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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공포증이 생겼다

by 새내기권선생

"선생님이랑은 통화하기 싫으니까, 전화 안 주셔도 돼요."


수화기 너머의 학부모가 동료 선생님께 한 말이었다. 학생의 우려되는 행동에 전화를 드린 거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싸늘했다. 그는 교사의 말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으며 '왜 우리 아이를 싫어하냐' 며 고성을 질렀다고 했다. 성장에 도움을 주고자 드린 연락이었지만, 오히려 아이를 혼낸다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게도 이런 일이 생기면 어쩌지 하며 골치 아픈 상상을 했다. 내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 언제부터인가 '전화 공포증'이 생겼다. 심각한 일이 아닌 이상 굳이 학부모께 전화를 드리지 않게 되었다. 최대한 나의 선에서, 교실 안에서 해결하려고 했다. 그도 아니라면 문자로 요약해서 알려드리곤 했다.


멋도 모르는 새내기 때는, 학부모의 연락에 데인 적이 있다. 이런 걸로 전화하냐는 말을 듣기도 했으며, 알아서 그냥 해결해 달라는 말도 들었다. 남편이 화가 났으니,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 했다. 어떤 이는 우리 아이는 잘못이 없고, 상대에게 더 큰 잘못 있다고 소리쳤다. 가끔은 분명 전화로 알려드린 내용인데도, 그런 적이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 모든 걸 동료 선생님도 겪은 적이 있다고 했다. 언젠가부터 녹음 기능을 탑재한 안드로이드폰을 투폰으로 사용하는 동료 교사가 늘었다. 또한 교육청 단위에서 안심번호와 녹음 기능을 탑재한 '티처콜'을 이용하는 선생님 수 또한 증가하고 있다. '녹음'과 '문자'가 생존이 우리에게 생존을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교사를 교육적 동반자로 인식해 주면 좋겠다. 학생이 바르게 클 수 있게 도움 주는 이로 받아주면 좋겠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 (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 '는 속담처럼, 그저 우리 교사는 아이의 바른 성장을 위해 제 역할을 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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