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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 용범 Mar 23. 2021

브루잉

 새로운 스마트 기기는 분기별로 출시되고, 하나의 기계를 이 년, 삼 년 쓰면 오래 사용했다고들 합니다. 너무 오래전 모델이라 앱이 설치되지 않는 것도 있고, 더 이상 업데이트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요. 디지털 세계란 그런 것입니다. 오랜 시간 계속하여 사용되지 못하고, 도태되는 것이 태반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비교적 영속성이 있으며, 그 가치를 존중받는 것들을 '클래식'이라 지칭합니다. 쉽게는 클래식 음악과 고전 문학을 비롯해 최근 몇 년간 젊은 층에서 유행했던 포마드 헤어스타일, 비스포크 구두와 슈트, 포터 맥주와 같은 것까지도 포함됩니다. 커피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는 기술의 발전으로 골목의 작은 숍까지 에스프레소 머신이 보급된 시대지만, '브루잉'이라는 오랫동안 전해져 온 전통적인 추출방식이 있습니다. '핸드드립', '푸어 오버'등 표현방식에 따라 지칭하는 말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지요. 사실 인류사에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장 오래된 추출 방식 중 한 가지 아닐까요. -고전적이며 유행에 편승하지 않는 행위.- 물론 그 기술을 체화하기까지는 수많은 노력과 인고의 시간이 필요합니다만, 커피 향이 혈관에 퍼지는 그 순간에 이는 더 이상 기술이 아닌 예술이 됩니다. 바리스타와 커피, 커피와 당신. 클래식은 결국 사람과 사람 간의 연결지점에 대한 이야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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