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는 단지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을 충실히 실천할 뿐이다.
뉴스를 보니 서울 경찰청에서 이른바 김건희 여사 조명사건과 관련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된 우상호, 장경태 의원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 사건은 작년에 이미 한 바탕 난리가 났던 사달인데 인제야 재조명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이 고발과 관련하여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최고위원회에서 공개된 관련 비디오를 보고 나서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조명 사용이 맞는 것 같다. 나도 조명 같다. 나도 고발하라. 조명 쓴 거 같다."라고 말한 때문이다.
민주당 정경태 의원이 김건희 여사의 오드리 헵번 코스프레를 두고 ‘빈곤 포르노’라고 지적하자 국민의힘은 건수 올리려고 윤리위 제소까지 한 모양이다. 그런데 이 사건이 영국의 <The Telegraph>에도 그대로 보도되었다.
그리고 여기서 핵심은 조명이 아니라 바로 약자를 이용하여 화보를 찍는 이른바 빈곤포르노다.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자.
아시아 특파원인 니콜라 스미스가 11월 15일 자로 쓴 기사의 제목과 내용은 다음과 같다.
South Korean first lady accused of ‘poverty porn’ in photo ‘emulating Audrey Hepburn’
Opposition politicians criticise Kim Keon-hee for acting like a celebrity by comforting sick child on visit to Cambodia with her husband
By
Nicola Smith,
ASIA CORRESPONDENT
15 November 2022 • 2:03pm
Picture of Kim Keon-hee is compared to a shot of Audrey Hepburn in Somalia in 1992
Photos of Kim Keon-hee in Cambodia were compared to a picture of Audrey Hepburn in Somalia in 1992 CREDIT: Courtesy of presidential office, captured from Unicef Facebook
South Korea’s first lady has been accused of mimicking Audrey Hepburn and using a sick child in Cambodia as “poverty porn” for her own image.
Photos of Kim Keon-hee holding a gaunt young boy with a heart condition and comforting his family at their home were released over the weekend by the presidential office while she was accompanying her husband Yoon Suk-yeol, the South Korean president, in Phnom Penh at a meeting of Asian leaders.
One picture of Ms Kim wearing a short sleeved black shirt and white trousers while carrying the boy in her arms was immediately compared to a shot of Ms Hepburn in Somalia in 1992, when she held on to a starving child at a Unicef feeding centre and stared into the distance.
Korean opposition politicians immediately seized on the chance to criticise Ms Kim for acting like a celebrity and questioned her motives.
Kim Keon-hee holds a gaunt young boy with a heart condition at his family home in Phnom Penh, Cambodia
Kim Keon-hee holds a gaunt young boy with a heart condition at his family home in Phnom Penh, Cambodia CREDIT: Office of the President of South Korea
Kim Yong-min of the main opposition Democratic Party wrote on Facebook. “I hope you do away with the wickedness of using people in pain as decorations,” he said, according to Yonhap News Agency.
Jang Kyung-tae, another opposition politician, accused the presidential office of creating “poverty porn”, meaning actions which exploit the needy for gain.
But members of the ruling People Power Party, called the criticism “ridiculous” and defended Ms Kim for doing her job.
“Rather than a first lady acting like a tourist, a first lady who visits neighbours in difficult situations and volunteers for them like Audrey Hepburn is a hundred times, thousand times better,” said Kim Ki-hyeon, a PPP representative.
Kim Keon-hee holds boy
Members of the ruling People Power Party dismissed the criticism of Ms Kim as 'ridiculous' CREDIT: Office of the President of South Korea
Ms Kim has come under intense scrutiny in Korea’s boisterous political scene, where the opposition have frequently accused her of generating controversy and stealing the limelight from her husband. Her sharp sense of fashion has on occasion been portrayed in a negative light.
During the presidential election campaign last year, she apologised for “exaggerations” in previous job applications that came to light.
Her supporters say she has been made a scapegoat to attack Mr Yoon, who has suffered low popularity ratings since entering office this year. He has previously accused critics of misogyny for their focus on his wife’s looks.
