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를 만드는 이유
반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3년간 퇴근 후 집에서 만들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잘 만들다가 한참 방치해 두기도 하고, 때로는 하루 만에 신제품을 만들기도 합니다. 팀원들은 떠나가고 혼자 만들고 있습니다. 성과가 없으니 다들 오래 하기 힘든가 봅니다. 그럼 전 왜 이걸 하고 있는 걸까요? 저도 그렇게 꾸준한 사람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매출이 없다 보니 돈을 번다는 생각이 희미해졌습니다. 특강 해주고 받은 강사료로 반지 시제품 만들어 보면서 3D 프린터 출력 오류가 나는 이유를 알게 되고 반지 형상을 만들 수 있는 기법에 대해서 배우고 있습니다.
만들고 나서 보니 팔 수 없거나 안 이쁜 반지도 있었습니다. 실패와 시행착오 끝에 이제는 제품으로 팔아도 되는 반지들이 만들어졌습니다.
반지를 만들어서 가족, 친척들에게 선물하기도 합니다. 모두 좋아해 줘서 다행입니다. 글자로 만든 단순한 형태의 반지인데 본인의 이름으로 만든 반지라서 그런지 특별한 의미를 가지나 봅니다.
앱도 만들다 말고, 게임도 만들다가 중단했습니다. 몇 달, 몇 년을 했지만 같이 하던 사람들은 포기하고, 저도 포기했습니다. 왜, 지금까지 반지는 만들고 있을까요? 그게 궁금합니다.
재미
계속 말했지만 재미있습니다. 알고리즘을 만들어 보고, 수학 공식과 씨름하면서 코딩을 하다 보면 제가 생각했던 그 모습이 화면에 바로 그대로 짠하고 반지가 나타나는 순간이 옵니다. 가치를 매길 수 없습니다. 인간 본능에 메이커의 욕구가 있다고 합니다. 무엇을 만드는 게 신납니다.
호응
반지 만드는 이야기를 브런치에 올렸습니다. 감사하게도 다음 메인에 올라서 브런치에 올린 다른 글의 조회수를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조회수를 올렸습니다. 제 구독자님 외에 처음 댓글을 올리신 분들이 반지가 이쁘다면 구입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만든 반지를 누군가 좋아해 줘서 흥이 납니다. 반지를 계속 만들 이유가 됩니다.
익숙
웹 프로그래밍을 배운 적은 없지만 어쨌든 코딩이고 제가 익숙한 분야입니다. 기존에 배웠던 방식으로 독학하면서 개발이 가능합니다. 저같이 재능 없는 개발자가 개발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너무 어렵거나 너무 쉽다면 아마도 포기했을 겁니다. 제가 하던 분야고 적당히 어려운데, 혼자 고민하고 공부하면서 돌파해 볼 정도의 수준입니다. 작은 성취감을 느끼면서 조금씩 성장하기 딱 좋습니다.
응용
유별나게 전 수학을 좋아합니다. 수학을 공부하다 보면 이걸 왜 만든 걸까 싶은 공식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원의 공식이죠. 수업시간에 교과서에 나왔는데, 이걸 어디다 쓰는지 몰랐습니다. 시험 볼 때 말고 전혀 쓸데가 없죠. 몰라도 사는데 지장 없습니다. 이 원의 공식으로 반지가 만들어집니다. 아무 쓸데도 없다고 생각했던 수학으로 반지의 모양 만드는데 응용하면 신기하고 즐겁습니다.
선포
예전에는 뭘 하든지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했습니다. 성과가 나면 주변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완성도가 부족해서 공개하기 싫었습니다.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대부분 딴짓은 끝났습니다. 반지는 좀 다릅니다. 그냥 주변에 계속 보여주고 물어봤습니다. 이쁘냐, 괜찮냐, 어떻냐고 가족, 친척, 지인, 친구들에게 마구 물어보고 보여주고 의견을 묻고, 반지 사이트 공개하겠다고 떠들고 다녔습니다. 이제는 안 하면 제가 창피해서라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좀 부족해도 그냥 사이트를 공개하겠습니다.
취미
저도 몰랐던 취미를 발견했습니다. 제가 반지 만드는 걸 좋아하는지 저도 몰랐습니다. 만들다 보니까 좋아졌습니다. 살아가면서 취미를 가지면 좋은 이유는 많습니다. 공부하고, 코딩하면서 반지 만드는 취미를 가지게 됐습니다. 취미라고 생각하니까 더 오래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거 하겠습니다.
쓰고 보니 반지 작업을 계속하는 이유를 좀 알았습니다. 역시 글로 써야 좀 더 명확해집니다. 여러분도 혹시 꾸준히 해보고 싶은데 잘 안되면 제 글을 보시고 참고해 보세요. 꾸준히 하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