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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아 Aug 09. 2024

나 보기를 역겨워하면 꽃길 만들어 고이 보내주자

내가 만든 사랑학 커리큘럼에는 이별법 실무서가 포함돼 있다.


사귀었던 연인과 사랑이 끝나고, 이별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잘 보내주는 법도 알아야 한다. 적용대상은 단순히 연애하던 연인 뿐만 아니라, 결혼을 했던 배우자까지 포함한다. 이별 사유가 불륜이건, 폭력이건, 도박이건, 상대가 죽어서건. 상관 없다. 이별하고 홀로 된 자신을 이전보다 더 사랑하는데 온 에너지를 써라.


사랑하는 사람의 진짜 얼굴은 나에게 다가올 때가 아니라, 

나에게 멀어지고 있는 뒷모습을 보일 때 알 수 있다.

그러니 이별하는 그 뒷모습에 뻑큐나 쌍욕을 날리는 행위는 지양한다. 기본적으로 시간낭비다. 또한 그는 당신이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다. 예쁘고 아름다운 추억도 분명 있다. 머리로 아는데 마음이 안따라준다면, 노래를 듣고 시를 읽어보자. 조금 진정될지도 모른다.


사랑학 마지막 챕터에는 김소월의 <진달래꽃> 이 별책부록으로 들어 있다.



진달래꽃 -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헤어질 때, 헤어지는 연인한테 쌍욕을 한다고 후련해지나? 돌이켜보면 그때 기억만 계속 잔상으로 남아 자기혐오만 더해질 뿐이다. 온라인상에 얼굴 모를 이들에게 같이 욕해달라며 뒷담을 깐다고 기분이 즐거워지나? 싸구려 공감이나 얻으면 다행이고 최악의 경우 '얘 지금 정신 상태 안좋구나' 냄새 맡고 사기치고자 달려드는 사기꾼만 꼬인다. 


사랑학개론에서 이미 말했듯, 사랑의 첫번째 단계는 자기 자신부터다. 욕도 아까운 사람들이 있는데, 굳이 욕까지 해가며 헤어져야 하나. 

또 이별을 하면 그간 했던 연애가 모두 시간낭비처럼 느껴진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건 혹시 연애의 목적이나 목표가 따로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물어보고 싶다. 결혼이나 뭐 받아내는거나 등등. 사랑은 그 과정 자체만으로도 모든 성장의 밑거름이고, 자양분이다. 아무리 나쁘게 끝났다고 해서 자신의 인생에 축적된 양분들이 모두 사라지나? 파괴되나? 진심을 다했다면 시간낭비는 또 뭐고 어제 자기였던 그 사람이 오늘은 내 뒷통수 후려갈긴 개새X는 다 뭔가 싶다. 이별은 당신을 이전보다 더 성장하게 해줄 것이고, 성숙하게 할 것이다. 그러니 눈물 같은 건 흘릴 필요가 전혀 없다. 김소월이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린다잖아.


이별도 사랑의 과정 중 하나다. 그러니 아름답게 만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이벤트다. 


당신이 날 역겨워한다면 진달래 꽃을 따다 가는 길에 뿌려준다잖아. 

그렇게 사랑을 하고, 그렇게 이별을 하자.


그래야 앞으로의 인생도 꽃향기 풍기며 살 수 있다.

마음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잘 헤어지는 이별법에 최선을 다 기울이길 바란다.

진심으로 그대를 위해 하는 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mYsbUH6Tn9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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