저작권: © Telegraph Media Group Limited 2022(링크: https://www.telegraph.co.uk/world-news/2022/11/15/south-korean-first-lady-accused-poverty-porn-photo-emulating/)
<The Telegraph>는 1855년에 설립된 영국의 보수 경향의 신문이다. 한국의 이른바 짝퉁 보수 찌라시들과는 차원이 다른 고품격의 '찐' 보수 논조를 펼쳐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는 신문이다. 그런 신문에서 ‘빈곤 포르노’ ‘오드리 헵번 코스프레’라는 단어가 난무하는 기사를 실을 정도라면 이 일이 대단히 흥미가 있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다 번역하기는 귀찮으니 제목과 부제만 번역해 보자.
"남한의 대통령 부인이 ‘오드리 헵번 코스프레’ 사진으로 ‘빈곤 포르노’라는 비난을 받았다."
"야당 의원들은 김건희 여사가 남편과 함께 캄보디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병든 아이를 돌보며 셀럽 흉내를 내었다고 비난했다."
기사 내용에는 이미 한국에서 논란이 된 김건희 여사의 동남아 ‘화보 사진’을 놓고 여야가 다투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런데 김건희 여사 관련 외국 기사에 늘 따르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김건희 여사가 대선 때 기자회견을 하면서 자기 이력서를 ‘과장한’ 것을 사과했다는 것과 패션에 민감한 여자라는 것도 잊지 않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이 자기 아내를 비판하는 이들을 여성 혐오자로 비난했다는 사실도 꼼꼼하게 전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빈곤 포르노’라는 단어를 세계적인 <The Telegraph>도 아무런 문제 없이 쓰는데 ‘빈곤 포르노’는 고사하고 ‘포르노’의 뜻도 제대로 모르는 국민의힘이 분기탱천하는 모습이 너무 어이가 없어 몇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한국 사회에는 오래전부터 ‘빈곤 포르노’가 판쳐 왔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김건희 여사가 이번에 동남아에서 오드리 헵번 코스프레를 한 사진을 놓고 뜬금없이 ‘빈곤 포르노’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였다.
빈곤 포르노(poverty porn)는 한 마디로 구호 기관이 이른바 ‘가난 감성팔이’를 하여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비열한 방법이다. 요즘도 TV나 유튜브에 자주 등장하는 구호기관의 광고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아프리카의 굶주림에 시달리는 문자 그대로 피골이 상접한 아이의 사진과 비디오로 사람들의 동정심을 자극하여 기부금을 얻어내려고 사용하는 방법이다. 주로 아프리카의 빈민 구호 단체가 시작한 PR 방법인데 이것이 이른바 상당히 먹혀들자 여기저기서 짝퉁 단체까지 나서서 빈곤 포르노 장사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많은 구호 기관이 기부금을 가지고 장난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런 이른바 ‘앵벌이’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기 시작하였다, 그런 여파로 한 동안 잠잠해졌다. 그러다가 다시 세간에 이 일이 잊힐만하니 이제는 빈민 구호 단체만이 아니라 버젓한 구호 단체도 다양한 빈곤 포르노 아이템을 내세워 수금 사업에 골몰하고 있는 모양이다. 과거처럼 피골이 상접한 흑인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지양하되 여전히 다양한 어려움에 처한 극빈층의 사람들의 모습을 상품화하여 빈곤 포르노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이른바 극빈층 사람들의 인권과 사생활 침해의 문제와 연결되자 아예 대역 배우를 출연시켜 사진이나 비디오를 찍어 광고를 돌리고 있다. 수입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 못하겠는가? 더구나 적십자를 포함한 이른바 메인스트림 구호 단체도 기부금을 가지로 장난친 것이 드러난 판에 군소 단체가 양심의 가책을 가질 필요도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민주당 소속 의원인 정경태는 김건희 여사가 동남아에서 공식 일정을 취하하면서까지 오드리 헵번을 코스프레한 사진을 두고 빈민 포르노라고 지적하였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국민의힘과 조중동을 비롯한 찌라시의 기레기들이 한 건 잡았다 싶어서 난리 부루스를 춘다. 국민의힘은 주호영은 정경태의 발언이 “인격 모독”이며 “반여성적”이란다. 국민의힘의 여성 의원들은 정경태가 여성의 인격을 모독했다고 난리다. 아마 이들의 머릿속에서는 ‘포르노’하면 강남 룸살롱에서 일하는 이른바 '접대부', '콜걸', '나가요 걸'만 연상되는 모양이다. 아니면 국회의사당에서 아슬아슬하게 헐벗은 여자 사진을 다운로드해 보던 그 누구의 기억이 새로운 것인가? 그런 머리로 정당 활동을 하니 지금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 아니겠는가? 어쩌다가 '포르노' 하면 무조건 여성을 섹스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만 연상하는 국회의원이 우글대는 나라가 되고 말았는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포르노(porno)는 원래 그리스어 포르네이아(porneia)에서 온 말이다. 그리고 이는 원래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 성업 중인 강남식 룸살롱을 들락거리는 ‘콜걸’, ‘나가요 걸’, ‘접대부’와는 사실 아무 관련이 없다. 그리고 이른바 ‘N번방’에서 팔리는 포르노 사진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는 개념이다. 한국에 들어와서 제대로 공부는 안 하고 룸살롱을 제집 드나들 듯이 하는 사람들이 몸소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배운 것을 포르노로 아는 한국 사회에서 왜곡된 것이다. 그래서 ‘포르노’라는 단어만 들으면 파블로프가 실험한 개처럼 조건반사적으로 침을 질질 흘리며 흥분하는 정치인들이 넘쳐나게 된 것뿐이다.
