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에 도착한 첫날 새벽, 툭툭을 타고 숙소로 향하던 중 갑작스럽게 총을 든 군인들이 우리를 세웠다. 툭툭 기사님이 그들에게 조용히 속삭이더니, 군인들의 표정이 풀리며 반가운 인사를 건네었다. 아마 스리랑카가 과거에 내전을 겪었기 때문에 현재도 보안 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한 장면이었다. 새벽의 어둠 속에서 총을 든 군인들이 우리를 세우는 순간, 마음속에 긴장감이 스며들었다. 분명 스리랑카라는 나라가 안전한 여행지라고 했는데, 어딘지 현실은 다르게 느껴졌다.
둘째 날, 갈레 페이스 몰에 입장했을 때도 사실 적잖은 당황스러움이 있었다. 백화점 건물로 들어가려면 전 소지품 검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권총을 찬 무표정한 경비원들 앞에서 보안검색대에 가방과 휴대폰을 올려두었다. 긴장감이 느껴졌다. 몰 내부로 들어서자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사람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이상하게 줄이 줄어들지 않아 보니 현지인들이 에스컬레이터 계단 위로 올라서는 걸 잘 못하고 있었다. 일부는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알고 보니 그들은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것을 무서워하는 모양이었다. 높은 건물이 적고, 현대적인 시설에 익숙하지 않은 그들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쇼핑을 마치고 친구를 맞이하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화장실이 급해 공항 안쪽으로 뛰어 들어가는데, 보안관이 우리를 막았다. 비행기 티켓을 요구했다. 비행기 티켓이 없으면 공항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아주 잠깐의 입장에도 매표소의 티켓을 사야 한다고 했다. 공항에서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 티켓을 구매해야 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우리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입장권을 사서, 화장실에 들렀다.
아마 스리랑카에서는 공항과 쇼핑몰에서 보안 검색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로 테러 위협과 같은 안전 문제 때문인 거 같았다. 아마 2019년 이스터 선데이 폭탄 테러 사건 이후, 보안 조치가 강화된 게 아닐까 싶었다. 이런 이유라면 스리랑카에서 여러 제한적이 있는 건 당연한 이유였다.
결국 스리랑카에 온 지 이틀도 안 되었는데, 우리나라와는 다소 다른 문화적 차이를 경험했다. 쇼핑몰과 호텔, 항공 등 각종 기관에 배치된 보안팀, 그리고 에스컬레이터를 무서워하는 사람들까지. 이 모든 것이 '이국적'이라는 표현에 들어맞았다. 이렇게 새로운 문화적 차이를 경험하니, 우리나라의 안전함과 편리함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