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는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 Market Hyphthesis)이라는 이론이 있다. 가격에는 시장 참여자의 기대가 이미 반영돼 있다는 뜻이다.
모든 시장 참여자가 완벽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때, 자산가격이 균형에 도달한다는 가설이기도 하다.
가설에서 정의하는 '완벽한 정보'란, 사실상 인간이 도달하기 불가능한, 이상향과도 같다고 많은 경제학자들은 결론을 내렸다.
이 이론이 나온 이후, 아무리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개인이라 해도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연구가 증명됐다. (워렌 버핏 또한 시장 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 펀드가 이긴다고 호언장담해 내기를 했고, 실제로 내기에서 이겼다.)
왜 그럴까?
왜 개인의 판단은 개인의 합이 만들어낸 가격을 이길 수 없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철학이 필요하다.
철학에는 불가지론이 있다. 일반적으로 어떤 명제에 대해 알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신이 있냐/없냐는 질문에서 시작해, 결국 인간 개개인이 인생을 살 때 같은 것을 보고 있는가/없는가에 대한 논의까지 넓어진다.
사람들은 모두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해석한다. 뜨거운 불을 보고, 무쇠솥 올려서 삼겹살 지글지글 구워먹는 상상을 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 불에 화상을 입었던 사람이라면 트라우마가 떠올라 자리를 피하거나 불을 끄려 할 것이다.
초반부터 머리 아픈 이야기를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제 다 왔다.
연애에 효율적 시장 가설과 불가지론을 대입해보려 한다.
만약 이 세상에 시간도, 공간도 초월한 어떤 무한한 광장이 있다고 치자.
광장 위에는 연애 시장에 뛰어든 모든 개개인들이 서 있다.
(물론 불가능하겠지만) 그 많은 개개인들은 서로에 대한 정보를 모두 꿰뚫고 있다고 쳐보자.
그렇다면 완벽하게 둘둘씩 매칭 되어, 커플로 탄생할 수 있을까?
한번 머릿속에 상상해보라.
저 끝에 있던 여와 남이 서로가 그동안 기다려왔던 완벽한 이상형임을 알아보고 전속력으로 뛰어가는 장면을.
그리고 마침내 두 손을 맞잡는 장면을. 그리고 그 옆으로는 계속해서 사람들의 매칭이 펼쳐질 것이다.
만약 대한민국 정부가 현재의 혼인율과 출산율에 대해 심각함을 느끼고 이런 특별 이벤트를 OECD 국가들과 손잡고 (이 세상엔 다부다처제인 국가들도 많다. 그래서 OECD 국가로 한정했다.) 기획했다고 치자.
그렇게 한다 해서 지금의 혼인율과 출산율보다 올라갈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이미 현 세태의 혼인율과 출산율 지수는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연애 시장 참여자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뜻과도 같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연애를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를 스스로 알고 있냐고.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시대보다도 마음만 먹으면 당장 연애를 시작할 수 있는 세상을 살고 있다. 엄마, 아빠, 또는 나이 차이가 얼마 안나는 친척들에게라도 물어보라. 손가락 몇번 꼼지락거려서, 소개팅 앱에서 데이트를 할 수 있는 상대를 고르는 세상이 왔다는 게. 연배 평균보다 일찍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는 평생 이런 세상이 올거라는 걸 상상도 못했고, 보지도 못하셨다.
소개팅 앱이 부담스럽다면 각종 SNS는 또 어떤가. 친구의 친구, 지인의 지인까지 파도타기(? 죄송하다. 싸이월드 적 시절 단어다.) 하다보면 발견할 수 있다. OO 마음에 든다고, 소개팅 주선해달라고 말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거다.
정보는 넘쳐난다. 하지만 아이러닉하게도, 그래서 더 연애도 안하고, 결혼도 안하고, 아기도 안낳는다.
한국인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니.
국가가 없어진다니.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사랑을 하지 않아서다.
왜 사랑을 하지 않게 됐을까?
돈이 없어서, 먹고 살 길이 막막해서,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서, 정치인들이 맨날 쌈박질만 해대서 등등...
무엇보다 미래에 기대가 없어서, 희망이 없어서다.
초반에 언급했던 바와 같이, 경제학의 효율적 시장 가설에는 모든 지수에는 '기대'가 반영돼 있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아내는 청년들이 그리는 미래에 대한 기대는 0.6(출산율)이다.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야 할지 나는 모른다. 이 글이 풀어내는 자리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고민은 해볼 수 있다. 그 고민의 일환으로 유치한 소개팅 잡썰이나 재벌가 이상형 같은걸 풀어내는 거다. 일말의 희망이라도 가지라고. 하지만 근본적인 치유책이 아니라는 걸 나도 안다.
시장 지표가 급변하려면 사건이 필요하다.
이렇게 가는 시나리오는 여러개다.
그냥 떠오르는 몇개만 단순하게 적어보려 한다.
-정말 똑똑한 지도자가 나타난다.
-기득권이 이권을 내려놓고, 청년들에게 길을 터준다. 이게 시스템적으로 마련된다.
(하지만 기득권이 왜 그러겠는가? 인간은 다 이기적으로 태어나 아무리 많이 가졌대도 더 가지려 한다. 본능이다. 그래서 바라지 않는게 좋다. 단순히 나이가 많다고 기득권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이 60%에 육박하는 나라다. 핵심은 나이가 많은게 아니라 말 그대로 기득권이다.)
-기존의 낡은 시스템을 모두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정착한다.
셋 다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해볼만 하다.
특히 1번.
똑똑한 지도자를 뽑는 건, 대한민국 국민이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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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이라 두서없이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글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오늘날 대한민국의 혼인율, 출산율 등 처참한 미래성장지표는 국민들의 심리와 기대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 이 지표가 반등하려면, 청년들에게 희망이 있어야 한다.
- 희망이 생기려면, 그나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똑똑한 지도자의 선출이다.
국가의 지도자는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을 반영한다고 했다. 개개인의 수준을 높이도록 하자.
결국, 내 채널의 처음부터 끝까지 하는 염불처럼 외는 말을 오늘도 한다.
사람 보는 눈 키우자.
https://www.youtube.com/watch?v=lOSF2vQDPiQ
사람 보는 눈을 키우는게 참 어렵더라구요. 그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알고 있나 확신이 안들다고 할까요.
정말 누군가 나를 사랑할 거란 기대가 없으니까, 연애 시도조차 못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럴땐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보시는 게 어떨까요? ^^ 마음 가는대로 솔직하게 움직이는게 제일 후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결혼 출산...
딸키우는 아빠로서
벌써부터 걱정이 되네요.
딸이 결혼 안한다고 할까봐~
ㅎㅎㅎ
ㅎㅎ 딸 키우기 고민 많은 세상이지요. 엄마로서 공감이 갑니다.
김지아님이 작가님 실명이신가요?
실명과 실물사진을 보니 더 신뢰감이 쌓이네요~^^
^^ 들러주셔서 고맙습니다.
흥미롭습니다. 시스템에 대한 비슷한 생각을 해본 적 있네요. 근데 국가 지도자 입장에서 필요하지만 차마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는 것 같더군요(사형 집행 같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