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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엉 Mar 15. 2017

학생처럼 산다는 것

 학생이란 무얼까. 나는 처음으로 학생처럼 살고 있다. 전에도 괴롭지 않은 것은 아니고 가난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 고뇌에 빠진 가난한 학생을 자처하기로 했다. 기쁘다. 모든 사람을 붙잡고 '저 학생이에요!' 하고 소리치고 싶다.


한 번도 스스로 학생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저 학생노릇을 했다. 꿈이 없었다. 나는 내가 없었다. 


"그래서? 어쨌든 좋은 학교 갔으면 된 거 아냐? 지금 자랑하는 거야?"

 모난 돌을 자처하면서, 
거머쥔 것을 자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연코 행복한 적은 없었다.

몇 달 전 일하던 곳을 그만두었다. 대신 도서관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슬며시 찾아오는 우울은 여전했다. 학교는 여전히 밝고 활기차다. 이 풍경을 그리워했음을 깨닫는다. 후배들의 뜨악한 눈길도 괜찮다. 지독히도 싫어했던 프랜차이즈 카페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정말 변한 것인지, 변하려고 발악하는 것인지 자신도 이해할 수 없다. 조금이라도 편한 자리를 찾으려 노력한다.

 너무 빨리 어른이 되지 않아도 좋다. 학생이 마음껏 어리광을 부려도 된다. 점잖은 척보다, 울고 웃는 것이 낫다. 다친 상처를 쉽게  위로하는 것은, 지금은 다치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살아야 했다. 아무도 그러라고 시키지 않았지 스스로 어른인 척 우쭐거렸다. 실제로는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갈팡질팡했을 뿐이다. 그러나 순간은 생각지 못할 때 찾아온다.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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