물론 포르노가 접대부와 연계된 의미를 지닌 것은 맞지만 그 의미는 중세 이후에나 굳어진 것이다. 원래 고대 그리스에서는 포르네이아가 타락, 우상숭배와 같은 부도덕한 인간 행위와 관련된 개념이었다. 단지 강남 룸살롱에서 술 마시고 하는 섹스와만 관련된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래서 빈곤 포르노(poverty porno)는 부도덕한 인간의 행위와 관련하여 얼마든지 사용될 수 있는 사회학적 개념인 것이다. 그 정확한 개념은 콜린(Matt Clllin)이 미국 뉴욕 대학교 소속의 <발전 연구소>(Development Research Institute)에서 발행하는 <Aid Thoughts>에 2009년 1월 자로 기고한 "What is 'poverty porn' and why does it matter for development?"라는 제목의 글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any type of media, be it written, photographed or filmed, which exploits the poor's condition in order to generate the necessary sympathy for selling newspapers, increasing charitable donations, or support for a given cause.
이거는 다 번역해 보자.
[빈곤 포르노는] 신문 판매나 자선 기부 증진, 또는 특정 목적의 촉진에 필요한 동정심을 촉발하기 위하여 가난한 이들의 상황을 악용하는 글, 사진, 비디오로 제작된 미디어의 유형이다.
김건희 여사가 이번 동남아 여행을 통해 찍은 여러 사진이 이에 해당되는가? 일단 앞부분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여사가 찍은 사진을 공개한 대통령실에서는 이 사진을 공개하면서 더불어 조중동의 판매 부수 증대, 기부 단체 선전을 위해 찍었다는 설명을 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마지막 남은 것이 걸릴 수는 있다. 특정 목적의 촉진(support for a given cause) 말이다. 그런데 김건희 여사가 이런 화보를 내보내면서 추구하는 목적이 무엇일까? 사실 김건희 여사는 대선 이전부터 ‘화보’ 찍기에 매우 몰두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 ‘화보’를 잘 관찰해 보면 김건희 여사의 외모가 계속 변천을 거듭한 것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거의 같은 시간대에 찍은 화보도 조명과 얼짱각도에 따라 너무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는 것도 확인된다. 김건희 여사의 얼굴이 삼단 변화를 보이는 아래 사진들을 보자.
같은 장소, 같은 배경, 같은 메이크업, 같은 조명에도 이른바 '얼짱 각도'에 따라 동일 인물의 모습이 크게 달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이유는 주인공이 되는 인물의 얼굴 자체가 대체적으로 평면적이고 광대뼈가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 동양인의 경우에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한다. 얼굴이 작고 이목구비가 조화를 잘 이루는 서양인의 경우에는 이런 사태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동양인이 얼굴 성형을 해도 서양인과 같은 '입체성'을 보일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넓은 광대뼈가 있는 골격 때문이다. 턱은 얼마든지 깎을 수 있지만 광대뼈 축소 수술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고 한다고 해도 그 효과가 턱뼈를 깎는 수술만큼 두드러지지 않다.
