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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월의 앤 Feb 19. 2024

2024년 2월, 밤에 쓰는 詩

문득 떠오른 시상의 캡처

시를 쓰는 법을 모릅니다.

하지만, 하루종일 뿌옇던 적도의 하늘은 빛을 거두어내고, 어둠을 내어주었네요.

그래서, 시를 써보고자 합니다.


2024년 2월 19일 달빛은 왠지 모르게 슬픕니다.

모든 것이 아무렇지 않다고 믿었는데, 아니었어요.

내 가슴속 애써 깊이 파묻은, 비애와 고통, 그리움과 증오, 집착과 두려움이 한꺼번에 엉켜 안 그래도 복잡한 내 머릿 속 실핏줄과 세포들을 더욱더 휘져어놓습니다.


나는 아무 소리도 듣고 싶지 않습니다. 적막과 고요함을 일생일대 한 번이라도 좋으니 부디 1초라도 느끼고 싶습니다.

나의 귀는 쓸데없이 총명해서, 냉장고 소리, 전구의 필라멘트 소리까지 세세히 들립니다.

집안을 가득 메우는 이 소리는 혼자 온전히 있고 싶다는 나의 소망을 방해하죠. 그러나, 잘 모르겠습니다. 왜 나는 이 혼자를 좋아하는지를.


혼자 있어도, 내 생각만큼은 '나'를 온전히 생각하는 것은 아닌데도 말입니다. 거짓된 혼자를 좋아하는 위선자인가 봅니다.

그렇게 그리워했던 사람을 떠올려보는 것은 진정한 '혼자'를 배신하는 활동이지만, 혼자 있을 때만 아무 노력 없이 생각나는 사람과 순간, 그리고 기억들이 있어서 그 모든 것들을 계속해서 끄집어내기 위해 '혼자'라는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든 만들어내죠. 나에겐 매우 자연스러운 행위입니다. 기억을 끄집어낸다는 것은 내가 유일하게 가진 재능이자 쾌락이어서요.


이 모든 기억들이 나의 체력을 갉아먹고, 떠올린다는 정신적 행위와 물리적 괴리를 인지하는 것은 무척 고통스럽지만, 자위적 고통은 다른 한 편으로 나에게 기쁨을 가져다주기도 하니깐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오늘 밤은 이상할 만큼 기분이 울적합니다.

하지만, 입가엔 옅은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데, 아무래도금지된 기억을 떠올리는 행위를 연속적으로 중독된것마냥 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네요.


내가 사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유를 찾아내는 것도 의무라는 사회적 압박인 것 같습니다.

애초에 태어나고 살아가고, 그리고 마지막 잿더미로 변해버릴 나의 애꿎은 육신은 아무 이유 없이 존재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무의미함이 주는 패배감과 상실감을 예방하기 위해 '의미'를 찾으라고 배운 건 아닐까요.


내 머릿속을 휘감는 모든 생각들은 나를 힘들게 하지만, 재밌기도 합니다.

이런 모든 생각들을 매 순간 하는 건 아니니깐요.

의미를 찾는 것을 억지로 하지 말자고, 다짐합니다.

무엇이든 억지로 하면 망치기 십상이니깐요.


2024년 2월 19일, 밤 9시 12분의 공기와 하늘은 유난히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공간 속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나라는 존재가 이 시공을 같이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찰 정도로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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