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딱 5분만이라도 좋으니 동물의 말을 알아 듣고 싶다. 동물 언어 듣기 능력 자격증이 있다면 동물 친구들과 더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요즘 자주 가는 카페가 있다. 집에서 버스 타고 20분 정도 가야하지만 그럼에도 여기만 고집하는 이유는 애옹이와 로쿠가 있다.
애옹이는 고등어 로쿠는 하얀 몸통에 중간 중간 점이 찍혀 있다. 처음에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다 애옹이와 로쿠가 나에 대한 경계심이 없어 보여 조금씩 다가가다 조심스레 로쿠 엉덩이를 쓰다듬어 줬다. 벌러덩 눕길래 내 손길이 귀찮다고 생각해 다시 거리를 뒀다. 잠깐이라도 로쿠 엉덩이를 토닥일 수 있어 좋았다. 내 손길이 멈추고 거리를 두니 로쿠가 내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자기 엉덩이를 힘껏 들이 밀었다. 누가봐도 자신을 만져달라는 신호라 손이 까매질때 까지 쓰다듬었다.
쓰다듬는 속도가 느려지면 부스터 마냥 내 손등을 핥아준다. 내 손등을 핥아주다니..열심히 보답하겠습니다. 고양이한테 홀린 다는 말은 이런게 아닐까. 개와 다르게 혀가 거칠거칠한 고양이혀의 놀라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렇게 귀엽고 소중한 존재가 친밀한 관계에서만 허락할 것 같은 핥기를 나에게 해주다니.
각 시대마다 천사의 모습은 다르게 그려진다. 어떤 시대에서는 아주 무시무시한 모습을 또 어느 시대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데 현재는 고양이의 모습이 아닐까.
뜨겁다 못해 따가운 햇빛을 피해 에어컨 실외기 밑에 누워 있는 로쿠와 애옹이. 가만히 있어도 덥고 피곤한 날씨라 거리를 둔 채 다가가면 로쿠는 느릿느릿 일어나 내 발등 앞에 철퍼덕 다시 눕는다. 그러면 나는 엉덩이를 팡팡 두드려주고 등을 쓰담쓰담 한다. 이럴 때 묻고 싶다. 어디를 쓰다듬는 게 가장 좋은지, 어느 방향을 선호하는지. 간식은 먹었는지, 어떤 맛의 간식을 선호하는지, 날씨가 너무 더운데 어디 아픈데는 없는지.
고양이는 보통 식빵 자세를 많이 취하는데 날씨가 추워서 식빵을 만드는 것도 있지만 몸이 아플 때도 식빵 자세를 취한다. 자신의 아픈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상대에게 약점이 되기 때문에 아파도 절대 티를 내지 않는게 습성이라 한다. 원활한 의사소통은 어렵더라도 로쿠와 애옹이가 아픈 곳을 말해준다면 눈치코치 동원해 병원에 데려갈텐데.
로쿠와 애옹이는 길냥이들인데 카페 옆 동물병원에서 발견 해 중성화도 하고 케어도 받는다. 주로 지내는 곳은 카페라 밥과 간식 그리고 물도 카페 사장님께서 챙겨주시고 손님이 없을 땐 가게 안에 들어오게 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앉아 있는다.
로쿠와 애옹이가 원한다면 가족이 되고 싶다. 지금 동물병원과 카페 그리고 마을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생활이 좋을 수 있으니 내가 좋다는 이유로 함부로 데려올 수 없다. 지금 생활이 만족스러운지 집사가 필요하지 않은지 필요하다면 나는 어떤지 묻고 싶다. 그리고 내가 잘 모르는 고양이 세계에 대해서도. 고양이 세계에서 꿀리지 않기 위해 무엇을 내세우는지, 배를 곯거나 아픈 고양이들은 없는지, 해코질 하는 인간은 없는지, 고양이 시선에서 보는 인간의 모습은 어떤지, 내가 이름을 부를 때 목소리가 지나치게 크지 않은지, 어떤 예의를 갖춰줬으면 좋겠는지 묻고 대답을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