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에 쫓기며 자기 삶의 의미를 구성하지 못한다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해서 고독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고요한 방에 앉아 진정한 휴식을 누릴 줄 모른다면, 그것은 분명 불행한 일이다.
3년 전, 투자 공부를 시작하며 수많은 소음을 제거했다고 생각했다.
술, 담배, SNS도 모두 끊었고, 사람도 거의 만나지 않는다. 스마트폰 알림도 대부분 꺼두었다.
하지만 정작 나는 고독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착취하고 있었다.
매일 유튜브 영상과 블로그, 각종 칼럼 글에 쫓기듯 시간을 흘려보낸다.
시간을 아끼겠다는 멀티태스킹은 오히려 집중력을 약화시키고, 시간 감각을 조각내 버렸다.
양치할 때나 화장실에선 휴대폰을 보지 않지만, 청소, 설거지, 운동 중에는 항상 이어폰으로 무언가를 듣는다.
예전엔 청소기를 돌리거나 설거지를 하며 혼자만의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좋았는데, 그 여유조차 사라졌다.
캠핑을 가서도 텐트에 누운 채 밀린 글을 읽고 영상을 보느라, 스스로 휴식의 순간마저 망쳐버리고 만다.
돌이켜보면 지난 10년의 삶에는 분명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내 삶은 그저 성과 중심의 자기 설명, 단편적인 프로젝트의 나열처럼 느껴진다.
"왜?”라고 묻는 대신 "이게 지금 효율적인가?"만 묻는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순간을 점유하는 일상의 루틴 속에서 점점 정체성을 잃어간다.
그렇지만 일이나 사업, 투자처럼 긴 호흡이 필요한 것들에는 서사가 있어야 한다.
성과보다 맥락, 이미지보다 정체성, 속도보다 느림과 축적.
이제는 나를 다시 서사의 흐름 안에 놓아야 할 때다.
그래서 그동안 게을렀던 일기 쓰기와 명상을, 다시 시작하려 한다.
하늘나라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대화, 조용한 기도 속에서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순간에 쫓기지 않고, 삶의 시간들을 하나하나 연결해 나가며 의미를 만들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