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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o Jun 04. 2024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 청아출판사






 영화 컨택트에서 지구로 찾아온 외계인은 과거, 현재, 미래. 우리가 한 번에 볼 수 없는 시간대를 동시에 바라보죠. 언어학자인 주인공이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그들처럼 바라볼 때 그녀는 천칭 저울 위에 놓입니다. 자신의 결정에 따라 기울게 되는 추는 어떤 미래를 향해 흘러갈까요? 순간순간의 선택들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항상 생각합니다. 슬라이딩 도어즈에서 선택이 만드는 마치 평행이론 속 평행우주 안의 삶처럼 다른 선택지의 삶을 경험해 볼 수도 없고, 컨택트에서처럼 결과를 알고 있으면서도 선택을 할 수 있는 우리가 아니죠. 그러기에 나란 존재가 만들어가는 오늘이란 시간을 가장 충실하고 평온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선택과 스스로의 의미 부여에 대해 늘 고민하게 되죠.









 

 오늘은 제 첫 브런치북 <책을 읽어드립니다>의 마지막 회차입니다. 어떤 책으로 마무리를 할 것인지 오래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 번아웃에서 저를 구원해 준 삶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든 책,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골랐습니다.




고테라피라고 하는 신개념 정신분석학파 학자인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4곳의 수용소에 수감됩니다. 당시 수용소를 옮긴다는 것은 수감자들이 제일 먼저 옮겨진 곳에 화장터나 오븐이 있는지를 파악하고 자신들이 보내진 의미에 대해 미칠듯한 불안 속에서 추측을 해야만 하는 죽음의 행진이었습니다. 그는 누이동생을 제외한 모든 가족을 잃게 되었고, 그 모든 사실을 전쟁이 끝난 뒤 알게 되었지만 살아남아 자신이 겪은 일들을 토대로 책을 쓰고 연구를 계속합니다.




 그를 움직인 동력은 무엇일까요?




'왜why'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how' 상황도 견딜 수 있다.




 

 번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 채 수용소에 갇혀버린 사람들은 극한의 상황 속 집에 돌아갈 날들만 꿈꿉니다. 사형선고를 받은 죄수가 처형 직전 집행유예를 받을지 모른다는 망상을 갖는 "집행 유예 망상" 등을 갖습니다. 수용소 안 독일군 대신 자신들을 감시하는 신 권력층 카포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며 입소하지만 얼마 못 가 자신 아니면 내 옆의 친구가 사형대로 끌려갈 처지로 해방이 대체 언제일지 모를 날을 버텨야 하는 처지임을 절감하죠. 우스꽝스럽게 벌거벗겨진 몸뚱이 외에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변모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행동에 대해 빅터 프랭클은 세밀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서술합니다.









 빅터 프랭클은 레싱이

"이 세상에는 사람의 이성을 잃게 만드는 일이 있는가 하면 더 이상 잃을 이성이 없게 만드는 일도 있다."는 말을 인용하며 냉정한 호기심, 혐오감, 무감각, 죽음보다 더한 모멸감 등을 겪으며 인간성을 상실해 가는 주변의 사람들을 하나씩 보여줍니다. 먹는 것과 자는 것, 살아남은 일에 대해서만 골몰하게 되는 처참한 상황 속에서 그는 깨닫습니다. "인간에 대한 구원은 사랑을 통해서, 사랑 안에서 실현된다."라는 오래된 진리를요. 그리고 어딘가에 살아있을 자신의 가족들을 떠올리며 발진 티푸스에 걸려 움직일 힘조차 없을 때에도 다른 환자들을 돌보며 하루하루를 버텨냅니다.



 그는 매일같이 선택해야만 했죠. 매시간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그 결정이란 개인의 자아와 내적인 자유를 빼앗아 버리겠다는 부당한 권력의 압박 아래 협박에 굴종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결정들이었죠. 수면 부족, 식량 부족, 다양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질병에의 노출 등으로 삶의 의지가 꺾여가는 곳에서 수감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유도당할 가능성이 크게 마련이죠. 하지만 그는 다양한 사건들을 분석하고 말합니다. "수감자가 어떤 종류의 사람이 되는가 하는 것은 개인의 내적인 선택의 결과이지 수용소라는 환경의 영향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난다"라고 말이죠.






