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부터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있다. 그러니까 난 ‘유튜버’다.
마치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만으로 ‘작가’로 불리는 것 같은 이치다.
영상을 6개 올려놓고 보니, 처음 기획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유튜브가 흘러가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유튜브를 시작할 땐 컨셉이 철학이었다.
일상에서 떠오르는 사소한 질문들이 있는데, 이 질문을 철학적 관점에서 대답해보는게 주제였다.
예를 들면 이런거다.
‘소신을 지키면서도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반영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솔직하게 말하되, 싸가지 없어 보이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다짐이 흔들릴 때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등의 질문이 불쑥불쑥 솟구친다.
앞서 세상을 먼저 살던 철학자들은 이 같은 질문을 품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나보다 훨씬 많은 질문을 하면서 살았던 니체와 칸트,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철학자들이 있다.
옆에서 이런 문제를 접했을 때 뭐라고 할까?
그렇게 해서 ‘취업 때문에 힘든 친구’, ‘이별한 분들을 위해서’ 등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다.
난 유튜브를 아무 기대없이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다. 뭔가를 시작할 때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입구에서는 아마추어 정신으로 무장한다.
잘되면 좋고 아님 말고를 되뇌인다.
이 생각은 초심자에게 부담감을 줄여줄뿐만 아니라 하고싶은대로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준다.
뿐만 아니라 아무리 허접한 결과물을 만든다 해도 부끄러움을 느끼는 감각을 마비시킨다.
영상 링크를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걸어두고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지인들이 하나둘 유튜브를 봤다면서 연락을 해왔고 그때서야 얼굴이 화다닥 달아올랐다.
덕분에 한달만에 구독자 100명 이상을 모을 수 있었다.
와! 좀 잘되고 있는거 아닌가?
문제는 엄청난 의욕이 생긴다는 것이다.
예전에 고등학생 때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와 비슷한 기분이다.
아무뜻없이 올린 블로그 글이 조회수가 올라가고, 댓글이 달리면 하루종일 뿌듯했다.
그럼 매일매일 다음 블로그 글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 습관은 대학생이 되고, 졸업 후에도 10년 이상 이어졌다.
그리고 나를 이상한 곳으로 데려갔다.
사람들은 내게 ‘모델 일을 하다 어떻게 기자가 됐나’고 물어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촬영장에 가서도 글을 썼다고 대답한다.
고등학생 이후로 쭉 블로그를 했고, 글을 썼다.
잡스엔 면접을 볼 때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는 말은 큰 가산점이었다.
결국 끝없이 창작하는 행위는 나를 결국 어딘가로 데려다준다.
퇴사 후 매일 글을 쓰고 유튜브를 찍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어떤 영상을 찍어야할지 고민한다.
또 영상 기획을 좀더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인강을 듣고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솔파-윤성원 감독이다.
이분에 대한 기사를 쓴 적도 있다. ▼
윤성원 감독은 영화감독을 준비했기 때문에 영상 수준이 정말 뛰어나다.
단순히 형식적 퀄리티에 그치지 않고 전달하려는 내용에 있어도 많은걸 생각하게 한다.
배우고 싶은게 많아 온라인 강의 플랫폼 탈잉으로 윤성원 감독님의 인강을 듣고 있다.
난 영상을 만드는 것이 글을 쓸 때와 비슷한 트루기를 가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상을 제작하는데에는 글 쓸 때와는 생각지도 못했던 계산법이 있었다.
이것 참 만만한 것이 아니구나.
초입을 조금 벗어난 단계에선 드는 자연스러운 생각이다.
유튜브 영상을 집에서 촬했었는데 자꾸 집안 인테리어나
영상에서 비춰지는 사생활 등도 예민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내용 역시 마찬가지였다.
첫 영상은 그냥 쓰고 싶은 말 한바닥 글쓰고 영상 어울리는것 짜깁기 했었는데
이제는 기획서란걸 쓴다.
여전히 그럼에도 쉽게 만들자는 다짐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부담을 갖지 말자는 마음 역시 그대로다.
이를 위해선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
고등학생 블로거와 같은 마음이면 충분하다.
10년 이상 블로그를 운영하던 습관은 기자로 일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유튜브를 한 10년 정도 하다보면 어떤 길이 열리게 될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무엇이 될지는 모르지만 어디론가 데려다 줄거란건 확실하다.
그러니까 계속 창작하고 배우는 것만 멈추지 말자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