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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o Oct 15. 2024

어른의 중력

사티아 도일 바이오크




 어릴 적 개밥바라기별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여린 빛이 몰려오는 어둠과 아직 가시지 않은 밝음 사이 떨고 있는 작은 영혼 같아 늘 마음이 쓰이죠. 어둠에 이울어질 별빛은 어디를 바라보며 어둠을 이겨내는 걸까요? 어쩌면 항해자의 별인 북극성을 이 별도 보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어디에 있어도 빛나는 별을 보고 묵묵히 견디면 어둠이 다시 물러가고 편안한 아침햇살 아래 잠들 수 있는 시간이 올 테니까요.



 성인이 된 지금은 나침반을 자주 들여다봅니다. 스페인 여행에서 사 온 고풍스러운 나침반부터 다양한 이미지로 만들어진 나침반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속 갈피를 못 잡고 섞여있는 생각의 덩어리들이 조금은 질서 정연하게 정리되는 기분이 들어서요. 사람의 몸 안에 이런 나침반이 내장되어 있다면 좋겠어요.


 수컷 늑대가 무리를 떠나 세상을 향해 나설 때 어둠 속을 향해 거침없이 발을 떼는 것처럼, 드넓은 초원 한가운데를 지나면서도 물이 흐르는 곳을 찾는 코끼리처럼, 멕시코 만류의 흐름을 읽어 알을 낳으러 가는 바다거북처럼. 그리고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 생명의 둥지를 만드는 철새들처럼 정확한 방향감각이 있다면 우리들의 삶은 어떤 모습으로 흘러가고 있을까요?









 <어른의 중력>이란 책을 만났습니다.



 인생의 1/4 지점에서, 보이지 않는 거대한 중력처럼 눈앞에 닥친 세계가 무겁게 느껴지고, 그 거대한 무게와 하찮은 나의 고민을 왔다 갔다 하면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이 책은 끝없는 절망과 떨칠 수 없는 불안에서 벗어나 명확성과 방향성과 기쁨이 가득한 성인기를 구축하려고 애쓰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 이 고통받는 지구에서 자기만의 길을 찾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p.18






 우주의 원리나 세상에 숨겨진 도(?)를 설파하는 책이 아닙니다. 아직도 쿼터라이프의 시기에 머물러 있는 듯한 제게 큰 울림을 준 살면서 깊이 생각해 볼 우리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방법에 대한 책이죠. 20대 초반을 생각하면 부모님으로부터 어떤 경제적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모든 일을 해결하기 위해 달려 다니던 제 모습이 유튜브 영상 2.5배속 빨리 감기처럼 눈앞에 흘러갑니다. 그때는 늘 이런 불안함사로잡혀 있었죠. 갑작스레 비게 될 통장잔고, 사라지게 될 단기 일자리, 장학금을 받기 위해 유지해야 했던 학점에 대한 불안 등등 여러 가지 것들에 늘 숨이 가빴던 것 같아요.

 


자신에게 분명 결함 같은 것이 있는 거라고, 존재 가장 깊은 곳에 치유할 수 없는 결함이 있는 거라고, 그는 자신에게 말하곤 했다. 인간은 삶으로써 완전해질 수 있다고 그는 진심으로 믿었던 것이다.
                         - <시인 닐스 리네> 중



 나의 결함을 치유하며,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오늘의 나의 걸음을 위로하는 다정한 말이죠. 다만 어떻게 살아야 삶으로써 완전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어느 누구도 말해줄 수 없다는 걸 늦게 깨달았습니다.



 모두가 마치 각자도생으로 자신 앞의 생의 지도를 완성하는 일에 골몰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지도는 자신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야 제대로 조망할 수 있을 테니까요. 쿼터라이프는 이런 시기의 고민을 내담자와의 일화 등을 통해 구분 짓고 고민의 유형으로 사람들의 특징을 구분 지어 그에 맞는 조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감정을 조절하고 생활력을 기르며 세상을 살아갈 자신은 없을지라도, 마음속에서 자신이 생물학적 나이보다 성숙하고 지혜롭다고 느낄 수 있는 의미형. 성인기의 근본적인 과제라고 간주했던 목표들-좋은 성적, 탄탄한 과외활동, 장기플랜, 결혼, 안정적인 직장 생활, 승진, 저축 등-을 자연스럽고 능숙하게 살아내며 문화권에서 인정을 받는 안정형. 극단적인 분류가 아닐까 우려하실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이 두 가지 삶의 커다란 유형의 틀은 가변성이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두 날개처럼 서로 조응하며 공존하는 특성들이라 내가 어느 쪽을 더 우선하는지, 그래서 삶에서 어떤 의미들을 더 많이 고민하고 왔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될 듯합니다.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개인적인 여정의 첫 표지판을 앞두고 선 이들이 받는 마음 톺아보기를 위한 아주 작은 탑승권이라고 할까요? 안정형과 의미형의 나눔은요.








