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의 시는 여전히 우리를 울게 한다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 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잔잔하고 조용히 슬픔을 내뱉는 시는 절절한 시보다 더 울림이 있다.
마지막 연을 보면 그 은근한 이별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가면 가도 아주 가지는 않는다니 그것은 떠나는 사람의 마음인가, 남아있는 사람의 작은 바램인가.
그런 약속이 있었을 거라는 남은 자의 탄식이며 기약 없는 소망이다. 간 사람은 갈 곳이 있기 마련이다. 남은 자는 갈 곳이 없어 개여울에 나와 앉아있을 뿐.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잊어야 한다는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잊지 말라고 떠난 이가 내게 한 부탁인 듯 스스로를 위로하는 그 슬픔은 애잔하고도 구차하다. 그 구차함은 보편적이며 모두의 구차함이다.
이 시를 노래로 만들어 수많은 가수가 불렀지만 소개하고 싶은 가수는 아이유와 정미조다.
아이유 버전은 정재일이 피아노 반주를 하는데 반주라기보다 아이유와 동등한 입장에서 노래한다.
피아노의 해머가 현을 아프게 때리고 현은 큰 울림을 준다. 아이유의 담백한 목소리가 더 아프다.
제일 좋아하는 버전은 단연 정미조의 개여울이다.
이 곡은 작곡자이자 색소폰 연주자인 손성제의 편곡으로 아주 다른 느낌으로 재탄생되었다.
피아노의 인트로도 인상 깊지만 중간에 나오는 색소폰의 긴 호흡은 떠난 사람의 한숨과 미련을 느끼게 한다.
요즘 듣기 힘든 성숙하게 나이 든 여가수의 목소리가 주는 세월의 힘은 듣는 이를 숙연하게 한다.
사랑은 극히 개인적인 일이며 아름답기도 하지만 구차하고 찌질하다. 나는 그 찌질한 질척거림을 좋아한다. 그 질척댐을 여전히 세련되게 느끼게 하는 김소월의 시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