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영어, 발리 수영장에서 통하다
"엄마! 우리 튜브로 저 꼬마랑 같이 놀아도 돼? 호주에서 왔대."
발리 수영장에서 아이가 건넨 이 한마디는, 엄마표영어로 수업이 고민하고 흔들렸던 시간 속에서, 그래도 끝까지 지켜온 내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처음으로 확신하게 만든 순간이었다.
사누르 호텔에서 오래 머무르며, 아이들은 매일 오후 수영장에서 자유롭게 놀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낯선 장면을 마주했다. 5~6살쯤 되어 보이는 외국인 여자아이와 그 아이의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서로 마주 보며 웃기도 하고, 제법 길게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어? 진짜 말이 통하는 건가?'
믿기지 않는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려다, 괜히 어색해질까 싶어 그저 조용히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튜브 하나로 통했다
그러고 보니, 그 여자아이를 데려온 아빠는 튜브 하나 없이 맨몸으로 나왔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선베드 옆에 있던 튜브를 들고 후다닥 뛰어가는 2호. 우리는 평범한 노란 튜브 하나, 베드형 튜브 하나를 갖고 있었고,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그 꼬마를 튜브 위에 태워 양쪽에서 끌어주기 시작했다. 튜브 위에서 깔깔 웃는 꼬마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그 아이의 아빠, 그리고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나까지. 이건, 아이들 인생에서 처음으로 외국인 친구와 어울린 순간이었다. 아이의 아빠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괜히 마음이 찡해졌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외국인 동생을 데리고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이렇게 벅찬 일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걔네들 말, 다 들려
아이들 사이에 대단한 대화가 오고 가진 않았겠지만, 함께 웃고 대답하며 놀고 있었다. 영어로 소통이 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놀라웠다. 영어학원 없이 넷플릭스와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며 지내왔던 시간들이 이렇게 통할 줄은 몰랐다. 사실 그동안은 효과를 확인할 방법도, 기회도 없었는데, 외국 땅 발리 수영장에서 확인할 줄이야. 이날 이후, 매일 오후 우리가 수영장에 나오면 호주 꼬마아이는 2층 발코니에서 우리 아이들을 향해 소리치며 손을 흔들었고, 이내 웃으며 수영장으로 내려왔다. 며칠간 함께 노는 날이 이어졌고, 그러던 중 새로운 가족이 등장했다.
초등 1~2학년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가 "Can I play with you?"라고 말을 건네며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더니 선베드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는 엄마에게도 "What are you doing?"이라며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다. 아이 네 명이 함께 웃고 떠들며 노는 모습을 보며, 수영장에 있던 어른들도 하나 둘 말을 걸어왔다. 나는 그저 흐뭇한 마음으로 그 장면을 지켜봤다.
"걔네들이 하는 말은 100% 다 들려. 아이들이라서 어려운 말은 없거든."
배시시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우리 아이들.
발리에서 쿠알라까지
나는 늘, 내가 배운 방식의 영어교육은 시키지 말자는 생각으로 노출 중심의 '엄마표 영어'가 최선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문이 있었다. 이게 정말 통할까? 말하기나 쓰기는 언제쯤 가능할까? 그런데 그날,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쌓인 영어 인풋은 충분하니, 이제 학습적인 영어를 시작해도 괜찮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며, 막연히 생각만 해왔던 필리핀 영어캠프를 찾아봤다. 그리고 어느새, 쿠알라룸푸르 몽키아라에 있는 한국인 어학원 원장님과 통화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렇게 발리에서의 한 장면은 우리 가족의 영어 여정을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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