 책 속에서 등장하는 4명의 인물들이 있습니다.


 "믿음, 희망, 사랑, 이 셋은 영원할 것이고 이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랑이다."라는 말을 문신으로 새겨놓고 살아가지만 정작 자신은 사랑하지 않고 늘 불안해하던 그레이시.


 지구상에 태어나 죽어가는 수많은 생명들에 대한 애정과 연민을 갖고 있지만 살아가는 자체의 힘겨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내면의 성장 스위치가 켜지지 않아 지루해 죽을 것 같은 삶을 견디는 대니.


 안정적인 직장에서 유능한 일원으로 인정받고 살고 있지만 얼어붙은 벽 한쪽에서 타인을 바라보는 것처럼 관조하는 삶에 지쳐버린 미라.


 대학농구팀의 에이스이자 우수학생이었지만 쫓기듯 올라가던 수직의 사다리와 통제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추락해 버린 아데랄이란 약물에 빠져버린 코너.





 저자는 이들과의 깊이 있는 대화와 꾸준한 상담으로 삶의 목표를 찾아가는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 제시를 해줍니다.  여태까지 그들이 해보지 않았던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경청을 해보도록 권하죠. 일상 속의 건강과 방향감각을 기를 때 도움이 되는 경청은 우리가 현실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로 인해 때로는 위험할 정도로 도취되고, 때로는 버티지 못하고 가라앉을 정도로 깊이 몰입하는 등 균형을 잡지 못할 때 이러한 불안정의 감각이 시작된 처음을 찾아보게 유도를 하죠.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경계를 설정해야 하는지, 자신과 혹은 타인과 어떤 경험을 통해 즐거운 감정등을 형성할 수 있는지, 식습관이나 수면 습관은 어떻게 조정할 수 있는지 등등 다양한 현실 속 방법들이 불안정한 내담자의 내면을 항상 평상심을 갖고 안녕하게 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 책을 통해 이러한 시기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방법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길을 잃었거나 고통스러울 때는 과거와 완전히 다른 미래가 가능하다는 믿음에 온 마음을 바쳐야 한다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성장의 과정을 찾아 스스로의 껍질을 벗고 나온 4명의 인물들은 저마다의 인생에서 작은 영웅이 되기 위한 지루하고 힘든 과업들을 수행하며 다음 단계의 성장을 해야만 하죠. 끊임없이 불어오는 의심의 바람에 맞서 내면에서 일고 있는 불안의 노래를 잠재우고 일상의 균형감각을 키우며 앞으로 나아가는 일. 때로는 이런 해피엔딩을 맞지 못하는 사람들도 정말 많이 있겠죠.



하지만 서두에서 인용했던


자신에게 분명 결함 같은 것이 있는 거라고, 존재 가장 깊은 곳에 치유할 수 없는 결함이 있는 거라고, 그는 자신에게 말하곤 했다. 인간은 삶으로써 완전해질 수 있다고 그는 진심으로 믿었던 것이다.



 이 말을 믿습니다. 우리들의 삶은 살아냄으로써 완전해질 수 있는 진행형의 지도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잊고 있거나 잃어버린 삶의 나침반을 찾아 걸으며 발자국으로 완성될 자신만의 영토와 세상을 위해 오늘도 힘내볼 수 있는 온기 어린 위로를 이 책이 전하고 있습니다.



 나이는 더 먹었지만 내 삶은 아직 쿼터라이프 때의 탐색기에서 정체되어 있는 것 같다면 책 속 4명의

인물들이 스스로의 어둠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바라보며 또 다른 길을 찾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 같이 듣고 싶은 곡


9와 숫자들 : 평정심


https://youtu.be/Ci1JnZRWh0w?si=N-qP8Ogzxs60KBSW











*인용그림 출처 - 유영국 Work

#유영국그림

#24년대전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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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무게이야기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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