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렌클 - 을유문화사
세상은 여기서 살아가기 위해 내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매일 가르쳐 주고 있다.
너무 많은 움직임의 소용돌이 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고요하게 있기.
조용히 하기.
귀 기울이기.
- p. 182
너의 생일이다. 너의 생일은 항상 10월의 가장 멋진 날에 찾아온다. 비록 그날이 평일이어도 너는 너의 윙윙거리는 기계들과 너의 견해들을 한쪽으로 제쳐 둘 시간을 찾아내야 한다.
(중략)
그리고 네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걷는 동안, 아마도 땅이 너를 길로, 너의 손을 잡은 채 떨어지는 나뭇잎을 가리켜 보이는 어린아이에게로 다시 끌어당길 것이다. 봄에 새로 돋아난 풀 색깔을 띤, 좀개부리밥이 떠다니는 습지로. 축축한 개울 후미진 곳에서 들려오는 응답 없는 외로운 개구리의 울음소리로, 묵주 구슬처럼 검은 통나무 위에 줄지어 앉아 햇볕을 쬐는 거북이들에게로. 나무 꼭대기 높은 곳에서 신랄하게 입씨름하는 까마귀와 큰어치에게로. 애인이 미소 띤 얼굴로 눈을 떼지 않고 응시하는 동안 벤치에 앉아 격렬한 몸짓을 하며 이야기하는, 의수를 한 젊은 여자에게로.
그리고 아마도 너는 그 어느 독수리보다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하늘을 선회하는 두 마리의 독수리를 볼 것이다. 그러는 내내 나뭇잎이 나뭇가지에서 축복처럼 너에게 떨어져 내릴 것이다.
- p. 300
퇴락의 광휘를 몇 번이고 되풀이해 나 자신에게 가르쳐야 한다. 파랑새가 마지막으로 쿠퍼매를 만난 소나무 아래 짙은 청색 깃털이 부유한다.
겨울이라 말라서 창백하게 바스락거리는 부들레이아 잎들 위에, 사용한 못들이 뒤죽박죽으로 널려 있다. 잎마름병으로 시든 장미, 검게 변하고 죽음에 이를 정도로 무시무시한, 지금은 지난해 여름 그곳에 자리 잡은 홍관조 둥지라는 훌륭한 건축물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얽히고설킨 장미 줄기들.
사그라드는 햇빛 속 불꽃처럼 빛을 떨쳐 내는 거실 피아노 위에 쌓인 먼지, 그리고 한 번의 긴 한숨 앞에 날려 가는 백합 꽃잎들.
- p. 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