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공간에 취향과 감성을 넣는다.
모든 소리는 우리의 이성과 감성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나무 두드리는 소리,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빗방울이 창문에 부딪치는 소리.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창문을 열면 촉촉함이 빗 바람과 함께 코끝을 적시고 가슴을 상쾌하게 만든다. 여기에 갓 내린 향긋한 커피 향은 마음도 촉촉하게 만든다. 여기에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재즈 선율.
자주 가는 마트, 백화점, 카페에는 어떤 음악이 들렸는지 기억하는가? 때때로 음악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그러다가도 마트 CM송이 나오면 자신도 모르게 그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한다. 우리는 상업공간에서 음악을 듣는데 익숙하다. 스타벅스만 가도 배경음악에 의도적으로 집중하지 않는다. 공간 자체가 주는 편안함 속에서 음악을 '단지' 느낄 뿐이다. 음악을 공간으로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음악이 공간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라고 묻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언제나 음악에 매우 세밀하게 집중하고 있다. 단지 우리가 귀 기울이고 있지 않는다고 생각할 뿐이다.
영화와 드라마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많은 장면들이 음악에 맞추어 이야기가 진행되가 보니 나오는 게 익숙하다. 영화와 드라마 내 모든 장면을 이야기를 구성하는 공간이기에 버리는 게 없다. 하지만 시종일관 음악이 없이 진행되는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 무미건조하게 느낀다. 때때로 감독들을 사람들이 영상 안에서 무미건조함을 느끼게 하거나 날카로운 감정선을 전하기 위해 음악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반면에 TVN 드라마인 '보이스'는 드라마 전개 '소리'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드라마보다 '소리'가 더 부각된다.
음악이 영상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마블 영화만 보아도 음악이 가진 힘을 알 수 있다. 마블의 모든 영화에서는 마블 스튜디오 로고와 함께 마블 특유의 음악이 같이 나온다. 물론 마블음의 인트로 음악이 항상 같은 건 아니다.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토르 같은 경우 마블 특유의 음악이 나온다. 단지 오프닝 장면 구조만 조금 바뀔 뿐이다. 하지만 ‘어벤저스:인피니티 워’ 같은 경우에는 마블 특유의 음악이 아닌 음산한 음악이 나온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영화의 첫 시작이 상당히 암울하게 시작하리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실제로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에서 마블 인트로 음악이 나온 후의 장면은 토르가 이끄는 아스가르드 백성들의 우주선이 타노스에게 박살 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와 다르게 마블을 소유한 디즈니의 모든 영화에서는 언제나 ‘When You Wish Upon a Star’ 음악이 나온다.
우리는 종종 음악을 듣다 보면 음악’ 선율’만으로도 각자만의 추억을 생각한다. 또한 음악과 함께 생동감 넘치는 풍경이 머릿속에 떠오르기도 한다. 우리가 음악을 듣고, 악기를 연주하는 일은 악보에 숨어있는 정보를 알아내 표현하는 일이다. 음악은 악보에 표기된 기호들을 보면서 연주하지만, 사실 그 안에는 기호를 넘어선 더 많은 정보가 들어가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음악을 들을 때 우리도 모르게 그 의도를 찾아낸다. 공간 속에 들리는 음악은 음악에 담긴 의도가 공간에 고스란히 전달되고, 그 음악을 통해 공간이 지향하는 방향성이 생기게 된다.
같은 공간이라고 해도, 막스 리히터의 음악을 틀면 그동안은 매우 고요하게 변한다. 하지만 막스 리히터 음악이 끝나고 난 뒤, 곧바로 경쾌한 선율이 풍부한 재즈음악을 틀면 고요한 공간은 순식간에 경쾌한 공간으로 바뀐다. 일전에 도쿄에서 가보았던 팀 램 보더리스에서도 전시회에서는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음악을 사용해 미디어 아트를 강조했다. 디스트릭트가 국제갤러리에서 선보인 미디어아트 전시회에서도 음악은 오로지 파도소리만 나온다. 만일 파도소리가 나오지 않고 미디어 아트만 나온다면? 그건 그저 매우 훌륭한 기술에 불과하다.
