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스리랑카 입국 거절

by 새내기권선생

스리랑카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다. 출입국 심사대 직원이 내 여권을 받아 들더니 컴퓨터 화면을 아주 오랫동안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의 표정은 점점 더 심각해졌고, 급기야 그는 "You can't!" 말했다.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입국 거절인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세히 들어보니 문제는 비자였다. 내가 미리 발급받은 비자와 여권의 이름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당황해서 급히 비자를 발급받았던 사이트를 열어 확인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내가 입력한 이름은 여권과 동일했다. 결국 요목조목 따져 묻자, 스리랑카 대사관 측의 실수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억울함 반, 황당함 반의 마음으로 그렇게 세 시간을 스리랑카 공항에서 허비하게 되었다.


공항 입구 쪽으로 나와 보니 아주 커다란 불상이 모두를 반겨주고 있었다. 불상 앞에서는 여러 스님이 무릎을 꿇고 경건하게 절을 올렸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마음속에서 묘한 두근거림이 일었다. '아, 드디어 진짜 스리랑카에 왔구나!' 하고. 스리랑카가 불교 국가라는 사실을 단번에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ATM에서 스리랑카 현지 화폐 '루피'를 인출하고 나서, 현지인들이 주로 사용한다는 'Pick Me'라는 앱으로 툭툭을 불렀다. 툭툭 기사님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캐리어를 싣게 되었는데, 그는 작은 툭툭 트렁크에 큰 캐리어 두 개를 프로페셔널하게 차곡차곡 쌓았다.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캐리어를 싣는 기사님의 모습을 보고 능숙함이 묻어 나왔다. 툭툭의 승차감을 보니, 10년 전 라오스가 떠올랐다. 도로 상태가 좋지 않은 탓인지 라오스처럼 계속 덜컹거렸다. 오히려 그 덜컹거림과 속도감이 우리의 설렘을 자극했다. 3시간이나 지연된 덕에, 새벽 1시에 툭툭을 타게 되었지만 차 없는 거리를 툭툭으로 활보해 보니, 코로 들어오는 시원한 밤공기가 꽤 마음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한화로 8천 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의 조식을 우리에게 제안했다. 우리는 계획에 없던 일이라, 망설였다. 그런데 막상 식당으로 올라가 보니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다. 창문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스리랑카가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처음 마주하는 바다는 색다른 감흥이었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다시 툭툭을 타고 근처 바닷가(Galle Face Beach)로 향했다. 우리는 더욱 신나게 바닷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고 소리를 질러댔다. 그리고 근처 카페에 들러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의미 없는 헛소리를 주고받았다. 스리랑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홍차'도 마셔봤다.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했다. 고소한 향기를 음미해 보니 확실히 비싼 값을 톡톡히 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입국할 때의 작은 해프닝부터 툭툭의 짜릿한 덜컹거림, 바다를 바라보며 먹었던 조식과 향긋한 홍차까지, 스리랑카만의 날 것이 느껴지는 하루였다. 불교의 나라, 홍차의 나라, 그리고 바다의 나라. 앞으로 또 어떤 키워드가 스리랑카 앞에 붙게 될까.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이지만, 그래도 기대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42617311a3dce363db77.jpg
79f86c47f8276ea8710e.jpg
0f394b6298b6857dea72.jpg


keyword
이전 01화인생 여행지로의 초대, 스리랑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