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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o Oct 08. 2024

포이즌우드 바이블

바바라 킹솔버





 항만도시에 외래식물 유입이 지난 7년간 12% 이상 늘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이름도 쉽게 발음하기 힘든 마크로카르파달맞이, 오피키날리스갈레가 외 총 8종의 꽃들이라더군요. 모두 국내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았던 종이라 합니다.  급속히 늘고 있는 외래종의 처리에 대해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하단 글을 읽다, 대체 이 생명들은 어디에서 이곳까지 날아와 싹을 틔웠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자신이 있던 그 자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이렇게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피어난 녀석들을 보고 있으니 외래종과 토종의 격전이 치열하게 벌어졌던 1960년대 콩고를 배경으로 한 소설 <포이즌우드 바이블> 속 인물들이 떠오르더군요. 뿌리를 내렸으나 움트지 못하고 죽어버린, 다시 살기 위해 그곳을 떠나온 여인들의 이야기가요.


 북미와 유럽의 제국주의가 끊임없이 노리던 아프리카 콩고는 아직도 식민잔재가 남아있고, 극심한

빈부격차로 몸살을 앓는 곳이죠. 마치 우리 근ㆍ현대사의 모습과 닮은 콩고는 콩고공화국과 DR콩고ㅡ콩고민주공화국ㅡ으로 나누어집니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때는 DR콩고가 독립하기 전의 벨기에령 레오폴드빌 콩고였을 때이며, 1959년 이 혼란한 시기에 미국의 침례교 목사인 네이선이 가족들과 함께 선교를 위해 이주해 옵니다. 물론 콩고인들이 불러서가 아닌 미국에서 파견을 해서죠.  










  이주하기 전, 짐을 몇 번을 추려서 쌌음에도 비행기 수하물 검색대의 무게 초과로 적발이 돼서, 많은 생필품들을 걸러내야 하는 공항에서의 이들 가족의 모습은 다른 세계에 들어가기 위한 입문이 이토록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시트콤 같았죠. 정신없이 트렁크에서 빼내고, 뺀 짐을 치마 밑에 꾸역꾸역 넣거나 겹쳐 입는 가족들의 시련 앞에서 아버지인 네이선은 들의 백합화는 아무것이 없어도 하나님의 은혜로 잘 자란다며 되려 그들을 나무랍니다. 상대에 대한 배려 없는 네이선의 독선적인 태도는 선교지에서 빛을 발하죠.
 

 중국어처럼 성조 비슷한 것이 있는 콩고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현지인들 앞에서 그리스도의 의미를 외치던 네이선. 콩고어로 뱅갈라는 귀하고 소중한 것을 의미하기에 그 단어를 설교에 사용하며 그리스도가 소중한 존재라며 큰소리로 "타다 그리스도, 뱅갈라"라 외쳐대는 네이선 때문에 설교를 듣던 부족민들은 혼란에 빠집니다. 그의 발음이 콩고의 독나무인 방갈라로 그들에겐 들렸기 때문이다. 만지면 우리나라 옻나무처럼 독성으로 피부가 짓무르거나 크게 덧나는 이 나무가 사랑의 그리스도라니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요?


 또 악어가 넘쳐나는 강에서 세례식을 행하겠다면서 사람들을 막무가내로 끌고 가는 과정에서도 권위의식과 허식에 사로잡혀 다른 이들의 말을 듣거나 살필 줄 모르는 그의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사람들을 무지한 존재들로, 자신들보다 못한 존재로만 치부하던 서구열강의 모습이 덧입혀지죠. 결국 현지인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뱅갈라를 만져 노란 고름을 흘리며 고생하는 그의 모습은 어쩌면 아프리카와 베트남 등 그 외 약자의 입장에 놓인 나라들과 민족을 힘의 논리로 유린하다 도망쳐 나온 역사 속 서구열강들의 모습과 일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나 이 소설은 네이선이 화자가 아닙니다. 그의 부인 올리애너와 4명의 딸들인 레이철, 에이다, 리아, 루스 메이가 한 번씩 관점을 달리하며 이 상황들을 이야기하죠. 나중에 몇 번의 결혼을 거치며 콩고의 호텔을 소유하게 되는 큰 딸 레이철, 콩고의 독립운동에 뛰어드는 둘째 리아, 독뱀에 물려 죽게 되는 루스메이,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리아의 반쪽 쌍둥이 에이다와 이 모든 걸 다 묵묵히 지켜보며 인내하다 결국 딸의 죽음 앞에 콩고를 떠나온 어머니 올리애 너의 시점으로 30년이 넘는 가족사를 전달합니다.  




