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며 매일 들르는 커피집에 들렀다. 일곱시, 커피 마시기 좋은 시간이다. 오늘 아침 출근한 직원은 항상 나를 기억하고 내가 주문을 하기 전에, 다크로 핫이시지요? 라며 커피를 내어 준다. 이 시간에 돌아가며 출근하는 서너명의 아르바이트생 중에 커피를 가장 맛있게 내린는 친구이기도 하다.
작은 가게에는 쳇 베이커의 <Everything happens to me>가 흘러나왔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이 곡이 들어있는 Chet Baker의 앨범 <Ashes and Fire>를 헨드폰에 저장하여 놓고 밤에 글을 쓸 때 듣는다. "오, 쳇베이커네요! 에브리띵헤픈투미." 어린 알바는 깜짝 놀라며 "아니, 이 노래를 어떻게 아세요?"라고 묻는다.
음악은 세대를 대변한다고들 말한다. 세대에 따라 듣는 음악이 다르다는 말이이도 하다. 스무살까지 듣던 음악을 평생 듣는다라는 말도 있다. 어릴 적에는 또래가 듣는 음악을 따라 듣게 되고 어릴 수록 음악을 더 자주 듣기 때문이지 않을까. 쳇 베이커의 음악이 나온 때를 생각하면 "이 음악을 어떻게 아세요?"는 어린 알바가 아닌 내가 그녀에게 물어야 하는 말이다.
알바생은 출근하자마자 음악부터 듣는다고 했다. 아침에 음악을 듣는 것이 너무 좋다고. 나는 세대를 넘어 쳇 베이커를 듣는 그녀 앞에서 연장자의 체면을 세우려 아는 척을 했다. 아침에는 척 만지오니의 필소굿(Feel So Good)도 좋지요. 네? 필소굿이요? 한번 들어봐야 겠는데요? 모른다니 다행이다.
그녀가 카운터 앞에 놓인 컴퓨터로 음악을 바꾸자 척 만지오니가 부는 플루겔혼의 느라고 서정적인 전주가 흘러나왔다. 동이 터 오는 아침 시간에 어울리는 곡이다. 사실 음악만큼 세대를 넘어 공감할 수 있는 매게도 없다. 나는 이 불후의 명곡을 혼자서 천천히 감상하라며 커피를 들고 나와 사무실로 향했다.
빰에 부딪히는 차가운 공기를 느끼며 필소굿의 음을 흥얼거렸다. Nice music! Feel so g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