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한국의 많은 공간들은 그 성격이 바뀌었다. 물론 코로나 이전부터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물건을 많이 샀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해졌다. 예를 들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0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19.1% 증가했다. 오히려 사람들은 오프라인 공간에 더욱 질문을 던졌다. '왜 우리가 이 공간에 나와야 하지? 집에서 유튜브나 넷플릭스 보는 게 더 좋은데 말이야.' 이는 넷플릭스 한국 가입자 수가 2020년 한 해 동안 약 340만 명 증가한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즉, 오프라인 공간은 사람들에게 왜 공간에 와야 하는지 전해야 했고, 온라인에 퍼진 수많은 콘텐츠들과 경쟁하는 모습에 직면했다. 게다가, 무한한 공간을 지닌 온라인과 다르게, 오프라인은 한계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들과 브랜드들은 공간에서 브랜드가 추구하는 철학, 가치 등을 재밌게 풀어내야 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브랜드들은 다양한 전략을 시도했다. 하지만 오프라인 공간은 새로 만드는 건 큰 돈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자연스럽게 브랜드들은 집객이 좋은 공간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기 시작했다. 성수동에서는 카페젠느, 프로젝트 렌트를 비롯해, 코로나 이후부터 팝업스토어가 계속 늘어났다. 예를 들어, 카페젠느는 2020년 이후 매달 새로운 브랜드와 협업하여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더현대서울도 마찬가지였다. 개장 이후 1년 동안 100개 이상의 팝업스토어를 선보였고, 이는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신세계 강남은 집객력을 더 높이고, 공간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디저트 전문 매장인 스위트 파크를 만들어, 공간활용도와 집객력을 높였다. 이는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고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변모한 좋은 사례다. 이처럼 브랜드들은 팝업공간을 통해 브랜드만의 경험을 전하고자 노력했다. 이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과 가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온라인에서는 얻기 힘든 차별화된 경험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도쿄만 해도, 사람들은 쉽사리 밖에 나오지 않았다. 일본 총무성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도쿄의 외출 빈도가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일본인들도 넷플릭스를 포함해 온라인 콘텐츠를 즐겼다. 실제로 넷플릭스 일본 가입자 수는 2020년에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 이전에 방문한 도쿄에서도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영상을 보고 있었다. 다이칸야마의 명소인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사이트의 라운지에서도 사람들은 자리에 앉아 넷플릭스를 보고 있었다. 이는 이미 디지털 콘텐츠 소비가 일상화되어 있었음을 보여준다.
시부야의 터줏대감인 시부야파르코는 이러한 흐름은 진작부터 알아봤다. 그들은 성별로 나누던 각 층을, 브랜드와 테마로 나누었고, 팝업공간을 만들고, 각 브랜드 간의 공간경계를 최대한 줄이는 데 집중했다. 이는 고객들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다양한 브랜드를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브랜드 간 충돌해 사람들이 더더욱 흥미를 느끼도록 만들었다. 특히 지하 1층의 카오스 키친은 갤러리, 콘돔가게, 속옷가게, 음식점, 음반가게를 섞어 놓을 정도였다. 이러한 독특한 구성은 방문객들에게 예상치 못한 발견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최근에는 도쿄 내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한국패션 등을 더더욱 소개하기 위해 현대백화점과 팝업매장을 시부야파르코와 나고야에서 열기도 했다. 이는 한일 트렌드 교류의 새로운 형태로, 양국의 패션 트렌드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일본 백화점의 다크호스인 마루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비즈니스모델을 핀테크로 바꾸고, 유통으로 여겨진 백화점을 임대모델로 바꾸었다. 이는 전통적인 백화점 모델에서 벗어나 더 유연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여기에 서브컬처와 다양한 체험형 매장들을 입점시켜 집객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예를 들어, 애니메이션 캐릭터 샵, VR 체험존 등을 도입하여 젊은 고객층을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긴자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긴자식스는 2022년 테넌트의 일부가 계약이 만료될 때, 테넌트들을 대거 젊은 브랜드로 교체했다. 이는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백화점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려는 시도였다. 또한 매장 내 브랜드들도 긴자식스 측에 체험형 공간을 만들기 위한 공간 확보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는 한자리수에 머물던 긴자식스내 20,30대의 매출을 두자리대로 크게 상승시켰다. 이는 단순히 상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것을 넘어,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직접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렇듯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공간은 온라인과의 경쟁 속에서 독특한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관찰되는 현상으로,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브랜드 경험과 문화적 교류의 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 도쿄의 주목할 만한 체험형 매장들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판클(FANCL)은 일본의 대표적인 화장품 및 건강식품 브랜드다. 