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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아 Jun 05. 2018

독전 : 약과 악의 이중성

스토리 위주의 후기

독전 후기, 질문 셋 
* 스포있음


© Free-Photos, 출처 Pixabay

1. 약의 이중성
사람을 치료하는 약
파멸에 이르게 하는 약

영화 초기 여고생의 말
"세상이 좆같아서 약을 한다"

현실을 잊은채
환각, 환상 속 세상에 의존해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영화는 그런 이들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2. 그들은 왜 스스로를 이선생이라고 주장했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마약조직의 리더 이선생.
영화에는 자신이 이선생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무려 아홉명.
 
마치 마약가가 환각이 현실이라 믿는것처럼,
그들은 증명할 수 없는 존재를 스스로 꾸며낸대로 믿는다.
영화 속 '진짜' 이선생이 응징하는 이들이다.

영화의 영어 제목은 'The Believer' 
즉, 개인의 사고와 믿음에 관해 질문을 던지는 영화.

"우리나라 사람들은 틈만 있으면 다른 사람 행세를 해요.
진짜 자기 모습은 뭔지도 모르면서" - 영화 독전 中
 
스스로 이선생이라 주장하는 
'브라이언 리'의 본래 직업은 사이비 종교의 교주였다.
영화는 비판적 검증이 결여된 맹목적 믿음과 추종이 얼마나 위험한가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3. 진짜 이선생의 정체, 그는 왜 '선생'이라 불렸을까?
이선생은 국내 최대 마약조직을 운영하는 악한 존재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살인을 서슴지 않고
국내외 거액의 마약류를 밀반입해왔다.

영화 배경이 설정하는 '이선생'은 희대의 악역이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등장인물 중 이선생보다 인간적인 캐릭터는 없다.
그가 지키고자 했던 유일한 동료는 귀가 들리지 않고 말못하는 농아남매와 다친 개.
부모의 죽음에 가슴 아파하고, 복수하고자 하는 휴머니즘 가득한 인물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선생은 대체 그동안 무엇을 위해 마약을 팔아왔던 것일까?
단지 생계를 위한 수단이었던 것뿐일까?

진짜 부모도, 이름도 없었던 그가 
자신을 이용하려는 탐욕스러운 어른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던걸지도 모른다.

이 영화에는 네명의 청춘이 나온다.
이선생, 농아남매, 그리고 죽임을 당한 여고생.
대항하지 않으면 어른들에게 희생당하고 마는 연약한 생명.
환각을 파는 '약'은 청춘이 소유한 유일한 대항품이었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이선생의 믿음만은 배신당하지 않는다.
그는 형사를 믿고, 농아남매와의 의리를 믿고, 자기 자신을 믿는다.
그 믿음이 결국 관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 
그 의미가 그를 이'선생'으로 만드는게 아닐까.


© bbevanda, 출처 Unsplash

***
영화의 결말 해석 :

가짜 이선생의 죽음으로 진짜 이선생의 존재도 끝이 난다.
형사는 마지막까지 이선생을 쫓는다.

진짜 이선생은 속세를 떠나 고요하게 은둔한다.
상처입은 개와 귀가 들리지 않는 남매와 함께.

한발의 총성이 영화를 메우고.
총성이 들리지 않는 농아남매는 불가에서 즐겁게 장난을 친다.

복잡하고 위험한 현실을 살아가는 방법은 
외부의 폭력적인 메세지를 차단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 아닐까.

나만의 독전 해석법을 얹어보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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