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세상과 나를 묶어 행복해지게 만드는 그 것.
알고 봤더니, 내가 눈물이 많더라
목표도 그렇고, 세상을 너무 고급지게 바라봤더니, 눈 알갱이만 우월 해 졌다. 가진 것 도 없고, 지식도 별로 없으면서 자존심과 자격심에 나를 너무 미래에 몰아 세웠다. 커피 한 잔의 시간이 그렇게 좋은 건지 알면서도, 마시는 동안에는 행복했었는지 조차 기억에 안난다.
그러다가 코로나에 덜컥 걸려 버렸다. 모든 것이 멈추었다. 그리고 모든 것들이 나를 피했다. 집 안에서도 나는 격리되었고, 밥은 삼시 세끼 꼬박꼬박 내 방문 앞에 놓여 있었다. 나는 그것을 잘 먹고, 큰 소리로 잘 먹었다고 소리 한 번 지른 후 스스로 방문을 걸어 잠그고 사라져야 했다. 코로나의 고통이 미래를 방해하느라, 할 수 없이 두뇌가 없는 인간이 되어버리기로 했다.
근 1년 반의 시간을 앞만 보고 달려왔었다. 휴일에도 어디에서 편하게 쉬지는 못했고 그놈의 투자 공부, 결실도 없었던 그 공부를 하느라 내 B급 감성을 저 지하실에 묻어두었다. 평소에 눈물 흘린 기억이 없었고, 당연히 가족에게 들킬 일도 없었다. 그렇게 누워만 있다가 문득 생각지도 않은 드라마를 검색해보았다(분명 그건 내가 한게 아니고, 저 우주의 누군가가 나를 조정했던거다) '이태원클라쓰'... 아... 이건 뭔가. '허준' 이후로 드라마는 백만년만의 일인데. 누워 있기도 귀찮아서 약간 옆으로 허벌렁 엎어진 후 '이태원클라쓰'를 다운 받아 보았다. 그리고는 후다닥... 알지? 정말 시간이 아주 급하게 흘러가는거. 그랬다. 이태원클라쓰가 시작이었다. '김다미'를 본 게 말이다. 그 전에 '마녀'를 통해서도 알았지만, 김다미가 이렇게나 매력적인 여성이었다는 것을, '이태원클라쓰'를 통해서 알아버렸다. 코로나의 상처를 이태원으로 치유하고, 마지막 회의 허전함이 새살 돋기 전에 바로 김다미의 또 다른 드라마를 검색했더니 '그 해 우리는'이 나온다. 뭐야. 종영된지 얼마 안된 따끈따끈한 군고구마 같은 거 아냐?
그랬다. 나는 '그해 우리는'을 무려 2주동안 4번을 정주행했다. 차를 타고 가면서도 핸드폰 화면을 볼 필요도 없이, 대사만 들으면 자동차 앞 유리창에 장면이 되새겨질정도가 되었다. 김다미는 세상 최고의 여인이 되어 있었고, 나는 내가 그렇게 눈물이 많았는지 새삼 깨달았다. 인생 뭐 있나 싶은거. 고급진거만 바라봐도 하나도 안 행복 했던것이, 드라마 몇 편에 눈물 쏙 쏟아내면서 내 고등학교 시절로 넘실넘실 들락거리는 그 그리움에, 지하실에 묻어 두었던 내 B급 감성의 모든것을 밖으로 끄집어 낼 수 있었다. 그리고는 행복하다, 행복하다를 수도없이 되내였다.
지금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를 손에서 놓지는 않았다. '이태원클라쓰'에서 '그 해 우리는'으로, 그리고 김다미가 더 이상 드라마를 찍은게 없어서 '스물한살,스물다섯살'의 김태리까지 넘어왔다. 김다미와 김태리. 세상 모든 아름다운 여인은 죄다 김씨인듯 하다. 저 먼 미래를 현실로 가져오려고 득달같이 달려왔는데, 지금은 현실의 드라마를 통해 저 지나간 과거를 들쳐 보게 되었다. 눈물을 질질 짜는 내가 참 행복하고, 아직까지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여인은 죄다 김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