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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반전 매력 : 아유타야

by 새내기권선생

여행을 갈 때까지만 해도, 방콕 여행의 이유 중 9할이 저렴한 물가 속에서 사치를 누리는 것에 있다고 믿었다. 지난 방콕 여행 때만 해도 4성급, 5성급 호텔로만 빼곡히 채워 넣었으니, 럭셔리한 호캉스의 기억은 정말이지 달콤했다. 실제로 방콕은 아시아에서 5성급 호텔 밀집도가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힌다. 게다가 방콕의 저렴한 물가 덕분에, 고급 호텔에 묵어도 큰 지출이 없었다. 이번에도 방콕 여행을 계획할 때 너무나도 매력적인 숙소가 많아 행복한 고민에 빠지곤 했다. 조식부터 수영장, 루프탑, 그리고 객실의 디테일까지. 비교하고 또 비교해도 좋은 곳들 천지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방콕 곳곳을 탐방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최고급 숙소에서 시설을 마음껏 누리는 게 방콕 여행의 핵심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방콕까지 왔는데'라는 마음으로 '아유타야 투어'를 신청하게 되었다. 선셋 투어로 유명하다는 블로그 글을 워낙 많이 접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사진이 잘 나올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투어 차량에 몸을 실었다. 고속도로가 펼쳐지고, 내가 상상했던 방콕의 화려한 빌딩 숲과 멀어지자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1시간 정도를 달렸을까.

도착하자마자, 정말이지 엄청난 풍경이 우리를 반겨 주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사원과 불상, 그리고 웅장한 탑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더 놀라운 건 모든 유적 하나하나에 저마다의 깊은 사연이 담겨 있었다. 가이드님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순식간에 빠져들게 되었는데, 아유타야는 한때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번성했던 도시 중 하나였다고 했다. 이곳은 14세기부터 18세기까지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유타야 왕국의 수도였다고 했다. 당시의 문화적, 경제적 번영을 여실히 보여주는 유적들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였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 양식과 예술, 그리고 당시 사람들의 삶의 방식까지 엿볼 수 있다니. 태국만의 독자적인 외교술과 당시 백성들의 강인한 정신, 그리고 외부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들의 문화를 지켜낸 굳건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붉은 벽돌 계단을 밟고 탑과 사원 곳곳을 탐방해 보니, 가슴 한편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일렁였다. 여태껏 방콕의 매력을 호텔 같은 화려함에만 한정 지었으니 말이다. 얼마나 좁은 생각이었는가. 아유타야는 시간이 멈춘 것처럼 고요함과 고즈넉함이 가득했다.

아유타야 투어는 '선셋 크루즈'가 백미였다. 해 질 녘, 배를 타고 짜오프라야 강을 가로지르며 멋진 노을과 석양, 그리고 황금빛으로 물든 유적지를 바라보는 경험은 그야말로 황홀했다.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주문했다.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며 강바람을 맞으니, 태국의 또 다른 매력, 바로 이 고즈넉한 평온함과 역사적 깊이에 한층 더 깊이 매료되었다. 이처럼 아유타야는 보석 같은 곳이었다. 앞으로 태국의 여행에서도 내가 몰랐던 태국만의 날 것의 매력을 계속해서 발견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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