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빈자리(상)

별별 사람들 20화

by 매콤한 사탕

지난 3주간 기침 때문에 너무 괴로웠다.

대수롭지 않은 인후통이 끊이지 않은 기침으로 변하고 노란 고름 같은 가래가 차올랐다.

병원에 3일마다 방문하니 의사 선생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항생제를 몇 번이나 바꿨다.

뭐가 잘못된 걸까? 쫄보라 겁이 덜컥 났었는데

다행히 이번 주에 기침이 멈췄다.

그런데

글이 잘 안 써진다.

맥이 탁 풀려버렸다.

속상하다.


매 순간 누군가 태어나고, 누군가 죽는다.

알고 있지만,

평소에는 마음 쓰이지 않는다.

내 일이 아니면 의식조차 못하고 사는 게 보통이다.


옛날엔 나도 마찬가지였다.

몸이 아프다고 하면

감기, 치통, 가벼운 타박상 정도가 전부였다.

그 외의 질병은 나와 상관없는 아주 먼 이야기였다.


그러다 내게 드라마 같은 일이 일어났다.

낮에는 멀쩡하다가 새벽이 되면 참을 수 없는 복통에 신음했다.

누군가 내 창자를 꽉 잡고 쥐어짜는 것 같았다.


점점 응급실에 자주 가게 되었다.

하지만 검사를 해봐도 별 이상이 없었다.


뭐야 아무것도 아니잖아.


나는 대수롭지 않은 증상에 무작정 응급실로 달려오는 나이롱환자가 된 것 같았다.

참을 수 있다면 제발 참고 싶었다.

다시는 응급실에 오지 말아야지. 아침까지 참다가 병원에 가야지.

다짐했지만 다시 응급실에 갈 수밖에 없었다.


링거를 뽑고 피검사를 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포도당만 맞았는데 배가 나아지는 것 같았다.

바쁜 응급실에 민폐가 된 것 같아 부끄러웠다.

그런데 2시간 후 검사결과를 통보하는 사람은 간호사선생님이 아니었다.

당직의사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간수치가 높아서 입원하셔야 합니다."


나는 집에 갔다가 내일 아침에 오면 안 되냐고 물었다.

하지만 당직의사는 단호히 말했다.


규정상 이 수치로는 퇴원 허가 못합니다. 절대 안 돼요!


드라마 속에선
응급실 환자가 아무리 아파도 집에 혼자 잘만 가던데
현실에선 택도 없는 일이었다.


그 밤, 나는 꼼짝없이 입원실의 빈자리가 날 때까지 응급실에서 대기해야 했다.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19화연금술사와 말미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