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음 세대를 위해 물려드려야 할 것

미라글모닝 [환경오염]

by FreedWriter

어릴 때 우리 집은 시내를 살짝 벗어난 외곽의 단독주택이었다. 한 시간이 마을버스 2대가 지나가고 200여 미터 걸어가야만 구멍가게 하나, 인근에는 조금씩 떨어져 있던 이웃들과 집 앞에는 조그마한 시냇물이 흐르는 그런 곳이다.


초등학교 시절, 방학 때가 되면 친척 동생이 놀러와 한 달 정도를 함께 놀며 지냈다. 맞벌이하시는 고모님의 아들이었는데 3살 차이 남동생이면서 친구처럼 지냈고, 특히 앞에 시냇물, 소위 말하는 개울가에서 가재를 잡던 시절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때는 가재라는 동물은 물가 어디서든 다 있는 그런 흔한 동물인 줄 알았다. 집 앞개울 말고도 개울을 따라 내려가면서 돌만 들춰도 바쁘게 움직이는 가재들이 흔했기 때문이다.


가재는 1급수. 정말 깨끗한 수질인 곳에서만 사는 줄 당시에는 꿈에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여름에는 그 개울에서 물장구치고 많은 양은 아니지만 입속으로 들어가도 크게 개의치 않았고, 겨울이면 내리는 눈을 입속으로 바로 받아먹어도 문제없던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아요^^;)


그렇다. 당시인 90년대 초의 시절은 자연친화적이었다고 해야 할까. 자연이 주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서 동화된 듯하다. 내 어릴 적 소중한 추억 중 하나이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아직도 그곳에 계신 부모님 댁을 가보면 그 냇가의 크기는 바뀌지 않았지만 어릴 적, 그렇게 많았던 가재들은 모습을 감춘지 오래다. 눈이 내리면 받아먹으면 안 된다고 나의 자녀를 다그치기 바쁘다. 나의 두 자녀들은 나의 어릴 적 경험들을 해보지 못한다. 그런 추억과 낭만 대신 더운 날씨를 피해 인위적인 힘을 발휘하는 에어컨의 바람과 함께 하기만 한다.


아쉽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것만 주고 싶은 자녀들에게 내가 어릴 때 즐겼던 환경을 줄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이 말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면 황사라는 무시무시한 흙바람 때문에 나가 놀지도 못하고, 황사가 걷힐 무렵에는 무더위로 바깥 활동에 제약이 생기고, 그나마 잠시 스쳐가는 가을을 즐기려면 눈 깜박할 새 지나가고 극강의 추위를 견뎌야 하는 겨울까지. 내 어릴 적 좋았던 환경을 내 자녀들과 공유할 수 없는 현실이 아쉽다.


내가 그랬다. 나부터 그랬다. 그 좋았던 주변 환경을 물려줘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다. 쌓여가는 플라스틱 더미, 더위를 피하기 위해 틀었던 에어컨까지. 내가 한 행동들이 자녀들에게 영향을 미쳐버렸다.


그나마 최근에는 사회적, 세계적 이슈로 받아들이고 환경을 지키기 위한 많은 노력들을 정부, 지자체, 기업까지 고민하고 방향을 제시하고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나만 편하면 되는 그런 이기적인 생각보다 더불어 살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지금부터라도 함께 하는 삶을 공유해서 우리 다음 세대들에겐 지금 보다 조금 더 나은 자연환경에서 살 수 있으면 하는 바람에 나부터 환경지킴이를 시작하자.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2화세상 편리한 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