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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o Oct 01. 2024

인연, 언젠가 만날

이해선








당신 바람에 잇대어


타루초에 적었던 나의 만트라
바람이 토해 낸 고원의 숨결
닿았던가

나붓나붓 먼 데서 흘려보낸
기도가 이곳에 고이니
지상에 매단 별 하나 반짝
잊혀진 날을 펼친다

캉 림보체 에울길을 걷고 걸어
세상의 業을 씻어내려면
꼭 108번을 올라야 한다지.

당신은 수미산,
나는 시바신의 메루라 부르던  
하늘지붕 카일라스,

발길은 어디쯤 새겨져 있을지
잘게 울리는 풍경 아래 헤아리다,
그만 아득해지네

잊혀지는 풍경 아래 새겨 넣는 만트라

옴 타레 투바레 투레 스바하

빛나는 타라 여신이여.
자비로운 신의 손길로 나를 안아
고통의 강을 건네게 해 주오.
그곳으로 나를 불러주오.

그대 스치울 길목 어드메
고인 바람 되어 안을 수 있게
다시 나를 불러주오.










언제나 여행을 꿈꿉니다. 이번처럼 징검다리 연휴들이 많이 있을 날에는 더더욱 말이죠. 그러나 때는 아이들의 제3차 고사 준비 기간인지라 여행은 엄두도 못 내죠. 그래서 골라든 책, <인연>으로 저는 라다크 고원으로 향합니다.


 낯선 길 위를 스치는 바람이 제 머리칼을 흩트리고 맡아보지 못한 향기들이 오감을 깨우는 순간들을 만나겠죠. 나와 다른 생김새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이국의 언어들이 주는 긴장감과 다른 음률의 음악들이 만드는 화음에 열심히 귀 기울이는 시간들이 언젠가는 꼭 허락되길 간절히 바라면서요.  


<인연, 언젠가 만날>이란 이해선 작가의 책은 김무환 작가의 <파미르 노마드>와 함께 티베트 여행을 꿈꾸게 만드는 책입니다. 이 책이 오래전에 나왔기에 저는 밀리의 서재에서 e북으로 읽었죠.
pdf 파일로 제공된 이 책은 작가가 라다크 여행을 하며 찍은 사진들과 감상들이 알곡처럼 잘 채워져 있습니다.


 황량하고 거친 풍광들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곳에 대한 갈망을 키우죠.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 근처에 자리한 누부라 밸리, 10년 전 작가는 그곳에서 만난 인연 '스칼장 아몽'이란 동갑내기 여인의 사진을 뒤늦게 그녀에게 보내게 됩니다. 두 달이 지나 소년에서 청년으로 자라 인도 델리서 살고 있다는 스칼장 아몽의 아들, 도르제에게서 온 감사메일을 받고 다시 이곳을 향하게 되죠.


 인연, 언젠가 만날...
책 제목처럼 그녀는 언젠가 만나길 꿈꿨던 이들을 찾아 나섭니다. 삼대가 함께 살며 여전한 미소를 지닌 채 살고 있는 스칼장 아몽의 따뜻한 환대로 시작된 그녀의 여행. 거기서 작가는 그들식의 "군장돌마"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죠.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고향이 사라져 버린 듯 외롭던 그녀에게 그곳은 찾아 헤매던 또 하나의 고향이 되죠. 오랜 여행으로 병이 나 입원을 하게 되었을 때도 이해선이 아닌 군장돌마란 이름으로 그곳 사람들의 극진한 간호를 받습니다. 형제처럼 챙겨주는 온기에 지친 걸음을 다시 딛는 모습이 감동이 밀려옵니다. 순수한 호의가 사라졌다 생각하는 세상에서 얻은 삶의 위로가 제게도 전해져서요.