음악은 기술로 구현한 무언가에 생동감을 넣는다. 생동감을 넣는다는 말은, 그 안에 ‘의도’를 넣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공간에서 음악을 선택하고 이를 활용하는 건 공간을 통해 사람들에게 '감성'을 제안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기차여행을 다루는 글을 보다 보면, 문뜩 기차여행을 떠나고 싶어 진다. 그 순간 유튜브에 들어가 기차 ASMR을 틀어놓기도 한다. 소위 ‘노동요’라고 일할 때 음악을 듣을면서도 일을 하면 생산성이 좋아지는 이유는 음악을 통해 루틴을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만 해도 브런치에 포스팅하는 글들의 주제에 따라 듣는 음악이 다르다. 헬스장에서 비트가 강한 음악들과 낮은 음악을 주기적으로 배치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만일 헬스장에 음악이 없다면 다양한 신음과 괴성으로 가득 차게 된다. 이걸 막고 운동을 위한 분위기 조성 때문에 빠른 음악을 튼다.
우리는 같은 공간에 가더라도 어떤 공간은 무척이나 편안해서 오래 있게 된다. 반면에 같은 공간이라고 해도 음악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면 빨리 나오고 싶다. 스타벅스만 해도 전 세계 매장에서 일관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자체적으로 큐레이션 한 음악 앨범을 만들어 매장에 배포한다. 나 역시도 카페를 운영할 때 시간대에 맞추어 음악을 선곡했다. 시간별로 장르를 나누었고, 손님이 없는 시간이 되면, 새로운 음악을 테스트해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노을이 예쁜 날에는 색소폰 음악을 노을이 지는 시간대에 배치해 공간에 감성을 충분해 채우려고도 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부슬부슬 내리는 감성을 더욱 극대화할 촉촉한 음악을 선곡하느라 애먹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일상의 사소한 소리들은 매일매일 우리 감성을 채운다. 아마도 지금 이 글을 보는 사람들도 귀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을 거라고도 생각한다.
음악괴 공간에 관한 탐구는 종착역이 없다. 매일 변하는 날씨와 감성에 우리가 고르는 음악들도 매일매일 변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감정, 기억, 행동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소리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가 매일 주변소리에 귀 기울이고 평소 눈치재지 못한 사소한 소리. 그 소리가 가진 힘을 알게 된다면 음악이 가진 놀라운 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음악을 고르고, 그 음악이 표현하는 감성은 자연스럽게 라이프스타일 제안과도 연결된다.
소리가 없다는 우리는 불편하거나 당황한다. 소리는 우리 주위에 어떤 모습으로든지 늘 존재한다. 심장박동같이 내 몸에서 시작하는 소리에서부터 자동차, 기계, 식물, 동물, 매미소리, 바다, 산과 주차장 소리 등등.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소리는 늘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간에 따라 변하는 복잡하고 역동적인 음악들. 다양한 음식이 포함된 음색은 다양한 감성을 우리에게 구체화시킨다. 그러므로 음악에 대한 선율 하나하나가 우리 감성의 스펙트럼을 건드리는 요소로 보아야 한다.
우리는 집, 카페, 음식점, 공공시설, 지라 털 역 등, 다 영한 상황과 공간에서 소리를 접한다. 동시에 그 순간마다 감정이 보여주는 움직임을 경험한다. 공간을 만듦에 있어서 공간을 만든 이의 의도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그 의도를 표현할 음악을 계속 실험해야 한다. 시헹착오를 겪으며 공간이 추구하는 음악을 정비해야 한다. 이 과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매일매일 달라지는 기후와 기분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트렌드와 공간이 가진 오리지널리티 간의 접점도 찾아야 한다.
