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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이 Oct 25. 2024

잠시 부동산에 미쳐볼게요

2부. 꼭 이렇게 살아야 해?

처음에는 더 좋은 집으로 갈아타기를 하면 형편이 나아지고 내 삶도 조금은 나아질까 기대했었다. 그런데 부동산 강의를 듣다 보니 투자자라는 것이 너무 멋지게 느껴졌다. 아파트 여러 채를 투자해서 다주택자, 임대사업자가 된다는 것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길이기도 했다. 


‘부동산을 여러 채 가질 수도 있는 것이구나!!’ 또 하나의 틀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거라면 내가 평생 잘릴 걱정 없이 계속할 수 있는 거잖아 라는 생각이 드니까 어쩌면 이게 내가 바라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기술을 배워야 해’라는 옛말이 틀리지 않았구나 싶다. 심지어 나이가 많아지면 연륜과 경험까지 쌓이게 되니까 막 시작한 사람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것만 같은 희망회로를 열심히 굴려봤다. 이보다 완벽한 일이 없을 거야 라며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만큼 나에게는 다른 길이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더 절실했다.


그래, 투자하는 건 좋은데 말이야. 이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다. 내가 잘한다고 바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근데 내가 못하면 돈 잃음), 사이클이라는 시장의 흐름이 있는 거니까 결국 10년은 걸린다고 생각하고 해야 한다고 한다. 그 말 자체에는 납득이 되긴 하지만 솔직히 10년은 너무 긴 것만 같다. 지금부터 10년은 더 일을 해야 한다는 거잖아?  지금 당장도 힘든데 그렇게 오랫동안 있어야 한다니. 그것도 투자에 시간을 갈아 넣으면서 말이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다른 길이 없다면야 걸어야겠지.


그래서 몰입의 시간을 가졌다. 미쳐있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더 열심히 해야지 더 빨리 실력을 키워서 시간의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한 달 평균 250시간씩 공부를 했으니 하루에 8시간은 투자 공부를 한 셈이다. 업무시간과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쏟아부은 셈이다. 매주 주말이면 당연스레 임장 (부동산 거래를 위해 현장을 둘러보는 것)을 하고, 시간이 된다면 평일에도 임장을 다녔다. 새벽 3시까지 손품 (집에서 자료 조사)을 팔기도 했다. 너무 깊게 잠들까 봐 일부러 옷을 덜 입고 추운 상태를 유지하기도 하고, 침대 대신에 차가운 방바닥에서 쪽잠을 자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계속 피곤했고, 커피를 물처럼 마셔야만 했다. 회사에서 잠시만 눈을 감으면 잠들 것 같아서 의자에 기댈 때마다 움찔했다. 

‘안돼… 정신 차려!’ 


적어도 회사 업무에 문제는 없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들었다. 기존에 잘해오던 것이라면 그래도 노하우가 있어서 어찌어찌 잘 해냈을 텐데 적응을 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것조차도 쉽지 않았다. 마음이 불편해서일까 몸이 하나씩 망가지는 게 느껴진다.   


시간을 쪼개어 썼음에도 늘 시간이 부족했다. 항상  내가 부족해 보였고, 어떻게든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솔직히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그럭저럭 익숙해져 갔다. 회사는 그토록 적응 못했는데 말이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꿈같은 일이 꿈이 아니게 될 수 있다는 말은 너무 달콤하게 다가왔다. 내가 100억을 벌고 경제적 자유를 얻는다고 생각하는 순간들은 기쁘기도 했다. 함께 공부하던 사람들 중에서 누구도 그 꿈을 비웃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 고맙고도 소중했다. 

“지금 너의 현실을 봐봐. 지금도 별 볼 일 없는데 무슨 100억이냐? 허무맹랑한 소리 하고 있네.”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할 수 있다. 같이 힘내자!” 등의 응원을 받으니 전우애가 솟아났다. 


꿈은 자면서도 꾸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꿈속에서 살았다.  


하지만 나의 가족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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