 그녀는 낯선 이방인이 탄 버스를 쫓아 좁은 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던 어린 라마승이 기억나 20시간을 버스를 타고 랑둠곰파로 달려가죠. 파키스탄과의 오랜 전쟁으로 물자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 들어온 버스에 대한 호기심이 쓰고 있던 라다크 전통모자코를 닮아 커다랗던 소년에게 한, 다시 온다는 약속을 지키려고요. 하지만 물어물어 들은 소식은 그녀가 오기 몇 해 전 카슈미르에서 온 괴한들에게 랑둥곰파의 수도승 3명이 살해되었는데, 그중 한 명이 이 소년이란 비보였습니다. 인연의 허망한 끊김 앞에 망연자실해 있는 그녀를 라다크의 노을과 물빛이 위로해 주죠.


 다시 일어선 그녀가 향한 곳은 라다크 안쪽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숨어있는 티베트 사원 중 하나인 푹탈곰파예요. 수련하던 린포체의 초르텐이란 고승이 돌을 파내 만들었다 전해지는, 마치 제비집 같은 곳에서 그들의 공동체 생활을 직접 마주하며 머물죠. 푹탈곰파와 같은 동굴 사원에는 재밌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중 하나를 전하자면요. (엣흠, 손가락 좀 풀고요.)


 파드마 삼바바라는 이가 히말라야 설산 동굴에서 불교의 비밀경전을 티베트어로 번역하는 일을 했는데, 100여 개 넘게 번역한 책들을 여러 동굴에 숨겨버렸답니다. 이 책의 내용들이 아직 세상에 알려져선 안된다면서요. 시공을 초월한 위대한 성자라 일컬어지는 파드마 삼바바는 자신이 죽기 전 몇몇 제자들에게 환생하는 능력을 전해주었고, 이후 제자들은 끊임없는 환생을 하는데, 그렇게 다시 환생한 이들은 퇴르퇸이라 불리며 동굴들을 찾아 그 안에 숨겨져 있던 비밀의 경전들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중 하나가 <<티베트 사자의 서>>라는 원제가 <<바르도 퇴돌>>이란 책이죠. 사람이 죽은 후 생과 사의 경계에 서 있는 49일의 시간을 바르도라 하고, 그때 누군가 읽는 걸 듣기만 해도 영원한 자유에 이른다는 뜻이 퇴돌이죠. 사후 환생의 세계에 대한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한가득 담긴 이 책이 옥스퍼드대의 번역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며 유명세를 탔더랬죠. 비밀의 경전을 갖고, 날마다 조그만 자신의 방에 앉아 기도하고 수행하는 이들이 모여사는 푹탈곰파에서 그녀는 세상에서 지고 간 자신의 많은 짐들을 덜어내는 연습을 해요.


 말이 통하지 않아도, 삶에 지쳐있던 그녀의 손을 잡고 노승은 가만히 기도를 해주죠.


"진정한 만족은 원하는 것을 소유하는 게 아닙니다. 원하는 마음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입니다. 사랑도 물질도 원한다는 것은 고통입니다."



 이렇게 말씀하며 그녀를 다독여주는 노승의 낯선 음률의 기도문 속에서 그녀는 마음의 평안을 얻습니다. 신께 올리는 인간의 가장 정결한 노래 같은 기도를 반복하는 이들의 시간이 그녀를 다시 살게 만들죠. 10년 전 그녀가 떠나올 때 작고 여린 줄기였던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위풍당당하게 하늘을 이고 선 풍경을 담은 사진과 라마승이 길을 걷고 있는 장면이 오래 눈에 남습니다. 정말 아름답죠.





 풍경을 마음에 담는 일, 여러 방법이 있겠죠. 이 책을 쓴 작가처럼 깊이 들어가 그들의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식의 이름을 얻어오는 일. 이런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한 문화의 일부로 깊이 녹아드는 여행을 말이죠.



 요원한 일이라 생각해 더 갈증 나던 여행기, 아쉬운 마음을 부끄럽지만 시로 지어본 거예요. 창문 밖 풍광이 못내 아쉬우시다면 이 책과 함께 우리 잠시 라다크로 여행을 떠나요. 저는 똘망돌마로 이름 짓고 냉큼 야크에 올랐어요. 오랜 제 마음속 염원을 타루초에 매달아 두고 오려고요. 어서 오셔라^^  













* 같이 듣고 싶은 곡

심규선 - 난설헌


https://youtu.be/OnUXzbBnklY?si=fM6ZMhV3on4Chc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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