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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 비싼 렌터카 말고

차를 가져가볼까?

by 프리드리머

10주년, 놓쳐버린 약속


결혼 10주년에는 미국에 가자고 했다. 그때만큼은 꼭 멀리 가자던 우리의 바람은 어느새 지나가 버렸다. 아이들 생일은 꼬박꼬박 챙기면서 정작 우리 기념일은 놓쳤다니, 너무했구나 싶다. 미국은 못 가더라도 어디든 멀리 떠나고 싶었다. 게다가 남편이 일을 정리하면서 가족이 함께 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하필 코로나 시절. 그때 우리가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은 제주도였다.




100만 원이 넘는 렌터카의 충격


여행 준비의 순서는 늘 같았다. 목적지가 정해지면 항공권과 숙소 예약이다. 그런데 제주에서 한 달을 보내려면 숙소만큼 중요한 게 있었다. 바로 차였다. '제주 렌터카'를 검색하니, 눈앞에 뜬 금액에 허걱했다. 여름 성수기라 그런지 100만 원이 넘었다(2021년 7~8월 기준). 이번 여행은 결혼 10주년을 놓친 아쉬움에 특별한 의미를 두고 싶어 꽤 비싼 숙소까지 예약한 상태였다. 국내여행에서 돈을 이렇게까지 쓰나 싶어 순간 자책했다.


pexels-olly-3784324.jpg 출처 : pexels.com의 Andrea Piacquadio 사진


우리 차를 제주로 보내다


렌터카를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빌릴 방법을 찾다 우연히 '탁송서비스'를 알게 됐다. 원래는 육지에서 제주도로 이사할 때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우리 차를 제주도에?' 상상조차 못 했던 방법이었다. 기사님이 집까지 오셔서 직접 우리 차를 몰고 목포나 완도로 가신 후, 배를 태워 제주도로 보내주고 우리는 공항에서 차를 픽업하면 되는 구조였다. 세상에 이런 서비스가 있다니. 게다가 비용도 놀라웠다. 서울 출발 기준 왕복 50만 원. 렌터카 비용의 반값이었다.




글을 쓰면서 chat GPT로 검색한 내용이다.

(제주 공항에서 차량 픽업기준)


① 기본 절차


- 예약 : 서울 출발 시점에 탁송업체에 신청 → 집(또는 지정장소)에서 기사님이 차량 인수.

- 차량 운송 : 기사님이 서울→목포(또는 완도)까지 운전 → 차량을 카페리에 선적 → 제주도로 이동.

- 제주 도착 : 탁송업체 기사님이 제주항에서 차량을 받아 공항까지 운전해 둡니다.

- 공항 인도 : 제주도 공항 도착 시, **출구 앞(주차장 등 지정장소)**에서 차량을 직접 전달받음.


② 비용 구조


- 서울→제주 탁송비 + 선적비 포함된 패키지.

- 제주공항 인도 서비스료는 보통 추가 비용 없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지만, 업체마다 ₩1만~2만 원 정도 추가되는 경우도 있음.

- 결과적으로 왕복 총액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약 50만~70만 원대 (차종·옵션 따라 달라짐).




짐을 미리 보내다


제주도 여행이 꼭 한 달이 아니더라도, 일정이 길다면 비싼 렌터카보다 탁송서비스가 훨씬 경제적일 수 있다. 특히 성수기에는 그 차이가 더 크다. 그런데 진짜 장점은 따로 있었다. 바로 짐을 미리 차에 실어 보낼 수 있다는 것. 비행기 수화물은 무게를 조금만 초과해도 추가요금이 붙지만, 탁송서비스에는 그런 제한이 없다. 캐리어는 물론 돗자리와 텐트, 에어프라이어, 보냉가방까지 차에 가득 채워 넣었다. 짐을 싸면서 몇 번이나 "이거 너무 좋다"를 외쳤는지 모른다. 여행 짐을 싸며 스트레스 없이 신나기는 처음이었다.


낯선 제주, 익숙한 차


제주도로 가는 날 아침, 아이들이 물었다.

"우리 한 달 살기 가는 거 맞아? 짐이 너무 없는데?"

"이게 다 엄마 덕이지." 나는 잘난 척하며 대답했다.

공항 주차장에서 멀리 우리 차가 보이는 순간, 낯선 제주가 단번에 친숙해졌다. 아이들이 “진짜 우리 차네!” 하며 뛰어갔고,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음악을 크게 틀고 제주도 한복판을 달렸다. 괜스레 신이 나서 창문을 열고 맞은 바람마 특별했다.




제주바다.jpg


'따봉'으로 시작한 한 달


첫날, 미리 검색해 둔 맛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제주 한 달 살기 첫날이니까, 먹고 싶은 거 다 시켜. 엄마가 렌터카 비용을 아꼈거든."

큰소리 뻥뻥 친 내 말에 아이들은 따봉을 날렸고, 남편은 옆에서 웃으며 "아낀 돈을 꼭 다 써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하며 농담인 듯 진담을 건넸다.

그렇게 웃음 속에서 우리 가족의 제주 한 달이 시작됐다.

비싼 렌트카 대신, 익숙한 우리 차로 시작한 제주 한 달. 그 출발은 경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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