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엄마의 파스타

사실 니네 엄마 이름은 폰타나란다

오전에 아이들과 국내 최대 규모 미술대회에 갔다가 찜을 찌려는 더위에 질리고 말았다. 그림도 대충 그리고 체험 부스도 하는 둥 마는 둥, 얼른 동네 도서관으로 이동해 애들 굴리고는 외출하느라 쑥대밭이 된 집에 돌아와 급히 저녁을 해 먹어야 했다. (곳곳에서 목격한 엄마, 아빠가 총출동한 가족의 모습은 조금만 부러웠다.)

밥솥에는 23시간째 보온 중인 밥이 있었지만 집에 반찬이 딱히 없었다. 이럴 때 나의 선택은 바로 파스타. 기력이 있을 땐 십자 칼집을 넣고 데쳐서 껍질도 벗긴 토마토와 편으로 썬 마을을 올리브유 두른 팬에다 볶고 어쩌고 저쩌고를 해서 엄마표 파스타를 만들지만 오늘은 면 삶을 냄비를 올려놓고 얼른 폰타나에서 나온 파스타 소스 한 병을 뜯었다.

처치 곤란이던 방울토마토 네 알, 저번에 먹고 애매하게 남은 오리고기, 어제 데친 브로콜리 두 송이가 보여서 대충 섞어 주었을 뿐인데 과연 시장이 반찬인지, 애들 것부터 먼저 접시에 담아 먹이고 내 파스타도 막 담으려는데 뒤통수에 공주의 칭찬이 날아와 꽂혔다.

와~ 엄마,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맛이에요~

왕자도 뒤질세라 찬사를 보냈다.

"맞아, 맞아! 역시 우리 엄마 파스타는 항상 최고라니깐!"

우리 엄마 파스타는 어떻게 이렇게 항상 맛있을까, 엄마는 정말 최고의 요리사야, 엄마는 식당을 해야 해ㅡ파스타를 머금은 아이들 입에서 칭찬이 무슨 영수증 나오듯 줄줄이 출력되었다.

몹시도 피곤한 하루였다. 비타민 같은 아이들의 칭찬에 피로가 씻은 듯이 가셔서 좋았다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니네 엄마 이름은 오늘부터 폰타나라고, 실패가 성공보다 더 어려운 폰타나 사랑해요를 속으로 중얼거리려니 배실배실 웃음이 나왔다.

싱크대에는 소스 잔뜩 묻은 냄비와 접시와 식기가 쌓여 있고 아직 집도 하나도 못 치웠지만 그러면 뭐 어떤가. 조금 이른 저녁을 먹었고, 일용할 글쓰기를 마쳤고, 음식물쓰레기가 되기엔 아까웠던 재료 두 개도 해결했고, 애들 엄마는 폰타나라는 써먹을 일 없을 예쁜 이름도 생겼다.

예나는 선정이 딸이고, 이거는 애들 엄마 폰타나가 만들어 준 파스타.

(이미지 출처=Freep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