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바깥은 여름》, <입동>

슬픔이 삶을 막지 못하다.

by 문영

시작부터 마음이 아팠다. 서술자의 담담함이 나의 가슴을 후벼 팠다. 소설을 많이 읽어봐서인가, 아니면 이미 작가와 교감을 시작해서인가. 자정에 아내가 도배를 하자고 할 때부터 심상찮은 무언가를 예상했다. 엄청난 슬픔을 경험했으리라는 그 무언가. 심장이 쿵쾅거려 왔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슬픔이 무엇인지 모른 채, 나는 슬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쩜 이렇게 일상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감동적으로 펼치는지, 나는 곧 아린 가슴으로 작품에 빠져들었다. 사람은 가끔 죽지 못해 살기도 한다. 아이를 잃은 엄마가 그럴 것이다. 작품 속 아내가 그러했다. 아이를 잃는다는 건 어떤 마음일까. 상상조차 하기 싫고 그래서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볼이 통통하고 맑은 침을 흘리고 엄마를 토닥일 줄 아는 영우의 모습에 또 예감했다. 내가 맞닥뜨릴 슬픔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그러면서 제발 아니길 바랐다. 그 아가를 데려가지 마소서. 그 아가를 데려갈 거면 그렇게 생생하게 묘사하지 마소서. 김애란은 둘 다 했다. 그 아가를 그렇게 생생하게 생기 있게 귀엽게 묘사를 하더니 단 한 줄로 데려가 버렸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정말 아이는 떠났다.


죽음이란 그러하다. 순서가 없고, 예정이 없으며, 여유가 없다. 인생이란 그토록 허무하고 기가 막히다. 슬픔 속에 파묻혀 버린 아내의 모습이나 어찌할 수 없이 하루하루를 지탱해 내는 가장으로서의 남편의 모습, 보험금을 차마 쓰지 못하다가 결국 그 돈을 깨자는 아내의 말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나는 방에서 혼자 울고 있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꾸역꾸역 숨을 삼켰다.


사람은 해서 안 되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실수가 누군가에게는 칼이 되고 총이 된다.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원장이 보낸 선물은 잘못 표기된 주소로 배송된 것이다. 이 말도 안 되는 실수로 아내는 또 한 번 분노에 치를 떨었으리라.

숨 막힐 정도로 힘든 세상이다.


갑작스러운 이별은 남겨진 자에게 큰 상처이다. 그 상처는 온갖 감각을 예민하게 일깨운다. 망자와 아주 조금이라도 관련된 무언가(물건이든 장소든 무엇이든)가 저 먼 거리에서 도망가도 바로 감지할 수 있게 한다. 아내가 발견한 꼬물거리는 아이의 글씨체는 아내를 또 한 번 무너뜨렸다.


문득 내 아이가 쌔근쌔근(?) 자고 있음이 감사했다. 다 커 버린 아들 얼굴 위로 52개월 아이 얼굴이 겹쳐지면서 또 울었다. 나는 어떤 시련도 감당할 수 있다 교만했는데 아이를 잃는다면 그 시련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떠한 슬픔도 삶을 막지 못한다. 시간은 흐르고 삶은 계속된다. 우린 그 삶을 견디고 이루어야 한다. 김애란은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함으로써 그토록 덤덤하게, 그러나 손에 잡힐 듯이, 인생의 단순한 원리를 시리도록 아름답게 표현하였다.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아니,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호흡함으로써 느낄 수 있는 실로 거창한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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