 도스도예프스키의 "내가 세상에서 한 가지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 고통이 가치 없게 되는 것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삶을 의미 있고 목적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영혼의 자유라고 말합니다. 대다수의 많은 이들이 일시적인 삶(의도치 않은 삶의 시련을 의미) 속에서 방향성을 잃고 무너져 버릴 때 미래에 대한 기대로 삶의 의지를 갖고 일어설 수 있는 힘에 대해 고통의 극점을 통과한 빅터 프랭클은 담담한 어조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가 겪은 시간을 통해 그리고, 그 시간을 보낸 뒤 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에 시달렸을 거라 생각합니다. 자는 중에서 어디선가 큰소리만 들려와도 폭격이 시작되었다 생각해 허둥지둥 일어나 침실 밖으로 달려 나왔을 수도 있을 것이고, 자신을 죽도록 괴롭히던 감독관의 억양만 들어도 얼어붙어 식은땀을 흘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인간이 자신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찾고자 하는 노력을 인간의 원초적 동력으로 보며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연구를 합니다.



 그의 연구에서 제일 관심이 간 부분은 현대 인간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갈등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공허와 좌절 등이 신경 안정제와 약들로 무마시키고 달래야 할 병증이 아니라고 말하는 점입니다. 번아웃 증후군으로 진단을 받고 저 역시 약을 복용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러한 치료가 무조건 효과 없다는 뜻이 아닌, 그때 제가 느낀 공허, 우울이 병증이 아니었다는 빅터 프랭클의 말에서 큰 위로를 얻었습니다.  


 가치 있는 삶에 대한 인간의 관심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그것에 대한 절망도 실존적 고민이지 정신 질환이 아니다.   
                                          p.157 중


 
인생을 두 번째로 살고 있는 것처럼 살아라. 그리고 지금 당신이 막 하려고 하는 행동이 첫 번째 인생에서 이미 그릇되게 했던 바로 그 행동이라고 생각하라.

 이 말처럼 인간의 책임감을 자극하기에 좋은 말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말을 듣는 사람은 첫째 현재가 지나간 과거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둘째 지나간 과거가 아직도 변경되고 수정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교훈은 인간으로 하여금 삶이 '유한성'은 물론, 그가 자신과 자신의 삶으로부터 성취해 낸 성과의 '궁극성'과도 대면하게 만든다.

                                                 p.164 중


 
모든 삶의 비극적인 요소, 즉 고통, 죄, 죽음 등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해 '네'라고 대답하는 것. 어떤 상황에서도, 심지어는 가장 비참한 상황에서도 삶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는 말은 그의 경험을 통해 강력한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p.199 중



 


 그의 생에 가장 큰 상흔을 남긴 상처들을 직면하게 만드는 1부의 수용소 체험기에서 가스실을 만든 것도 인간이고, 그 안에서 죽은 이의 몸에서 신발을 벗겨 신고, 죽은 이가 손에 쥔 채 죽은 감자를 빼앗아 먹고, 신발끈을 빼내 자신의 것에 묶는 것도 인간이라는 점. 그리고 죽어가는 중에도 다른 이를 살피고 선한 영향력을 주는 것도 인간이라는 점. 앞으로의 삶의 방향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판단의 주체 역시 인간이라는 점을 깨닫고 꽤 오랜 시간에 저를 돌아보게 되었죠.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나란 존재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목표를 정했을 때, 다시 달릴 힘이 생겼어요. 제게 정말 큰 울림을 준 책입니다.






 여러분, 30화의 연재 동안 항상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쓰기를 통해 마음을 열고 정화하며 내일을 꿈꾸는 제가 되고 있습니다. 모두 함께 읽어주시는 여러분 덕분입니다. 다음 시즌 재정비해서 찾아뵐게요^^ 더 성숙한 식견으로 다양한 주제들로 갖고 올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또 만나요, 우리^^



















* 같이 듣고 싶은 곡


임윤찬 연주  : 차이코프스키 사계 중 5월



https://youtu.be/4SQZ2UrW11I?si=dhLDrdv3HtCv9azo









#빅터프랭클

#죽음의수용소에서

#임윤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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