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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포걷달 Apr 17. 2022

B급 감성

드라마. 세상과 나를 묶어 행복해지게 만드는 그 것.

알고 봤더니, 내가 눈물이 많더라



목표도 그렇고, 세상을 너무 고급지게 바라봤더니, 눈 알갱이만 우월 해 졌다. 가진 것 도 없고, 지식도 별로 없으면서 자존심과 자격심에 나를 너무 미래에 몰아 세웠다. 커피 한 잔의 시간이 그렇게 좋은 건지 알면서도, 마시는 동안에는 행복했었는지 조차 기억에 안난다.


그러다가 코로나에 덜컥 걸려 버렸다. 모든 것이 멈추었다. 그리고 모든 것들이 나를 피했다. 집 안에서도 나는 격리되었고, 밥은 삼시 세끼 꼬박꼬박 내 방문 앞에 놓여 있었다. 나는 그것을 잘 먹고, 큰 소리로 잘 먹었다고 소리 한 번 지른 후 스스로 방문을 걸어 잠그고 사라져야 했다. 코로나의 고통이 미래를 방해하느라, 할 수 없이 두뇌가 없는 인간이 되어버리기로 했다.


근 1년 반의 시간을 앞만 보고 달려왔었다. 휴일에도 어디에서 편하게 쉬지는 못했고 그놈의 투자 공부, 결실도 없었던 그 공부를 하느라 내 B급 감성을 저 지하실에 묻어두었다. 평소에 눈물 흘린 기억이 없었고, 당연히 가족에게 들킬 일도 없었다. 그렇게 누워만 있다가 문득 생각지도 않은 드라마를 검색해보았다(분명 그건 내가 한게 아니고, 저 우주의 누군가가 나를 조정했던거다) '이태원클라쓰'... 아... 이건 뭔가. '허준' 이후로 드라마는 백만년만의 일인데. 누워 있기도 귀찮아서 약간 옆으로 허벌렁 엎어진 후 '이태원클라쓰'를 다운 받아 보았다. 그리고는 후다닥... 알지? 정말 시간이 아주 급하게 흘러가는거. 그랬다. 이태원클라쓰가 시작이었다. '김다미'를 본 게 말이다. 그 전에 '마녀'를 통해서도 알았지만, 김다미가 이렇게나 매력적인 여성이었다는 것을, '이태원클라쓰'를 통해서 알아버렸다. 코로나의 상처를 이태원으로 치유하고, 마지막 회의 허전함이 새살 돋기 전에 바로 김다미의 또 다른 드라마를 검색했더니 '그 해 우리는'이 나온다. 뭐야. 종영된지 얼마 안된 따끈따끈한 군고구마 같은 거 아냐?


그랬다. 나는 '그해 우리는' 무려 2주동안 4번을 정주행했다. 차를 타고 가면서도 핸드폰 화면을  필요도 없이, 대사만 들으면 자동차  유리창에 장면이 되새겨질정도가 되었다. 김다미는 세상 최고의 여인이 되어 있었고, 나는 내가 그렇게 눈물이 많았는지 새삼 깨달았다. 인생  있나 싶은거. 고급진거만 바라봐도 하나도  행복 했던것이, 드라마  편에 눈물  쏟아내면서  고등학교 시절로 넘실넘실 들락거리는  그리움에, 지하실에 묻어 두었던  B 감성의 모든것을 밖으로 끄집어 낼 수 있었다. 그리고는 행복하다, 행복하다를 수도없이 되내였다.


지금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를 손에서 놓지는 않았다. '이태원클라쓰'에서 '그 해 우리는'으로, 그리고 김다미가 더 이상 드라마를 찍은게 없어서 '스물한살,스물다섯살'의 김태리까지 넘어왔다. 김다미와 김태리. 세상 모든 아름다운 여인은 죄다 김씨인듯 하다. 저 먼 미래를 현실로 가져오려고 득달같이 달려왔는데, 지금은 현실의 드라마를 통해 저 지나간 과거를 들쳐 보게 되었다. 눈물을 질질 짜는 내가 참 행복하고, 아직까지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여인은 죄다 김씨이다


김다미/김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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