮엔 더워서 옷을 골라 입기가 애매하다. 겨울옷을 입어야 할지, 봄옷을 입어야 할지 옷 고르기에 한참이 걸린다. 신기하게도 매년 카디건과 난방을 구입하지만 3월에는 입을 옷이 없다. 더욱이 올해는 새 옷을 사지도 못했으니 옷 고르기가 더 어려워졌다. 매년 만개 일을 맞췄지만 올해는 언제 폈는지, 어느새 벚꽃이 폈다. 벚꽃이 펴서야 벚꽃이 핀 줄 알았으니 벚꽃을 기다리던 설렘이 제대로 무시당했다. 유채꽃이 피면 가려했던 제주도 대평리의 루시아 카페는 제 작년에 다녀왔던 사진으로 대신했다. 환불된 비행기 표 값을 확인하니 갈 수 없게 된 것이 실감이 난다. 박수기정에 걸친 붉은 저녁 해와 조용한 바닷가 마을의 경치가 더욱 그리워진다. 언제 밥 한번 먹자던 친구의 연락은 그냥 하는 인사말이 될 확률이 커졌다. 겨울에도 안 쓰던 마스크를 얼굴에 덮고 있지만 봄의 따뜻함을 느끼지 못한다.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달력을 넘길 때와 확 줄어든 도시가스 요금을 확인할 때뿐이다. 우리는 어디를 가지도, 누구를 만나지도, 변화된 자연을 느끼지도 못하고 아직 겨울에서 헤매고 있다.   

  

우리는 봄을 만나야 한다. 봄은 떠나갔을지라도 어떻게든 봄을 만나야 한다. 봄은 새로운 시작이고 기다림이고 설렘이고 따뜻함이고 생명이기 때문이다. 시작 없이 출발할 수 없고 기다림 없이 얻을 수 없고 설렘 없이 만족할 수 없다. 따뜻함 없이 풍성해질 수 없고 과정 없이 탄생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봄을 기다리고 봄을 좋아한다. 계절의 봄은 지나갔어도, 지금이 여름이고 가을이어도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고 기다릴 수 있고 설렐 수 있다. 다시 따뜻해질 수 있고 새롭게 태어날 수 도 있다. 그렇다면, 그럴 수 있다면 그때가 봄인 것이다. 봄날은 언제나 땅속 끝에서, 가지 끝에서, 마음 깊숙한 곳의 간절함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었던가. 마스크로 가리고, 알코올로 날려버리고, 2m 거리를 둔 체 보내버린 2020년 봄을 우리가 간절히 원한다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잃어버린 우리의 봄, 놓쳐버린 우리의 봄을 다시 만나고 싶다. 우리는 봄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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