그런데 국민의힘의 한 의원이 김건희 여사를 두고 ‘이렇게 미모 아름다운 분 있었나?’라는 찬미가를 부를 정도라니 한 번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공식 배포된 사진을 찾아본 것이다. 위의 사진은 대통령실에서 이번 동남아 방문 때 ‘뿌린’ 사진들 가운데 몇 개 골라본 것이다. 나도 나름 사진을 찍어 여기저기 보내는 사람이라 사진을 보면 대충 각도와 조명, 노출, 타임, 배경을 계산해 볼 줄 안다. 이 사진들을 찍은 사람은 상당한 수준의 촬영 실력을 지닌 전문가다. 그런데 그런 전문가가 찍은 사진에서 주인공은 늘 김건희 여사다. 사진의 초점에 늘 김건희 여사가 있다. 조명과 구도가 김건희 여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빈곤한 아이와 그의 가족은 배경과 소품처럼 처리되어 있다. 전형적인 중심인물이 돋보이는 사진의 구도이다. 더구나 후보정 작업, 이른바 포샵도 완벽히 처리했다. 그래서 특히 세 번째 사진을 보면 얼굴에 잡티 하나 안 보인다. 마치 보름날 밤 달빛을 받은 박꽃 같다.
오히려 언론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오드리 헵번 따라 하기를 더 지적하는 분위기가 많다. 아래 사진을 보자.
이 사진을 두고 빈곤 포르노 논쟁이 일어났다. 그런데 빈곤 포르노보다는 오드리 헵번 짝퉁을 강조하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물론 전에 말한 대로 두 사람 얼굴이 비교가 안 되고 있지만 말이다.
영화 <파계>에서 오드리 헵번은 세속적 사랑과 신앙심 사이에서 고뇌하는 순수한 가톨릭 수녀의 모습을 잘 표현해 내었다. 그 순수한 영혼으로 예수의 고상을 내려다보는 흰 수녀복의 오드리 헵번의 모습이 이 사진에 잘 드러나 있다. 컬러로 찍은 영화임에도 흑백의 대비가 절묘한 장면이다. 결국 결혼에 실패하고 수녀도 되지 못한 끝에 종군 간호사가 되는 가브리엘의 슬픈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로 오드리 헵번은 대스타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그런데 김건희 여사도 순수한 흰색 옷을 입고 십자가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다만 오드리 헵번과는 달리 가톨릭의 고상이 아니라 개신교의 십자가이다. 김건희 여사가 방문한 병원에서 선물 받았다는 그 십자가로 보인다. 십자가에 예수가 안 보이는 것을 보아 개신교파의 것이다.
오드리 헵번의 얼굴은 그림자가 져 있고 고상에 매달린 예수가 환히 빛나고 있다. 어두운 색의 십자가 위에 못 박혀 있는 환한 예수에 오드리 헵번의 시선이 고정되어 있다. 오드리 헵번은 주님이신 예수님 앞에서 겸손히 종으로 머물 것을 암시하는 명장면이다. 이에 비해 김건희 여사의 사진에서는 얼짱 각도로 측광과 정면 조명을 적절히 섞어서 주인공인 김건희 여사가 매우 돋보이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시선은 얼짱 각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십자가와 전혀 초점이 안 맞고 있다. 측광이 십자가의 예수가 못 박힌 것으로 여겨지는 부분을 밝히고 있지만 김건희 여사의 시선은 십자가의 하단부를 향하고 있다. 결국 여기서도 십자가는 위에 나온 병든 아이처럼 배경 소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가 메이크업, 의상, 초점, 노출, 각도, 배경, 조명, 구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턱선을 최대한 강조한 '얼짱 각도'를 고려하는 등, 모든 조건을 다 신경 써서 김건희 여사를 주인공으로 한 것으로는 매우 잘 찍은 사진이다.
대체적으로 빈곤 포르노 사진은 설정을 하지만 김건희 여사가 찍은 것 같이 화려한 색조와 조명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빈곤 포르노 사진에서는 초점이 셀렙이 아니라 비참한 상황에 놓인 가난하고 헐벗은 아이들이다. 아래의 사진을 보자.