판클의 가장 큰 특징은 '무첨가 화장품'이다. 이는 피부에 불필요한 성분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의미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피부에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피부 본연의 기능을 살리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 철학은 판클의 모든 제품 라인에 반영되어 있다. 판클은 무첨가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통해 제품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피부침투성이 뛰어난 방부제 없는 '나노캡슐'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미용성분을 피부에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사용되며, 판클의 제품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판클은 스킨케어 제품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제품을 제공하여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스킨케어 제품으로는 BC 세안 크림과 같은 기초 화장품을, 건강식품으로는 칼로리 커팅 건강기능식품 '칼로리 미트'를, 그리고 색조 화장품으로는 아이섀도 등의 메이크업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은 판클이 단순한 화장품 브랜드를 넘어 종합적인 뷰티 및 웰빙 솔루션을 제공하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판클은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020년 7월부터 160회 이상의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여 40~50대 여성 고객층을 타겟팅했으며, 건강기능식품 등을 통해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기린 홀딩스와 제휴하여 차 관련 제품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판클은 기린홀딩스에게 완전히 인수되어, 기린홀딩스의 자회사가 되었다. 이러한 전략들은 판클이 기존 고객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장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판클은 긴자의 플래그십 스토어에 체험형 매장을 만들었다. 신주쿠에서는 AI를 활용한 체험형 매장을 만드는 데 집중한 반면, 긴자점은 기술보다는 '경험'을 중심으로 한 매장을 구성했다. '무첨가 화장품'이라는 컨셉을 가진 판클은 공간 전체에 '음식'을 강조하는 것에 집중했다. 이는 내면과 외면을 중시하는 브랜드 철학과 브랜딩 전략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시세이도와 비슷한 면이 많다.
긴자 매장에는 음식을 다룬 공간이 총 3곳이다. 9층의 레이와 혼젠에서는 판클의 발아 쌀이나 녹즙, 극미다시 간장 등의 식재료를 사용해 만든 음식을 제공한다. 티타임에 사용하는 주 재료는 현미다. 레이와 혼젠에서는 주로 재료 본연의 맛과 제철 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선보이는데, 이는 철저히 판클의 브랜드 철학과 맞추었다.
8층의 판클 포레스트 카페는 판클이 1999년에 설립한 장애인 고용과 활약을 추진하기 위한 자회사인 판클 스마일의 제품을 판매한다. 판클 스마일에서는 발아 쌀을 가루로 만든 글루텐 프리 쿠키를 생산하는데, 이는 한국의 베이베터와 비슷한 콘셉트다. 이곳에서 만든 쿠키 판매금 일부(1개당 50엔, 쿠키 가격은 200엔)는 사회 복지법인인 '방문의집'에 기부된다. 카페에서 파는 음료들은 판클 상품을 사용해 만든다.
지하 1층의 판클 브라운라이스밀에서는 현미를 주 재료로 사용한 이탈리안 요리를 선보인다. 밀가루를 많이 사용하는 이탈리안 요리에 판클 브라운 라이스 밀즈는 현미 발아 쌀을 사용해 글루텐 프리이면서 맛있는 이탈리안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건강에 신경 쓰는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건강한 메뉴를 실현하는 데 집중했으며, 현미와 밀가루를 혼합한 현미가루로 만든 생파스타를 매일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또한 매장에서 사용하는 현미를 사용한 글루텐 프리 현미 브레드도 판매하고 있다.
그 외에도 10층에는 스카이가든을 만들어 녹지가 적고 연필형 빌딩이 많은 긴자에서 녹지를 느낄 수 있게 했으며, 다양한 이벤트도 열고 있다. 헬스, 커뮤니티, 뷰티 스튜디오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판클 긴자스퀘어는 각 층별로 공간이 나뉘어 있어 공간의 통일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판클의 '무첨가' 철학을 '식재료 본연'이라는 음식의 요소에 반영해 독특한 공간 콘텐츠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특징이다.
판클은 무첨가 화장품이라는 독특한 포지셔닝과 지속적인 혁신, 다양한 제품 라인업, 그리고 혁신적인 마케팅 전략을 통해 일본 화장품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종합적인 접근 방식은 판클이 변화하는 뷰티 산업에서 계속해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시부야베이스는 마루이그룹이 운영하는 시부야 모디에 있는 체험형매장이다. 시부야베이스는 성수동의 프로젝트 렌트와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마루이가 체험형 매장을 만들기 시작한 이유는 ‘경험이 중심이 된 커머스’ 그 자체가 시대가 요구한 변화라고 생각했기때문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마루이로 하여금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는 브랜드들에 눈을 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들은 D2C와 구독모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과 제휴해 마루이백화점의 매장들을 체험과 커뮤니티의 장소로 만드는데 집중했다.
