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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월의 앤 Jun 06. 2024

23:05에 쓰는 시

솟구치는 슬픔에게

23:03, 보드카와 탄산수를 섞어마신다.

몇달전 길가에서 낚아챈 라벤더,

라벤더는 생을 다해 바삭바삭 말랐건만,

마지막 남은 생의 향기는 혼신을 다해 집안을 메운다.

내 코 끝이 라벤더 향으로 가득하다.


모든 것이 시시하다.

사랑도, 경험도, 그리움도,

이 모든것에 대한 갈망을 그리웠했거늘,

나는 어느 순간부터 모든것이 귀찮다.


돈도, 명예도, 인기도.

나에게 껍데기에 불과한 허상에 불과하다.

내가 사랑하는 아름다움은 내 마음 속에 갇혀,

결국 두려움을 극복하지 목하고, 그렇게 활개치지 못한채 울고 있다.

우는 모습마저 아름다운 슬픔, 비애 그리고 자발적 고통


이 것은 자학이 아니다.

스스로 슬픔에게 자리를 내어준 아름다움의 관대로 억지로 정의한다.

나의 서사는 이렇게 슬픔에 항복하고 만다.


마음이 편해지고 싶다.

편한 마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나의 마음상태는

어떤 경지에 오를것인가.

유일한 소망이다.


독보적인 아름다움 속에 갇힌 비애가

마음 전체에 수놓은 처참한 슬픔 속에

나의 탄생을 거부해달라고,

이생에서 피할 수 없는 삶의 고통과 타협하고 싶다.


이 고통 또한 아무것도 아닌 객기에 불과하거늘

인생 자체가 나에겐 마치 풀지못할 스무고개와도 같다.


이렇게 오늘도 죽을만큼의 용기는 차마 내지못한채

그저 24시간을 버텨낸 스스로를 다독이며

나머지 55분의 시간을 흘리기로,

그렇게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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