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경제윤리

사회윤리란 무엇인가 시리즈

by Francis Lee


사회윤리는 정의로운 사회를 지향한다. 그런데 그 정의를 반드시 경제적 정의를 바탕으로 한다. 정치적, 사회적 평등은 경제적 정의가 없으면 보장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 정의는 재화에 대한 근본적 이해에서 출발한다. 과연 재화란 무엇인가? 한자로 財貨라는 단어는 원래 고대 중국에서 조개껍질을 화폐로 이용한 데에서 나온 것이다. 財는 그런 화폐를 모으는 재주를 의미하고 貨 또한 화폐를 다루는 재주를 의미한다. 그러니 원래 財貨는 돈을 모으고 다루는 재주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현대 사회의 경제 차원에서 재화는 다음과 같은 뜻을 지닌다.


1. 명사 [경제] 사람이 바라는 바를 충족시켜 주는 모든 물건. 이것을 획득하는 데에 대가가 필요한 것을 경제재라고 한다.


그런데 영어로 재화는 goods인데 그 뜻이 약간 다르다. Merriam-Webster 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나온다.


a. something that has economic utility or satisfies an economic want; b. goods plural: personal property having intrinsic value but usually excluding money, securities, and negotiable instruments; c. goods plural: CLOTH; d. goods plural : something manufactured or produced for sale: WARES, MERCHANDISE


그리고 여기에서 나오는 property는 경제적인 차원에서 다음과 같은 뜻을 지닌다.


2 a. something owned or possessed specifically: a piece of real estate; b. the exclusive right to possess, enjoy, and dispose of a thing: OWNERSHIP; c. something to which a person or business has a legal title


property는 독일어로 Eigentum이라고 하는 데 Duden 사전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뜻이 있다.


1a. jemandem Gehörendes; Sache, über die … 1b. Recht oder Verfügungs- und Nutzungsgewalt … 2. Land-, Grundbesitz


이렇게 볼 때 현대적인 의미에서 재화는 인간의 의식주를 포함한 모든 경제적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재화에는 배타성이 있다. 한 사람이 합법적으로 소유한 재화를 불법적으로 빼앗는 것은 범죄가 되는 것이다. 그 재화를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이든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것이든 일단 한 인간의 소유물이 되면 그만이 그것을 사용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독일 헌법 제14조 2항에는 다음과 같은 조항이 나온다.


“Eigentum verpflichtet. Sein Gebrauch soll zugleich dem Wohle der Allgemeinheit dienen.”


직역해보면 다음과 같다.


“재산에는 의무가 따른다. 그 사용은 공공의 유익에도 기여해야 한다.”


뭔가 이상하다. 재산이라는 것이 배타적으로 소유된 재화인데 그것이 공공의 유익에 기여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무슨 소리인가? 더구나 이런 말이 헌법에 나오다니!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럽 가톨릭 전통의 기독교사회론의 ‘재화의 보편적 목적’(universal destination of goods)의 원칙을 이해해야 한다. 재화의 보편적 목적이란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재화는 궁극적으로 '공동선'(bonum commune)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여러 개념이 동시에 나오니 약간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한 가지씩 설명해 보자. 가톨릭 교회 교리서 2403항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The right to private property, acquired or received in a just way,

does not do away with the original gift of the earth to the whole of

mankind. The universal destination of goods remains primordial, even if the promotion of the common good requires respect for the right to private property and its exercise.”


직역해 보면 다음과 같다.


“정당하게 획득하거나 물려받은 사유재산의 권리는 지구가 인류에게 준 원래의 선물과 무관할 수 없다. 재화의 보편적 목적은 근원적인 것이다. 비록 공동선의 촉진에서 사유재산의 권리와 행사를 존중해야 함에도 그러하다.”


이는 우리가 자신의 노력이나 부모 덕분에 지니게 되어 사용하는 재산은 재화인 것으로 자기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 것을 왜 내 마음대로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인가? 나의 소유물은 법적으로 배타적 소유권이 보장되는 것인데 왜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사유 재산의 공개념이 발달되지 않은 사회에서는 매우 난감한 질문이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서양 전통에서 사유재산의 공개념은 바로 기독교사회론에서 구체화된다. 기독교에서 지상의 모든 재화는 신의 피조물이다. 그래서 그 궁극적인 소유권은 신에게 있다. 그리고 신은 특정한 한 인간이 아니라 모든 인류를 위하여 이 재화를 창조하였다. 그래서 재화는 무엇보다 공동선에 기여하는 것으로 근본적으로 인간 사회에서 계약으로 확보된 소유권에 앞서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공산주의처럼 사적 소유를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공동선의 개념에 대한 논의는 학자마다 다양한 학설로 이어져 온 역사가 있다 그래서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러한 재화의 보편적 목적과 공동선의 개념이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Soziale Marktwirtschaft)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다. 그리고 이 사회적 시장경제야 말로 공동선을 추구하는 현대의 지속 가능한 복지국가의 근본이념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이 세 가지 개념을 다음 장부터에서 차례로 논하여 보기로 한다. 사실 사회윤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윤리이기에 이를 세밀하게 정리한 다음 사회윤리의 근본 원리인 연대성의 원리(Solidaritätsprinzip)와 보조성의 원리(Subsidiaritätsprinzip)로 나가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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