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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영 May 20. 2024

붓꽃

나는 붓꽃이 얼마나 질긴지 안다

어릴 적 앞 집의 건물바닥사이에서
건물을 감싸듯 나오는 풀을 유심히 보았는데
꼿꼿이 잎대가 서더니
모르는 새에 노랗게 꽃이 피었더랬다

이게 뭐야
뭐길래 앞 집 바닥에서 이렇게 굳세면서
약한 듯 피어올랐을까

긴 이파리를 잡고 당겼다
꿈쩍도 않는다
또 한 번 더 힘껏 당겼다
꽃의 줄기들도 질세라 손을 잡는 것 같았다
또 한 번 더 더 힘껏 당겼다
이파리 끝 서너 장이 끊겨 손안에 잡혔다

그렇게 서너 번 더 당겨봤는데
결국 붓꽃을 두고, 두고 보았다

아침 출근길 집 앞 연못가에
노란 붓꽃이 피었다

붓꽃이 피는 계절이구나.
어릴 적 난 왜 그 붓꽃을 뽑아보려 했나
결국 그냥 버릴 것을.

해서 득 될 것도 없고
힘만 들것을.
결국 두고 보는 것이 좋은 일인 것을
괜히 애만 썼구나.

아침 붓꽃을 보며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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