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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테이 식구들

by 조이제주

빅토리아 섬 안에 빅토리아 대학교가있다. 집에서 대학교까지 버스로 30분 정도 걸렸다. 내가 신청한 건 빅토리아대학교 어학연수 프로그램인데 미리 학교에서 홈스테이 신청을 받고 집을 지정해주었다. 그 집에는 방이 3개가 남아서 나 말고도 두 명의 학생이 더 지낸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캐네디언 부부와 한 살짜리 아이와 함께 중국인 한명, 일본인 한 명, 그리고 한국인인 나까지 총 6명이 함께 살게 되었다.


캐나다에서 만난 첫 식구들이자 친구들이었다. 서로 한국 이름, 일본 이름, 중국 이름을 소개했다. 중국인 친구는 Chloe, 일본인 친구는 Sachi 라고 했다. 나는 한국인 Joohee 라고 소개했다. 우리는 서로 한국어/중국어/일본어를 전혀 하지 못하기 때문에 집안에서는 영어를 쓸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공통언어는 Only Enlgish 였다. 친구들이 두 명이나 생겨서 그런지 학교생활이 든든했다. 친구들과 함께라면 OT날도 무섭지 않다. 거의 매일 아침 같이 도시락을 싸고 학교 버스를 기다렸다. 우리는 주로 페이스북 메시지로 소통을 했다. 캐나다 번호를 개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왠만하면 페이스북 메시지로 어디에 있는지 서로 알려주었다. 시골인지라 버스 시간이 잘 맞지 않으면 오들오들 떨며 1시간가량 기다리기도 했다. 그러다 셋이 쫄랑쫄랑 집에 걸어온 날도 있었다.




캐나다 홈스테이 시절 남의 집에서 함께 살며 불편한 점들이 많았다. 한 살 아기 키라는 오전 6시부터 일어나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아이였다. 그리고 밤에는 새벽 2~3시에 깨서 집이 떠내려가라 울곤 했다. 우리 방에는 항상 귀마개가 있었고 어쩔수 없이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했다. 공용 냉장고에는 항상 자기 이름을 붙여놓았다. 까먹고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내 요거트가 사라진다. 캐나다는 어디에서나 Saving the water 모드였고 누구나 10분 안에 샤워를 완료해야 했다. 설겆이거리는 싱크대에 물을 받아서 담궈놓는데 퐁퐁 한 방울을 떨어뜨린다. 그 많은 그릇을 세척하는데 퐁퐁 한 방울이면 오케이라고 했다.


함께 살다보니 불편한 점이 있지만 또 북적북적 즐거운 날도 있다. 홈스테이 맘 안드레아의 친척들이 놀러오면 종종 마당에서 바베큐파티를 했다. 중국인 클로이를 따라 만두를 빚어서 먹거나 내가 리드해서 떡볶이를 해먹는 날도 있었다. 한인마트에 같이 장보러 가면 그렇게 신이 났다. 참 신기했다. 주말에 모여 여행을 가기도 했다. 날이 좋으면 다운타운 비컨힐파크(beaconhill park)를 걷기도 했고 샌드위치를 싸서 피크닉을 다녔다. 캐나다에는 정말 키가 어마무시하게 큰 나무들이 많았다. 나무들 사이를 따라 걸으면 그 끝에 에메랄드 빛 호수가 나온다.


낯선 곳에서의 생활이 외로우면서도 외롭지 않았다. 그야말로 작고 포근한 Sweet Home이었다. 우리는 저녁시간에 주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홈스테이 마미(Andrea)와 대디(Des)는 말이 빠른 편이었다. 우리는 보통 띄엄띄엄 알아들었다. 가끔씩 아예 잘못 알아들어 반대로 행동해서 서로 당황하는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눈치껏 바디랭귀지와 동물적 감각을 사용해 어떻게든 알아들었다. 여기서는 버벅버벅, 지지직 대면서 어떻게든 영어로 소통을 해냈다. 거의 매일 기적에 가까운 소통방식이었지만 괜찮았다. 그러려니.. 하기 시작했다. 사방팔방에서 영어가 들리고 버스와 간판, 책까지 모두 영어가 보이는데 음.. 그것도 뭐 그러려니.. 괜찮았다. 영어를 쓰면서 사는 날들이 처음으로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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