공간에 음악이 중요한 이유는 공간은 사람들이 도피처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 대부분은 도시에서 살아간다. 매일매일 듣기 싫은 소리와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쉽사리 지친다. 우리는 지칠 때 회복을 위해서 음악을 선택한다. “음악은 국가가 허용한 유일한 마약”이라는 소리는 중2병 같은 소리같이 들리지만 사실이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순간 주변과 나는 차단되고 그 순간 나만의 시간이 확보된다. 특히나 다양한 소리가 교차하면서 나를 압박하는 도리 세어는 음악이 가진 효과는 더더욱 극대화된다.
음악은 공간 안에 특정한 이미지를 끌어냄으로써 공간이 추구하는 ‘추상성’을 선명한 이미지로 끌어낸다. 재즈는 공간은 편안하게 만든다. 이와 다르게 클래식 음악은 공간을 재즈와 다르게. 편안하면서도 고급스럽게 만든다. 카페 음악의 경우 팝, 로맨틱한 음악, 재즈음악에 따라서 사람들이 공간을 느끼는 결이 달라진다.
카페 그 자체는 ‘쉼’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커피 향도 같이 고려해 공간이 추구하는 이미지에 맞는 음악을 선택해야 한다.
공간 인테리어를 만드는 데 사용한 소재도 따져야 한다. 나무를 많이 사용했는가? 대리석이나 돌을 공간을 만드는데 많이 사용했는 가? 금속 중심인지에 따라 음악이 공간에 주는 영향도 달라진다. 스피커 방향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언제나 일관적인 분위기. 공간감을 만드는 음악을 공간을 일관되게 만든다. 같은 노래가 아닌, 같은 공간감을 갖고 있는 음악들. 선율, 리듬, 목소리 등은 공간을 만든 이의 취향을 일관적으로 그곳에 머무는 이들에게 전한다.
우리가 편안하다고 느끼는 음악은 섬세한 소리가 여러 가지로 겹쳐있다. 카페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재즈만 해도 음악이 단독으로 나오기보다는 콘트라베이스, 드럼, 기타, 피아노, 색소폰, 트램펫, 트롬본, 클라리넷, 보컬, 오르간 등등 여러 악기들이 서로 겹치면서 우리 정서에 편안함과 즐거움을 가져온다. 만일 우리가 음악을 통해 공간에 자기 색을 넣는다면? 음악이 표현하는 선율. 그 선율이 어떤 맥락과 정서를 뿜어내는가를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고 재즈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다. 신나는 분위기를 위해서 EDM을 선택하는 경우, ZEDD, 데이비드 겟타, 아비치, 티에스토, 갈란티스 등 뮤지션들마다 자주 사용하는 음악들이 있다. 또한 위크엔드, BTS 같은 경우도 그들이 자주 사용하는 선율과 패턴 등이 종종 있다.
카페를 운용하던 시절 가게에서 존 레전드를 많이 틀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특유의 청량함이 있다. 그 청량함은 다소 지나치게 부드러워질 수 있는 공간에 변화를 주기 충분하다. 나는 존 레전드의 노래를 점심 후반대와 저녁시간에 배치에 ‘시간’의 변화에 맞추었다. 그 후 존 레전드에서 샘 스미스로 연결해 아늑한 분위기로 공간을 끌고 가기도 했다. 혹은 존 레전드가 가진 청량감이 있는 목소리에. LANY. 니시하라 켄히치로 같은 뮤지션 음악과도 연결시키기도 했다.
중요한 건 음악을 공간에 넣을 때 어떤 뮤지션인가? 가 아니다. 그보다는 음악이 내가 추구하는 공간의 결과 맞는가를 매 순간 판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공간에 가봐야 한다. 하지만 그 공간을 결코 ‘판단’해서도 안된다. 그 공간에 맞는 음악은 공간을 만든 사람의 의도를 담고 있다. 오히려 공간 안에서 “이 공간을 만드는 사람은 공간에 어떤 느낌을 위해 이 음악을 선곡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