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도비 Jul 14. 2023

술고래의 운동법

내 트레이너쌤은 맥주예요

여름이다. 살을 빼려고 했더니 체중이 늘었다는 어느 작가님도 겪은 몹쓸 기적이 나에게도 일어났다. 이상하게 체중이 야금야금 늘어서 막달 몸무게가 되려고 하길래 왜 그럴까 생각했는데 여름 되고서 가끔 마시는 맥주가 원인인 듯했다.


자기 전 약을 먹기도 하거니와 도수 2%짜리를 마시는 거라 무슨 문제가 될까 했는데 생각해 보니 요즘엔 친구들도 만나면서 내 생각보다 조금 더 마신 게 아닌가 싶었다. 마요네즈와 쯔란이랑 한 세트인 황태포튀각도 잘못이 많다. 술고래라기보다는 술뱅어에 가까운 나 자신. 이대로 몸무게 앞자리가 바뀌는 꼴을 볼 순 없었다.


그래도 일찍이 "이제 힘든 건 안 하고 살고 싶어요." 하고 트레이너쌤한테 말한 바 있듯 격한 운동은 하기가 싫었다. 이도 싫고 저도 싫은 내가 선택한 건 바로 맥주 한 캔이 먹고 싶어지면 가서 맥주 한 캔어치의 칼로리를 태우는 일.


아이들 재우고 운동하러 가면 스트레칭만 간단히 한 후 운동량을 숫자로 뙇 알려 주는 트레드밀이나 스텝밀에 곧장 올라가고, 130kcal를 태우면 미련 없이 내려온다. 그리고 고작 노래 몇 곡짜리, 판다 영상 두어 개짜리 운동에 성공한 날이면 근처 편의점에 들르거나 집에 와서 한 캔을 딴다. 나는 마실 자격이 충분해.   


나만의 계산법은 똑같은 일도 더 즐겁게 만들어 준다. 나는 거리나 시간을 말할 때는 일부러 노래 몇 곡으로 대충 말하기를 좋아한다. 도보로든, 차나 자전거로든 그리 긴 시간 이동하는 게 아닐 때는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도 종종 쓰는 표현인데 몇 분, 몇 킬로미터로 말하는 것보다 조금 더 낭창하고 베짱이 같아서 좋다.


살이 찌는 바람에 기분은 별로지만 덕분에 새로 고안한 운동법 및 소모 칼로리 계산법. 오늘 나는 내가 요즘 좋아하는 맥주 두 캔치 칼로리를 태우고 왔고, 딱 한 캔만 마셨다.  




내가 마신 건 330ml짜리.


막간을 이용하여 타이거 라들러 레몬을 소개해 본다. 싱가포르 출신이고 하이네켄코리아에서 수입하는 아이인데, 도수가 2%에 지나지 않아 나처럼 그냥 기분만 조금 내고 싶을 때 찾으면 딱인 라거. 100ml당 41.6kcal라서 (이런 건 정확하게 말함) 한 캔 다 마셔도 얼마 안 된다. (불리한 정보는 얼버무림.)


맛은 라거답게 가볍고 탄산이 강하면서도 레몬이 들어가서 쌍큼하고 달달하여 안주가 필요없다. 점심, 저녁은 물론이고 간식이나 야식과도 어울리는 맛.

매거진의 이전글 이혼이 두려운 당신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