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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주님승천대축일 강론

얼마전 중국 로켓이 지구에 떨어진 일이 있었습니다.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대부분 소멸되었지만 일부는 지구에 떨어져 많은 사람들이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하늘을 쳐다 볼 일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오랜만에 하늘을 바라보며 어디에로 로켓 파편이 떨어질지 주목하고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하늘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지구를 덮고 있는 대기입니까? 인간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모든 것입니까? 하늘을 정확하게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하늘이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입니다. 하늘을 바라보며 인간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더 나아가 신을 발견합니다. 하늘은 하늘님(하느님)이 계신 곳이며 땅을 땅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하늘에 올라가 본 사람은 땅과 인간에 대해 좀 더 깊이 알 수 있습니다. 


2008년 여름, 저는 하늘로 올라가는 비행기 안에 있었습니다. 석유를 엄청나게 태우며 엔진과 프로펠러를 돌려 하늘로 하늘로 계속 올라가는 비행기는 스카이 다이빙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십여분의 시간이 영겁의 세월처럼 느껴질 때 쯤 갑자기 비행기가 하늘에서 멈추어 선 것 같았습니다. 승무원이 비행기 문을 열자 찬 바람이 비행기 안으로 몰아쳤습니다. 심장이 멈출 것 같았습니다. 가장 두려운 순간이 왔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창공으로 뛰어내릴지, 타고 올라왔던 비행기를 그대로 타고 내려갈지 다시 한번 선택해야 했습니다. 지상에서 들은대로 엄지를 치켜 세우자 나를 매달고 있던 교관은 바로 비행기에서 뛰어 내렸습니다. 하늘에서 추락하는 순간 저 멀리 비행기가 보였고 그대로 자유낙하가 시작되었습니다. 말도 못할 속도감 때문에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떨어졌을까, 지상에서 배운대로 팔을 뻗고 몸을 수평으로 하니 자세가 안정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고 있었습니다.  


고도계가 지상으로 가까워지는 신호를 보내자 낙하산 줄을 당겼습니다. 낙하산이 펴지며 몸이 하늘로 치솟았습니다. 그리고는 세상에서 느낄 수 없었던 고요함이 엄습했습니다. 추락하는 사람에게 낙하산은 고요와 평화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하늘에서 바라본 하늘, 그리고 땅은 눈물겹게 아름다웠습니다. 세상과 인간이 얼마나 작은지, 하늘은 얼마나 큰지 하늘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이 바라보는 세상과 인간이 얼마나 작고 아름다운지 보고 있으니 찬미와 기도가 절로 나왔습니다. 


동물들은 땅만 보고 삽니다. 땅에서 먹을 것을 찾아 다니는 것이 유일한 일이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지 않습니다. 오직 인간만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고 상상을 합니다. 




오늘은 주님 승천 대축일입니다. 땅만 바라보고 살아왔던 우리에게 하늘을 유심히 바라보라고 초대하는 날입니다.  


사람은 중력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땅에 매여있지만 하늘을 바라보며 중력을 벗어나는 상상을 해 봅니다. 중력은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한계이자 나약함이며 죄입니다. 우리를 땅에 매어두는 중력으로부터 해방되는 순간이 승천입니다. 땅으로부터 자유로워져 하늘로 오르는 것이 인간에게는 구원입니다. 


동시에 인간은 중력을 통해 은총을 알게 됩니다. 땅에 매여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하늘로 오름을 갈망하게 됩니다. 그래서 하늘로 오르는 예수님은 인간에게 희망입니다. 하늘에 올라 구름에 싸여 시야에서 사라진 예수님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던 제자들 역시 같은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이제 그 꿈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봅시다. 예수님께서는 하늘로 올라가신 그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입니다. 우리에게 몸소 보여주신 승천으로 우리를 구원하실 것입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있으면 우리에게 날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언젠가 승천하신 그분이 오실 때 우리 역시 날개를 펼치고 하늘로 오르게 될 것입니다. 추락했던 인간이 구원받을 때가 올 것입니다. 그때까지 중력을 인내하며 우리의 한계를 보듬으며 계속 하늘을 유심히 쳐다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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