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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Sep 01. 2024

결혼할 때 꼭 확인해야 하는 한 가지

참되고 좋은 진리일수록 그 내용은 간결하고 함축적이지요. 배우자 선택에 대한 조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내가 존경할 만한 점이 있는 분과 결혼을 하세요."


싱글이었을 때에 이 조언을 들었던 것에 지금까지 감사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결혼생활이란?

성경책에서는 부부가 '한 몸'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즉 배우자와 서로 같은 꿈을 공유하고 그것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성숙해지는 것이 행복한 결혼생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목적지를 바라며 침대만 공유하는 삶은 한 몸으로서의 삶이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성숙해지는 과정이 없다면, 같은 곳을 바라보더라도 목적지까지 가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 행복한 결혼생활은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 부터 시작됩니다.




AI가 배우자도 골라주는 시대


대학생 시절 신촌거리에 점집들이 많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남자들끼리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못 보았고 주로 여성끼리 들어가거나 커플들이 들어가더군요.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상당수는 연애 또는 결혼에 대한 내용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배우자 선택 문제를 놓고 점집을 찾는 발걸음이 점점 줄어들 것 같습니다.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대기업 기획자 경력이 있다보니 일년에 몇 차례 친분이 있는 대표님들의 프로젝트를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그 중 흥미로운 업종이 하나 있는데, 바로 연애상담 사업입니다. 함께 진행했던 A사는 연애 고민을 상담해주는 사업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상담 데이터가 쌓이고 시장이 점점 커지자 AI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보다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내 정보와 상대방의 정보를 입력하면 데이트폭력, 결혼 적합도 등 다양한 예측 정보들을 제공해줍니다. 이제는 인공지능이 결혼점을 쳐 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게 있었어?' 하고 생소한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A사는 연 회비가 천만원이 넘는 고객들도 다수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내 운명을 AI에 맡겨도 될까?


마트에서 영양 정보를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몸에 제일 좋을 것 같은 그레놀라 시리얼을 사서 집으로 왔습니다. 가격은 비교적 비쌌지만, 이 시리얼로 내 아침 식사와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리얼은 한 달 내내 선반에 있다가 결국 쓰레기통으로 버려졌습니다. 시리얼이 입 속으로 들어와 혀에 닿고 씹는 모든 과정에서 굉장한 불쾌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맛'이라는 정보는 먹어보기 전까지는 확인할 수 없는 영역인 것입니다. 영양 정보는 최고였지만, 저에게는 먹을 수 없는 음식이었습니다. 지금은 딸기향 가득하고 달달한 설탕이 듬뿍 발라져 있는 시리얼을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배우자를 선택하는 문제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직업, 연봉, 성격, 외모 등 정량화 할 수 있는 지표들은 결혼을 결정할 때 정말 중요한 내용들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객관적인 지표들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직접 살아 보아야 비로서 경험하게 되는 결혼생활의 '맛'은 정보로서 얻을 수 있는 속성이 아닙니다.


이 점은 회사생활과도 매우 비슷합니다.


취업 준비를 할 때에는 회사의 조건들을 살펴보고, 그 회사에 잘 보이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기울입니다. 저 역시 그 노력의 결과로 연봉 높고, 국민이 알고, 부모님도 자랑스러워 하셨던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입사의 기쁨은 길지 않았고, 1년 만에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6개월성장한다는 느낌과 자부심 때문에 열심이었으나, 나머지 1년의 시간은 불평과 불만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기쁨과 자부심을 안겨주었던 조건들은 너무나도 빠르게 익숙해지고, 가치가 퇴색되었습니다. 맡겨지는 일이 맞지 않았고,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생활'이 정말 힘겨웠습니다. 친구들을 만나면 연봉, 근무조건 등을 비교하며 열등감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최고의 선택 기준


지금의 아내와 3번째 만남에서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아내는 해외 주재원으로, 저는 한국에서 근무중이었기 때문에 만날 수 있는 시간들이 극히 제한적이었지만, 결정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확실한 기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3번째 만날 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꿈이 어떻게 되세요?"


천성적으로 수줍음이 많고 소극적인 성격이었기 때문에 대범하고 진취적인 사람을 동경했습니다. 전 세계를 다니며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는 아내의 대답이 제 가슴을 뛰게 만들었습니다. 정말 그런 일이 가능할지는 확신이 없었지만, 그 일을 함께 하는 모습이 머리속에서 그려질 때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저로서는 감히 생각할 수 없었던 멋지고 진취적인 면모는 내가 아내를 평생동안 존경할 수 있는 면모였습니다.




상대를 존경할 수 있다는 것이 주는 유익


신혼 시절에 기억에 남을 만큼 아내와 크게 다툰 일이 몇 번 있었습니다. 하루는 사무실에서 크게 다툼이 일어났고, 저는 아내에게 더이상 당신과는 같이 사업 못하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아내 역시 화가 나서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집에 돌아온 아내는 54평 전세집을 보고 왔는데, 이사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당시에 저희 부부는 4살짜리 딸 아이를 9평 오피스텔 원룸에서 키우고 있었는데, 아내는 다툼이 폭발한 원인을 이러한 환경에서 찾았습니다. 좁은 집과 좁은 지하 사무실에서 매일같이 붙어있다 보니 알게모르게 서로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인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을 내린 것이지요. 어느새 화가났던 감정은 사라지고, 저런 생각과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음날 계약서를 쓰고 넓은 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딸아이가 넓은 집에서 뛰어노는 것을 바라보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처럼 행복한 관계는 상호 존중에 기반합니다. 갈등 상황이 발생했을 때 상대방을 미워하는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되돌릴 수 있습니다. 시간이 약이라는 속담 처럼, 분노의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무시하고 비하하는 감정은 한 번 치고 들어오면 되돌리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무시하는 감정은 상대를 규정하는 속성을 갖기 때문입니다. 배우자를 게으르고 멍청한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생각을 방치하면 어떻게 될까요? '게으르고 멍첨함'이라는 말이 나의 마음속에 낙인이 되어 배우자를 바라보거나 생각할 때마다 그 말이 동시에 떠오르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존경할만한 점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은 나 자신이 배우자 앞에서 겸손해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두는 것입니다. 아무리 나쁜 감정이 생기더라도 '그래도 이런 점은 아내가 나보다 훌륭하잖아'라는 생각 때문에 관계가 회복될 수 있는 문이 열리게 됩니다.


그러니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꼭 이 점을 찾으실 것을 권면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정말로 존경할 수 있는 점을 발견하세요.


이미 결혼을 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점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내가 찾은 내용을 상대방이 알 수 있도록 해주세요. '나는 당신의 이런 점이 정말 훌하다고 생각해.' 이렇게 말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면모는 유통기한이 평생을 갑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거 꿔온 그 사람만의 고유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어디서 어떻게 만나요?


일단 만남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면, 앞서 소개된 내용들은 무용지물이 됩니다. 모두 만남 또는 결혼을 전제로한 이야기들이니 말입니다. 솔로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한 대안이 먼저 필요합니다.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습니다. 이 방법 역시 너무 간단하고 명확합니다. 상대를 찾아나서기 전에 나를 찾는 것입니다. 나를 준비시키세요. 어떤 준비가 필요할 지 다음 연재를 통해 더 자세히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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