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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유독 피곤한 이유

오늘 아침 일어나며 한마디, '아, 피곤해!'


잠을 충분히 잤는 것 같은데도 아침에 상쾌하게 일어나질 못했다. 늦은 밤까지 책을 읽거나 잠 못 든 것도 아닌데 피곤하다. 계절 탓인가?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공자의 말이다. 이런 아침에는 도가 들릴 턱이 없으니 저녁에 죽을 일도 없다는 것은 작은 위로다.


그러고보니 장자의 말이 맞다.


"천지는 나에게 몸과 생명을 주어 일하게 하고, 늙게 함으로써 나를 편하게 하고, 죽음을 통해 나를 쉬게 하네. 그러므로 내가 삶을 기뻐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죽음도 좋아하기 때문이지...죽음의 시간을 맞으면, 조용히 잠을 청하고 삶의 시간이 다시 돌아오면 불현듯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네."


죽음의 시간이 오기까지 온전한 쉼이란 없을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몸과 생명은 일하기 위함이므로 일하는동안 노고와 피로를 피할 수는 없다. 사실 코로나19로 몇 달을 아무것도 못하고 지내본 적도 있지만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은 쉬는 것이 아니다. 일을 해야 쉬는 맛이 난다. 


삶을 기뻐하는 것은 죽음도 좋아해기 때문이라는데 대부분의 사람에게 죽음이란 멀리 할수록 좋은 것이 아니던가. 하지만 군위에 와서 좋은 것 가운데 하나는 가톨릭 군위묘원이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추석이나 위령성월이 오면 깨끗이 차려 입은 사람들이 군위묘원을 방문하고 그럴 때마다 덕분에 동네 전체가 한뼘씩 성숙해지는 것 같다. 때가 되면 나도 가서 묻힐 곳, 정확한 자리는 몰라도 그 언저리에 내 무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윤동주는 가을 하늘 별을 헤며 자신의 죽음을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지, 가을은 삶과 죽음을 사색하기 좋은 계절이니까. 시인은 죽음의 시간을 생각하며 조용히 잠을 청하기를 바라면서도 불현듯 느껴지는 삶의 열기로 이름없는 풀까지 사랑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중략)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윤동주 <별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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