그 중에서도 주문제작 정장 브랜드인 'FABRIC TOKYO'와 개인화 샴푸 'MEDULLA'의 성공은 마루이백화점이 체험형매장을 대표하는 백화점이자, 경험을 중시하는 백화점이라는 사실을 견고하게 만들었다. 패브릭도쿄는 정장의 치수체크를, 개인화 샴푸인 메듈라는 헤어 카운슬링을 현장에서 제공했다. 두 브랜드는 매장에서 물건 판매는 하지 않았으며, 구매는 인터넷에서 구매가 가능하도록 매장을 만들었다. 이 두 브랜드의 성공은 마루이가 체험형 공간을 만드는 데 주저함이 없게 만들었다. 동시에 마루이백화점은 D2C브랜드들의 오프라인 브랜딩을 돕는 역할도 자처하게 만들었다. 시부야베이스는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매장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BASE와 협업으로 만든 시부야 BASE다. 현재 이곳에서는 온라인을 중심 브랜드들을 며칠마다 전환하면서 소개하는 팝업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의류, 잡화, 음식 등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들을 브랜드 직원들과 이야기하면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다. BASE에는 실제 점포를 가지지 않는 브랜드가 많다. 즉, 오프라인으로 손님을 만난 적이 없는 브랜드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의 카페24와 마플. 조금더 확장하면 에이블리와 지그재그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마루이와 베이스는 이 부분에 집중했다.
마루이는 단기로 운영되는 오프라인매장. 시부야 베이스의 팝업매장이 이러한 온라인 브랜드들에게 마케팅과 더불어 브랜드 자체에 동기 부여를 줄수 있음을 발견했다. 브랜드가 자신들의 팬들과 소통하면서 브랜드감도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팝업을 통해 브랜드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만들 수 있고 오프라인 점포를 만들 때 필요한 상품의 디스플레이를 결정하고, 재고, 제조, 상품라인업들을 재검토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디지털 마케팅에서는 할 수 없었던 자세한 브랜드경험을 기존고객들과 신규 새로운 고객들에게 할 수 있다. 또한 브랜드가 추구하는 세계관을 보다 구체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본 시부야 베이스의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하지만 마루이는 이 부분에 집중하지 않았다.매장자체가 사람들이 반드시 지나가는 위치에 만들었다. 내가 방문했을때는 온라인에서 비건 타르트를 판매하는 Mapleraw의 팝업카페와 패션과 쥬얼리 브랜드의 팝업이 열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 시부야 베이스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시부야 에포스카드부스,전시회부스와 같이 마련된 시부야 베이스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한번씩 만나고 가거나, 브랜드 직원이 자신들의 브랜드에 대한 반응을 직접 확인해보기에는 매우 좋은 공간이었다.
2023년 11월 일본 주세법의 개정은 일본 맥주업계를 변화의 소용돌이로 몰아세웠다. 새롭게 개정된 주세법개정으로 인해, 기존의 낮은 가격으로 많은 사랑을 받던 저가 맥주. 주세법상 ‘제3의맥주’로 불리던 품목의 세율이 올라갔기때문이다. 동시에 기존 메이저 맥주회사들의 프리미엄 맥주는 세율이 내려갔다. 이러한 변화는 가격인하가 어렵던 기존 메이저 맥부 브랜드 가격으로 승부를 낼수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사실 기존 메이저 맥주 브랜드들이 각기 다른 마케팅 혹은 제품전략으로 사람들의 경험을 사로잡는데 지중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예를 아사히맥주였다. 아사히 맥주는 조키캔을 통해 거품이 올라오는 맥주를 선보여 대성공을 이루었으며, 이를 토대로 생레몬이들어간 레몬사와도 한정으로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다. 기린맥주는 기존 크래프트라인인 스프링밸리 브루어리 라인을 강화했다. 삿포로 맥주는 두개의 회사와 다르게 에비스맥주를 새롭게 활용했다.이미 ‘일본에서 제대로 만든 맥주’라는 타이틀을 가진 에비스맥주는 신제품을 출시하기보다는, 기존 에비스 맥주박물관을 에비스 맥주브루어리 도쿄로 리모델링했다. 그렇다고 단순한 리모델링에서 끝낸게 아니였다. 그들은 이곳에서 과거 처럼 다시 맥주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그것으로 끝내지 않았다.
에비스 브루어리 도쿄에서 만든 에비스 맥주를 에비스 인피니티라고 이름을 붙인후, 기존의 에비스맥주 치바공장에서 만든 에비스 맥주와 비교할수있게했다. 여기에 기존 에비스 맥주 커뮤니티인 에비스 비어 타운에서의 고객 피드백과 에비스 맥주의 마스터 브루어가 직접 이곳에 상주하며 고객의 피드백을 듣기 시작했다. 이를 토대로 에비스는 크리에이티브 라인을 새롭게 만들어, 기존 에비스맥주라인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맥주를 출시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