위 사진의 주인공 여아는 결국 굶어 죽었다. 마치 독수리가 아이가 죽을 때를 기다리는 듯한 구도로 찍혀서 더욱 유명해진 사진이다. 그러나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이 새는 아무런 죄가 없었다. 우연히 이 구도로 잡힌 것뿐이다. 사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사진기자가 일종의 조작을 하여 악마의 새가 되어 버린 것이다. 물론 Kevin Carter가 찍은 이 사진은 내전에 시달리던 1993년 당시의 수단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기자와 신문은 이 사진으로 엄청난 특종을 건졌지만 수단의 빈민들은 오늘도 여전히 굶어 죽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빈곤 포르노가 난무하면서 오히려 사람들의 동정심과 감수성을 무디게 만들어 버렸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이제 빈곤 포르노에 대한 반성 운동이 폭넓게 퍼져있는 것이다.(참고: http://africainsight.org/en_campaign/en_povertypornography/en_aboutpp/) 실제로 서양의 잘 사는 백인들이 아프리카의 분쟁지역으로 몰려가 마치 동물의 왕국에서 사파리를 하는 듯이 아프리카의 가난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사진 사냥'에 나서는 것이 유행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빈곤 포르노 사진에서는 유명인사가 같이 나오는 경우가 별로 없다. 물론 오드리 헵번과 같은 유명인이 한 때 나왔지만 1990년대 이후 많이 사라졌다. 물론 한국과 같은 후진국에서는 그 이후에도 그런 유행을 흉내 내는 분위기가 잠시 있었다. 그러나 이런 빈곤 포르노에서는 여전히 도움을 받을 대상 자체가 최대한 비참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런데 문제는 위에서 말한 대로 가난한 이들을 돕자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빈곤 포르노이지만 이러한 사진과 비디오를 접한 대중이 점차 빈곤에 무감각해지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특히 TV의 경우 이러한 빈곤 포르노 광고가 나간 직후 유재석이나 강호동이 낄낄거리는 방송이나 멍청한 재벌 아들과 영리하나 가난한 여사원과 악마 같은 시가를 다루는 막장 드라마가 나오곤 한다. 그래서 빈자의 고통도 메이저 오락거리 사이의 '간식' 정도로 소비되고 마는 것이다. 이렇게 빈곤 포르노도 자본주의 논리 아래서 ‘소비’되어버리고 만다.
바로 이러한 역효과가 나오기에 위에서 말한 사악한 구호기관의 악의와 연계하여 이제는 빈곤 포르노를 지양하는 추세이다. 진정으로 이웃을 돕고 싶다면 사진을 찍어 온 사방에 뿌려 감성 팔이를 할 것이 아니라 당장 굶주리고 목마르고 아픈 아이에게 지금 여기에서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견해가 서양을 중심으로 널리 퍼지게 된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김건희 여사가 이번에 찍은 사진은 ‘빈곤 포르노’도 아니고 ‘N번방 포르노’는 더욱 아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국민의힘과 그 추종자들은 경천동지라도 하는 모양으로 분기탱천하여 날뛰고 있다. 물론 총선이 이제 2년도 안 남았으니 지금부터 공천권자의 눈에 들어야 한다는 절박함은 충분히 이해하겠다. 그러나 좀 적당히 하자. 대한민국에는 30%의 개돼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머지 70%는 적어도 빈곤 포르노와 특히 강남 지역에 넘쳐나는 이른바 ‘나가요 걸’, ‘콜걸’, ‘접대부’와 관련된 포르노를 구분할 줄 아는 양식 있는 시민이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김건희 여사는 일종의 ‘자기애성 인격 장애’의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현병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기에 일상생활에는 거의 지장이 없는 장애이다. 대부분 어릴 때 애정 결핍, 특히 아버지의 애정 결핍이나 어머니와의 애증 관계, 또는 성인이 되어 이성 관계에서 열등감을 가지게 되거나, 자신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로 생가는 장애이다. 그러나 이런 장애가 있는 사람 가까이에 있는 이들은 병자가 아니고 그저 ‘너무 나대는’ 사람이라는 정도의 느낌만 받는다. 이러한 장애는 정신병도, 법을 위반한 것도, 패륜도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특효약도 없다. 스스로 병든 에고를 내려놓고 참 자아를 깨닫고 새로운 정신으로 살면 된다. 그러니 그냥 두고 볼밖에 없다. 이런 정도의 문제를 놓고 한동훈이 기소할 리는 만무한 거 아닌가? 기소 왕국에서 살고 있는 ‘신민’으로서 참으로 난감할 뿐이다.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니 자유, 자유, 자유를 외치는 정부가 등장한 마당에 김건희 여사가 하는 모든 행동은 자유다. 누가 간섭할 수 있겠는가? 윤석열 대통령이 주장하는 자유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김건희 여사가 기특하다. 부부일심동체, 부창부수에 부위부강까지 더 하니 이 아니 삼중 축복이 아니겠나?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