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칠월의 앤 Aug 15. 2023

이별여행

그래도 잔상은 지워지지 않군요

그를 잊으려고 무리하게 충동적으로 동경 여행을 감행했다. 적도의 나라에서 해가 지구상에서 가장 빨리 뜨는 나라의 동쪽 도시까지 무려 7시간을 걸려 도착했다.


와타나베가 나오코랑 함께 지내려고 정착한 키치죠지라는 동경 외곽도시에 왔다. 사우나와 흡사한 찜통더위를 무릅쓰고 그를 잊고 와타나베의 혼란스러움을 느끼려고, 일부러 고통을 감내하려 이 동네에 왔다.


흡사 동화 속에서나 느낄만한 이 슬프고도 거룩한 하지만 와타나베처럼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동네에서 나는 비를 흠뻑 맞고 돌아다녔다.


사람들은 태풍을 피하고 비의 애꿎은 뭇매를 피하려 있는 힘껏 뛰지만 나는 이 빗속에 내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흘린다.


골목에 숨은 바에 앉아 그가 좋아하던 네그로니를 한잔 시키고 나 따위는 잊고 잘 살고 있는 그를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를 잊으려 그렇게 애를 썼거늘 이 엄격하고도 외로운 거대한 도시에서 나는 그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나약하고 징그러운 인간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너무 비참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