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물의 쓰임
밤늦게 공부가 끝나는
아이를 데리러 집을 나섰다.
왜 그렇게 큰돈을 들여
그 멀리까지
가욋공부를 시키려고
아이를 보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행동의 대가로
나는 원래의 취침시간에
운전대를 잡았다.
남들 다 시키니 우리 아이도 시켜야 했고
남들 다 하는 라이딩을
나는 별 생각 없이 시작했다.
여전히 공간감각도, 방향감각도 없다.
연이은 과속방지턱을
과속으로 넘으며
아차차, 차 다 망가진다 싶어
그제야 속도를 줄였다.
신호를 받아 직진했는데
세상에나,
차선이 하나 줄어든 곳이었다.
어어어.
내 차선으로 똑바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 순간
나는 이미 역주행을 하고 있었다.
마이 갓.
중앙선을 넘으려 하니
침범하지 못하게
중앙분리대가 촘촘하다.
마주 오는 차의 헤드라이트가
눈을 찌른다.
이대로 죽나.
나는 내려야 하나.
머릿속이, 정말로 텅 비었다.
우선 비상등을 켰고
다행히 마주 오던 차는
나를 피해 지나갔다.
다행히도
차의 양이 적었고,
차들은 속도를 내지 않았다.
30미터쯤 앞,
한쪽으로 움푹 들어간
여유 공간이 보였다.
그곳으로 과감히 직진해
유턴으로
제 차선에 진입했다.
식은땀이 난다.
자초지종을 들은 남편은
말했다.
“수많은 과속방지턱이
너를 살렸어.”
그 말이 위로로 들리진 않는다.
그렇다고 부정할 수도 없었다.
그 시간에 차들이
서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내게는 그저
짜증스러운 장애물이었던 것,
과속방지턱이었다.
나는 결국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