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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대여성 Oct 22. 2023

자전거도둑






엄마가 혼자 집에 있던 밤

노부부가 다짜고짜 집에 찾아왔었다

꽤 늦은 밤시간이었다


“000동 사는 사람인데요. 저희 집 자전거 훔쳐갔어요”









벨을 누르고는

본인들의 자전거를 훔친 사람이

우리 집으로 들어갔다며

CCTV 속 한 장면을 프린트한 사진을 보여준다


상황 판단을 할 겨를도 없이

그 사람들은 다짜고짜 거실에 앉아 이것저것 따져댔다









엄마는 정말 혹시나 내 자식이 그런 건가 싶어

울상을 하며 죄송하다는 말을 연거푸 내뱉었다

무릎을 꿇는 듯한 자세였나


연락을 받고 급히 집으로 오자마자 본 광경에

열이 받아 눈이 돌았다









사진을 보니

깡 마른 남자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몇 층인지도 모를 곳에 내리는 모습이 보인다


마른 사람도

체구가 작은 사람도 없는 집안에

이딴 사진을 들이밀며

이 밤중에 찾아와 도둑취급하니

육두문자가 육성으로 튀어나왔다









경찰을 부를 테니 기다리라는 말에

이제야 아니다 싶었는지

주섬주섬 옷을 챙겨 문을 나선다


반말로 씩씩거리며 그 노부부를 멈춰 세우려 하는 나를

엄마는 작정하고 뜯어말렸다









누구시냐,

몇 동 몇 호 사람이냐,

우리가 도둑이 아니면 법적으로 어떻게 책임질 거냐,

이 늦은 시간은 무례하니 낮에 다시 와라,

하며 돌려보내야 했는데

지레 겁먹고 문을 열어줬을 엄마의 모습이 그려졌다

분하고 억울해서 며칠 잠을 제대로 못 잤다


그 사람들이 사고라도 났으면 좋겠다는

그런 악한 마음까지 품었다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









이사를 갔으려나,

아님 정말 내 못된 마음처럼 되었으려나,

하던 찰나에

정말 우연하게도 동네 공원 산책길에 마주쳤다


오래전 일어난 일에

얼굴 한번 제대로 본 적 없었지만

그때 그 할머니라는 걸 직감으로 알았다









절뚝거리는 다리

경직된듯한 손

삐뚤어져 뒤틀린 입

좋지 않은 안색

째려보는 듯한 눈









어떤 편안함도 들지 않는 모습이었다


누군가에게 내던지듯 팽개친 상처는

똑같은 길을 다시 걸어 제자리로 되돌아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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