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i column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스포일러'를 당하는 것만큼 끔찍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영화의 중요한 장면이나 결말을 까발리는 행위, 혹은 그런 사람을 일컫는 스포일러는 왜 그토록 미움받는 걸까?
영화감상에 있어 스포일러가 악인 첫 번째 이유는 영화의 온전한 재미를 반감시키기 때문이다. 영화라는 콘텐츠는 어떤 재화보다도 첫 번째가 중요한 제품이다. 마우스나 옷을 살 때는 만져보고 입어보고 구매를 결정하고, 구매 이후의 사용성도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동일하다. 하지만 영화는 처음 볼 때와 두 번째 볼 때의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무엇보다 첫 관람 시에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 같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스포일러는 영화의 첫 경험을 무너뜨림으로써 관객들이 온전한 콘텐츠를 만나는 것을 저해한다. 이런 스포일러의 역할은 영화가 드라마적 특성을 강하게 지니고 있을수록 치명적인데, 이는 서사의 중요성이 다른 요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드라마영화의 경우 관객들이 영화의 중요한 내용이나 결말을 미리 알게 된다면 감독이 의도한 서사의 흐름에서 생성되는 재미를 온전히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스포일러가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것 까지는 대부분이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필자는 스포일러가 단순히 나쁜 행위인 것을 넘어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뭐 그렇게까지 거창하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스포일러는 분명히 사회적으로 여러 방면에 피해를 준다. 첫 번째로 스포일러는 영화를 온전히 즐기고 싶은 제 3자의 권리를 침해한다. 우리는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하지만 그 말이 남에게 피해를 주고, 불쾌하게 만든다면 우리는 그것을 범죄라고 지칭한다. 극단적인 예로는 성희롱이 그렇다. 스포일러도 그 심각성이 덜할 순 있지만 종류는 같다고 생각한다. 내가 영화에 대한 정보를 어디까지 알고 있는 상태에서 관람할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누구도 이 권리를 침해할 권리는 없다. 두 번째로 스포일러는 영화산업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누가 죽는지, 어떤 말을 하는지 등 디테일이 중요한 영화들은 이런 요소들을 사전에 숨기는 것이 영화 흥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누군가의 생각 없는 스포일러는 영화 한 편, 나가서는 영화를 제작한 스탭과 회사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스포일러'는 개인으로 보나 전체로 보나 없어져야 할 행동이다. 한 순간의 관심이나 재미를 위해 쓰여진 스포일러는 적게는 영화를 기대했던 수십 명, 많게는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땀 흘린 수백 명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런 직간접적인 피해 여부를 떠나서라도 스포일러를 하지 않는 것은 영화를 사랑하는 모두를 위해 영화를 미리 관람한 사람이 가져야 할 배려이자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