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miss you

3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희서는 축축함에 눈이 떠졌다. 사방이 어두웠다. 손을 뻗어 더듬어 보려 했지만 생각만큼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 뭘까. 어떻게 된 걸까. 고개가 옆으로 돌아가 바닥에 닿아있는 왼쪽 귀로 이상한 소리들이 메아리쳤다. 땅이 아우성치는 것 같았다. 일어나려는데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하늘을 향해보려 안간힘을 쓰다가 자신이 어딘가에 끼어 있음을 깨달았다.


손끝부터 발끝까지 움직여보았다. 감각은 살아있는지 끝부분이 움찔 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수환은 카페에 도착했을까? 아니지. 희미했던 기억이 천천히 살아났다. 전화를 받으려고 가방에 손을 넣던 순간 세상이 흔들렸다. 테이블 밑에 숨어 들어가려 애를 썼지. 그렇다면 지금 테이블 밑에 끼어 있는 게 분명하다. 건물이 무너졌을까?


“저기요. 누구 없어요?”, “여보세요.”, “누구 대답 좀 해봐요.”


소리를 질렀지만 엎드려 있어서인지 목소리가 크게 나오지 않았다. 어디선가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희서는 눈을 감았다. 저 멀리서 바람 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바람 부는 한강의 모습을 떠올렸다. 수환과 함께 거닐던 곳들. 그가 여기 어딘가에 있다면 한 번이라도 좋으니 만나고 싶었다.


“수환 씨!”


있을 리가 없었다. 자전거만 고장 나지 않았더라도 시간에 맞춰왔을 텐데. 미리 오지 않았다면 수환과 좀 더 가까운 곳에 있었을까? 아까 전화가 왔었는데. 가방 속에서 붕붕 거리던 전화기가 생각났다. 손 끝의 감각에 집중해서 더듬을 수 있는 곳은 다 찾아보았다. 어디로 튕겨간 모양이었다.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움직일 때마다 몸에 남은 힘이 새어나가는 것 같았다. 고개를 들고 있기가 힘에 부쳐 다시 옆을 보는 상태로 바닥에 누웠다. 가만히 있으니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 어떻게 하더라. 눈물이 나오려 했다.


“울지 마. 괜찮아.”


입 밖으로 내뱉으니 좀 나았다. 최대한 힘을 비축하려고 잠시동안 가만히 있었다. 어두운 곳에서 눈을 뜨고 있는지 감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가 계속되자 잠이 왔다. 또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삐그덕 대는 소리와 함께 다시 땅이 흔들렸다. 머리를 감싸고 몸을 움츠리려고 애썼다.


하수구에서나 나는 냄새가 사방에서 풍겼다. 멀리서 땅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꼭 어디서 대포라도 쏘고 있는 것 같았다.


“여보세요!”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계속 소리를 질렀다. 몸이 늪에라도 빠진 것처럼 가라앉는 것 같아서 팔다리를 끊임없이 버둥거려야 했다. 입으로 진흙 같은 물이 들어왔다.


희서의 머릿속에 아까 쓰던 편지가 떠올랐다. 어떤 말을 쓸지 고민하느라 제대로 끝맺지 못했다. 젖지 않고 남아있으면 좋으련만. 아쉬운 생각을 하니 기분이 우중충해졌다. 희서는 수환과의 즐거웠던 일을 떠올리기로 했다. 수환과의 첫 만남을 떠올리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입안에 진흙물이 흘러들어와 뱉어내면서도 즐거웠다.


그녀가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하던 시절 갈림길에서 방향을 꺾지 못해 벽에 들이받은 일이 있었다. 브레이크를 언제 잡아야 하는지 몰라서 달리던 속도 그대로 박아버렸다. 속도가 빠르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넘어져서 어쩔 줄 모르는 희서를 병원으로 데려다준 것이 수환이었다. 그는 근처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이었다.


그것이 인연이 되었다. 둘은 함께 밥을 먹고 데이트를 하며 호감을 쌓아갔다. 얼굴이 내내 축축했다. 눈물 때문인지 입으로 들어오는 물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디선가 흐르는 물소리가 자꾸만 멀어지는 것 같았다. 점점 입으로 들어오는 진흙물을 뱉어내는 것이 버거워졌다.


“수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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