그 순간까지 나는 둘 다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곳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과 내 남편의 아내로 사는 일. 얼마나 큰 자만이었던가! 나는 그의 도구요, 그의 짐승이었다.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었다. 우리 아내들과 엄마들은 결국 우리 자신의 정의라는 손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나는 그저 조국이 또 다른 나라를 정복하러 떠날 때 입을 꼭 다문 채 깃발을 흔든 여자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 유죄든 무죄든 그런 여자들은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그들은 잃기 위해 존재한다.

 p.115   -  올리애너 프라이스




 가끔은 개인적으로 겪은 일들을 생각하며 내가 여전히 온전한 하나의 인간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중략) 그게 바로 내 조언이다. 밀고 당기는 것은 다른 이들에게 맡기고 당신은 그저 그들을 타고 가라. 그러면 목숨을 잃지 않을 것이다.

p. 633 - 레이철 프라이스





 어떻게든 과거로 돌아가 아버지에게 선물 하나만 줄 수 있다면, 당신이 부적절한 일을 했음을 깨닫고 그것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단순한 인간적 구원을 선물할 것이다. 가엾은 아버지. 그분은 그것을 결코 깨닫지 못한 수십만 명의 사람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 아버지는 정의에 대한 믿음으로 나를 짓밟고 죄책감으로 나를 흠뻑 적셨다. (중략) 내 아버지들의 죄는 결코 하찮은 게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나아간다. 사랑 안에서 잠이 깨고 적도의 태양 아래서 살을 태우며 일한다. 내 네 아들을 본다. 토사 색, 양토 색, 흙먼지 색, 점토 색. 그들의 아이들은 무한히 다양한 색깔일 것이다. 시간이 내 흰색을 완전히 지워주고 있음을 나는 깨닫는다.

p.643 -  리아 프라이스





 어린 시절 나는 배신감을 불태우는 데 너무도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다. 전반적으로는 세상에 대한 배신감, 구체적으로는 리아에 대한 배신감이었다. 나와 리아는 각각 배신감과 죄책감 때문에 서로 반대편으로 휘었다. 우리는 오해를 토대로 우리의 삶을 쌓아 올렸다. 그러니 이제 와서 그것을 빼내 바로잡으려 한다면 나는 완전히 무너져 내릴 것이다. 오해는 내 주춧돌이다. 생각해 보면 그것은 모든 이들의 주춧돌이다. 진실인 줄로 알고 있는 착각이 우리 발밑의 보도를 이루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문명이라고 부른다.

p. 650 -  에이다 프라이스










 
 그들은 아무것도 갖고 나오지 못한 것처럼 보였어요. 붕괴된 가족구성원, 각기 다른 자신들의

가치관으로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뿔뿔이 흩어져 버린 거라고 생각했죠. 가만히 그녀들의 또 다른 삶을 들여다봅니다. 소설의 처음 마치 소풍가듯 콩고 땅을 밟던 올리애너와 딸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 장에서  한 명이 사라진 채로 다시 그 땅을 찾은 그녀들의 모습은 끝나지 않고 이어지는 삶의 흐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만들기도 했죠. 완벽한 구조에 감탄하면서 말이죠.


저는 그중에서도 끝까지 열사의 땅에 남은 리아가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감동을 받습니다.

외래종으로 그 자리를 지키며그들의 역사에 동화된 채 그곳에서 새 삶을 살아가는 리아. 마지막에 늘 흰색의 순결한 백지 같던 그녀의 색채가 다채롭게 빛이나리란 확신을 갖으며 그 선택을 응원하게

됩니다. 그녀 앞에 다양한 색깔을 가진 아이들이 자라고 번성해 각자의 영토를 가꾸며 삶은 거대한 물줄기를 이루는 강이 되어 콩고를 덮고 흘러가겠죠.



 작가는 얼마나 오래 이 땅과 사람들을 생각하고 그려갔을까요? 작가란 우리가 살아온 역사를 통해 그 속에 가려져 있던 인물들을 이렇게 생생하게 하나씩 직조해 낼 수 있는 사람이라야만 한다는 정석을 보여주는 것 같은 귀한 소설이에요. 바바라 킹솔버의 다른 소설들도 찾아 읽게 될만큼 아름답고 깊이있는 언어들의 보고입니다. 근현대사를 지루하지 않게 재탄생시킨 작품, 토지 말고 처음입니다.



 여러분에게 포이즌우드 바이블은 어떤 의미로 다가 올까요? 등장인물 속 누구에게 가장 많은 공감을 하시게 될 지 궁금해지네요. 감기 조심하시구요. 평온한 밤 되셔요. 꼭이요.




















* 같이 듣고 싶은 곡


죽은 황녀를 위한 파반느


https://youtu.be/DVtNt-6OTM8?si=_cK5Tf0YXCcGSgmD










#포이즌우드바이블

#바바라킹솔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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