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미용의 관계

아마 자석의 양 극단

by 스몰빅토크

나는 모델 일이 없는 날엔 보조작가 일을 한다.


작가일을 할 때와 모델일 때의 나는 정말 다르고,

그런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마법처럼 바뀐다.


평소의 나는 곱슬머리카락을 마구 풀어헤친 채

쪼리샌들을 신고 에코백에 노트북, 수첩, 책 등을 찢어질 듯 담고

동네 카페 한 구석에서 작업을 한다.


당연히 화려하지 않고,

맨얼굴의 키 큰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못마땅하기까지 하다.


그러다 스케줄이 잡히는 날이면 하이힐을 신고 세상 꼿꼿한 자세로

워킹을 하고, 사진에 찍힌다.


모델일은 일 자체에 드는 시간보다 대기시간이 길어

책을 챙겨가려 하지만 예쁜 가방을 들어야 할 땐, 책조차 들어가지 않을 때가 있다.

미용에 필요한 화장품들을 챙길때면 가장 먼저 포기할 수밖에 없다.


가꾸고 관심을 기울이면 사람은 정말 변하는데,

일을 하면서 그런 사례들을 정말 많이 봐왔다.


극적인 변화를 가져다주는 성형수술 말고도

평소에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며 눈썹 모양을 바꾸고,

미용실에 드나들며 자신에게 잘 맞는 헤어색깔을 찾아내는 등의 일은

분명 활자보단 이미지에 가깝다.


시간과 정보, 그리고 돈이 있으면 가능하단 말이다.

연예인들이 데뷔 초와 비교해 몇 년 후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변신해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반면, 글쓰는 일은 자기 얼굴과 몸을 들여다보는 일보단

혼자 틀어박혀 노트북을 두들기는 작업을 해야하는데,

이건 모델로서 핫해지려는 노력과는 조금 멀리있다.


멋진 옷을 입고

패피들을 만나 놀면서, 핫플레이스에 가서 사진도 찍어야 하는데

나는 일 외적인 시간엔 안경쓰고 머리 질끈 묶고 드라마 대본과 씨름중이다.


하지만 모델이라는 직업은 세상에서 가장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직업이고

가장 현실적이며 세속적인 현장을 생생히 경험할 수 있다.


질투와 견제가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경쟁구도와

소매 한자락까지도 디테일을 살리려는 디자이너들과 포토의 작업정신을 보면서

세상의 치열함을 실감할 수 있는 또다른 일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나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는 시간이 끝나면

나는 다시 무릎나가고 늘어진 티셔츠를 입는 보조작가가 된다.


이 이중의 연극에 가끔 실소가 나올때도 있지만

아직은 두가지 모두, 내겐 정말 소중한 일이다.


비록 두 일의 성격이 전혀 다른것일지라 하더라도

좋은 기회가 왔고, 힘 닿는데까지 해보고 싶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입장에서의 얘기.

과연 그럴 자격이 되는가. 하는 질문에선 할말을 잃게된다.

두 개 다 잘 해내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서도 조금 난처하다.


하지만 일단은 가보는거지 뭐!

둘 중 하나가 나가떨어질 그날까지

두 노동이 주는 전혀 다른 욕망과 즐거움에 춤을 추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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